‘부동산 함구령’ 민주, 사법부 공세…“대법원장 권한 분산”

  • 동아일보
  • 입력 2025년 10월 27일 13시 17분


사법행정 정상화 TF 구성
재판소원제-법왜곡죄 이어
법원행정처 체제 개편도 시사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김병기 원내대표가 지난 2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뉴스1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김병기 원내대표가 지난 2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뉴스1
정부의 10·15 부동산 대책 발표 이후 이어진 고위 공직자들의 잇단 설화로 부동산 민심이 끓는 가운데 더불어민주당은 부동산 이슈에는 함구령을 내리는 대신 공격의 화살을 사법부에 집중하는 모습이다. 내년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여론 추이가 민감한 상황에서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힌 부동산 이슈 대신 그간 ‘대법원장 대선 개입 의혹’을 중심으로 논의를 집중해온 사법개혁을 완수해 지지율을 끌어올리겠다는 계산으로 풀이된다.

민주당은 대법관 증원, 재판소원, 법왜곡죄 등을 포함한 사법개혁 ‘7대 의제’에 더해 대법원 법원행정처 폐지안까지 사법개혁 범위에 포함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박수현 수석대변인은 27일 최고위원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정청래 대표는 사전 최고위에서 ‘사법부 신뢰 회복과 사법행정 정상화’ 태스크포스(TF) 구성을 지시하고 전현희 최고위원을 단장으로 임명했다”고 말했다.

앞서 정 대표는 전날 의원총회에서 “법원이 너무 폐쇄적이다. 법원행정처를 중심으로 너무 수직화돼 있는 것 아니냐는 얘기가 있다”고 지적하며 “인사와 행정 등에 대해 공개적으로 투명하게 민주화하는 방안도 고민해 볼 때가 아니냐는 얘기도 있다”고 했다.

같은 당 전현희 최고위원은 이날 KBS 라디오에서 정 대표의 이같은 발언이 사실상 법원행정처 폐지까지 염두에 둔 것 아니냐는 질문에 “제왕적인 대법원장의 권한을 분산할 필요가 있다는 원론적 말씀으로 본다”면서도 “대법원장이 사법·행정·인사 등 전권을 휘두르는 상황에서는 내부로부터의 독립이 어렵다”고 지적했다.

민주당 내에선 재판소원제와 법왜곡죄에 대한 당론 추진 가능성도 거론된다. 법원의 확정 판결에 헌법소원을 낼 수 있도록 하는 재판소원제는 ‘4심제’ 논란이, 법을 왜곡해 적용한 판사와 검사를 처벌하는 법왜곡죄는 ‘사법 독립 침해’에 대한 우려가 각각 있는 상황이다.

여기에 전날 의총에서는 법사위 여당 간사인 김용민 의원을 중심으로 현직 대통령의 형사재판을 중단할 수 있는 ‘재판중지법’(형사소송법 개정안)을 처리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 상황이다. 이 법안은 올해 5월 이미 민주당 주도로 법사위를 통과해 본회의에 부의된 상태로, 사실상 민주당 지도부 의중에 따라 정기국회 내 처리 시점을 조율할 수 있다.

하지만 당내에서는 사법부에 대한 전선 확대가 자칫 지지율 역풍으로 이어질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수도권의 한 재선의원은 “최근 부동산 이슈도 부담이 되는데 사법개혁 범위가 너무 빠르게 넓어지다보니 중도층 민심을 걱정하는 의견들도 적지 않다”며 “그동안 논의된 대법관 증원 등 개혁안을 속도감 있게 진행하되, 재판소원이나 재판중지법 등은 충분한 공론의 시간을 가질 필요가 있어 보인다”고 했다.

#부동산 대책#고위 공직자 설화#더불어민주당#사법부 공격#사법개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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