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노벨 문학상을 수상한 극작가 페터 한트케의 희곡 ‘관객모독’. 십수 년 전에 본 이 연극을 떠올린 건 독자들과 소통하는 방법 때문입니다. 신성한 관객에게 물을 뿌리고 말을 걸어도, 그가 연극의 기존 문법과 질서에 저항했든, 허위를 깨려 했든 모독(冒瀆)으로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필자는 정치부와 사회부에서 10년 넘게 국회와 청와대, 법원·검찰, 경찰 등을 취재했습니다. 이 코너의 문패에는 법조계(法)와 정치권(政)의 이야기를 모아(募) 맥락과 흐름을 읽어(讀)보겠다는 의미를 담았습니다. 가끔 모독도 하겠습니다.》
흔히 광복절은 국민통합과 화합의 장으로 불린다. 일본 식민지배에서 벗어나 그 과정에서 분열됐던 국민들이 서로를 향해 낸 생채기를 보듬고 대통합을 이루는 경축의 자리가 돼야 한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여전히 분단된 현실 속에 동족상잔과 이산가족의 비극을 끝내고 남북이 통일되기를 바라는 염원도 담겨 있다.2022년부터 올해까지 세 차례 윤석열 대통령의 광복절 경축사에는 ‘통합’이라는 단어가 등장하지 않았습니다. 2022년 경축사에서 “갈수록 심화되는 양극화와 사회적 갈등은 우리 사회가 반드시 해결해야 할 과제”라며 통합의 필요성을 언급한 적은 있습니다. 광복절에 통합은 너무나 당연하기에 진부한 표현이어서 뺐다면 다행이겠지요. 하지만 지난해 경축사에는 ‘공산 전체주의’와 ‘반국가세력’이 등장했고 올해는 ‘허위 선동’ ‘반통일세력’ 등을 거론하며 범야권을 겨냥한 듯 날선 발언을 쏟아냈습니다.
윤 대통령은 취임 직후인 2022년 5월 국민의힘 의원과 장관, 대통령실 참모들과 함께 특별열차를 타고 광주에 내려가 5·18민주화운동 42주년 기념사를 통해 “자유민주주의를 피로써 지켜낸 오월의 정신은 국민 통합의 주춧돌”이라며 “그런 의미에서 우리 대한민국 국민 모두는 광주 시민”이라고 했습니다. 당시 윤 대통령은 ‘임을 위한 행진곡’도 제창했고 보수정부에서 5·18 기념식에 당정과 대통령실이 총출동한 것은 처음이었던 만큼 많은 국민들로부터 박수를 받았습니다.
윤 대통령이 당시처럼 국민 통합에 대한 초심을 지켰다면 사상 초유의 반쪽 광복절은 없었을지도 모릅니다. ‘혼자 가면 빨리 가지만 함께 가야 멀리 간다’는 말이 있습니다. 여권과 야권이 각각 일방독주만 할 게 아니라 여론과 민심의 무게를 생각하며 싸울 때 싸우더라도 서로 대화하고 소통하며 함께 가는 길을 걷기를 희망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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