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8억 부동산에 37.6억 빚’ 이영선… 민주, 후보등록뒤 공천취소

  • 동아일보
  • 입력 2024년 3월 2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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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변 출신 친명후보 ‘갭투기’ 논란
후보심사때 부동산 11채중 8채 누락
黨, 선관위 재산공개로 뒤늦게 확인
당내 “최악 망천” 이재명 “제도 한계”

더불어민주당이 부동산 갭투기 의혹이 불거진 세종갑 이영선 후보를 제명하고 공천을 전격 취소하기로 23일 결정했다. 당 공천 과정에서 보유하고 있는 부동산을 대폭 축소해 신고했다는 이유에서다. 후보자 등록 이후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23일 공개한 재산 내역에서 뒤늦게 이런 사실을 공천 과정에서 검증하지 못했음이 드러난 것이다. 후보자 등록 마감일(22일) 하루 뒤 공천이 취소된 탓에 민주당은 4·10총선에서 세종갑 지역에 후보를 내지 못하게 됐다. 당내에서는 “마지막까지 최악의 망천”이라는 비판이 나왔다.

● 38억여 원 부동산에 37억여 원 부채

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24일 이 후보의 공천 취소와 관련해 “팔 하나를 떼어내는 심정”이라며 “당과 국민을 속이는 사람은 의석을 잃는 한이 있더라도 국회로 들어오게 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서울 송파구 기자회견에서 “국민에게 모범이 돼야 할 의원(후보)이 갭 투기로 국민들에게 절망감을 줬다”고 설명했다.

선관위가 공개한 22대 총선 후보 재산 내역에 따르면 이 후보와 배우자는 아파트 4채와 오피스텔 6채, 상가 1채, 임차권 1건 등 총 38억287만 원 상당의 부동산을 보유하고 있다. 그런데 당 공천 후보자 심사 과정에서는 아파트 2채와 상가 1채 보유 내역만 제출했다고 한다. 보유한 부동산 중 아파트 2채, 오피스텔 6채 등 총 8채를 누락한 것. 이 후보의 채무 현황을 보면 은행, 캐피털 대출 총 6건과 임차보증금, 월세보증금 등을 합한 금액이 37억6893만 원으로, 보유 부동산 가액과 비슷한 수준으로 나타났다. 전세를 끼고 주택을 구매하는 전형적인 부동산 투기 수법인 갭투기 의혹이 불거진 이유다.

민변(민주화를위한변호사모임) 변호사 출신인 이 후보는 그간 ‘민생 변호사’를 표방해 왔다. 지난 대선 때 이재명 후보 법률지원단 선임팀장으로 활동했으며, 이 대표 배우자인 김혜경 씨 낙상 관련 허위 사실 유포에 대한 형사고발을 주도해 친명(친이재명)계 인사로 분류되기도 했다.

이 후보의 재산 신고 누락은 선관위에 공개된 총선 후보 재산 공개 내역과 당 제출 자료를 비교하는 과정에서 뒤늦게 확인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 대표가 23일 밤 최고위원 단체 대화방에서 상황의 심각성을 설명하면서 이 후보의 공천 취소 의사를 밝혔고, 이에 최고위원 전원이 동의했다고 한다.

● “검증 실패” 비판에 李 “제도 한계”

민주당 내에서는 부실 검증에 대한 비판이 나왔다. 당 관계자는 “후보 검증을 대체 어떻게 했기에 확정된 공천을 취소해 다른 후보를 공천하지도 못하는 일이 벌어지는지 답답할 따름”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이 대표는 “전체적으로 우리 당이 검증을 제대로 못한 것도 있지만 제도상 한계 때문에 검증할 수가 없다”며 “이번 경험을 계기로 법 개정을 통해 (공천) 당사자의 재산 상태를 검증 가능하도록 제도 개선을 해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민주당의 제명 결정에 따라 이 후보의 후보 등록은 자동으로 무효가 된다. 민주당 관계자는 “민주 진영에서는 선관위 후보자 등록 마감 후 공천 취소는 1968년 이후 처음 있는 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여권에서는 21대 총선 때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 차명진 후보와 김대호 후보가 각각 세월호 유가족 비하, 노인 비하를 이유로 선거 직전 제명돼 후보자 자격이 박탈됐다. 해당 선거구 투표용지에는 두 사람의 이름과 기호, 소속 정당이 그대로 기재됐다. 차 후보는 총선 하루 전 당의 제명 결의를 무효로 하는 가처분 신청이 인용돼 총선을 완주했지만 김 후보의 표는 모두 무효표가 됐다.

이 후보도 투표용지상에 이름은 그대로 기재된다. 다만 이름 옆에 ‘등록 무효’라는 표시가 찍힐 예정이다. 선관위 관계자는 “공직선거법상 후보자 등록일 이후에는 후보의 이름과 기호, 정당명을 투표용지에서 뺄 수 없다”고 말했다.


김은지 기자 eunj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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