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남 친윤’ 조배숙 與비례대표 당선권 배치… 명단 일부 조정

  • 동아일보
  • 입력 2024년 3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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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선 D―20]
이철규 “밀실공천” 한동훈과 충돌… 李 요구 주기환-민영삼 등은 배제
韓측 김예지-한지아 비례순번 유지… 당내 “韓-李 자기사람 심기 도긴개긴”

유일준 국민의미래 공천관리위원장이 18일 오후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제22대 국회의원선거(총선) 비례대표 후보자 순번을 발표하고 있다. 2024.3.18/뉴스1
유일준 국민의미래 공천관리위원장이 18일 오후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제22대 국회의원선거(총선) 비례대표 후보자 순번을 발표하고 있다. 2024.3.18/뉴스1
“윤석열 대통령이 고심 끝에 이종섭 주호주 대사와 황상무 대통령시민사회수석비서관 문제에 대해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과 여당에서 해달라는 요구를 다 들어준 것 아닌가. 당에서 비례대표 명단과 관련해 정리를 해줘야 하는 시점이다.”

대통령실 한 관계자는 20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여당 위성정당인 국민의미래 비례대표 문제와 관련해 이같이 말했다. 공교롭게도 이날 오후 친윤(친윤석열)계 핵심인 이철규 의원은 당 인재영입위원장 자격으로 기자회견을 열고 “비례대표 공천 과정이 투명하지 않았다”며 한 위원장과 측근 장동혁 사무총장을 정면으로 겨냥했다. 이에 장 사무총장도 “국민들이 모든 과정을 지켜봤다”고 반박했다.

한 위원장과 친윤 간 정면 충돌 끝에 이날 오후 10시경 수정된 비례대표 명단이 발표됐다. 이 의원이 한 위원장에게 비례 후보 포함을 요구했다고 공개적으로 밝히며 “이게 사천이냐”고 주장했으나 주기환 전 국민의힘 광주시당위원장은 추가되지 않았다. 검찰 수사관 출신 주 전 위원장은 윤 대통령의 측근이다.

● 호남 출신 친윤 조배숙 당선권

하지만 국민의미래는 이날 밤 비례대표를 조정하면서 민주당·국민의당 4선 의원을 지낸 호남 출신 조배숙 전 전북도당위원장을 당선권인 13번에 새로 배치됐다. 조 전 의원은 지난 대선 때 윤 대통령 지지를 선언해 친윤 인사로 분류된다. 이 의원이 이날 기자회견에서 “호남권 인사를 배려해 달라는 의견을 전달했다”며 주 전 위원장과 함께 거론한 호남 인사다. 전북 출마 의원들은 호남 홀대론이 해결되지 않으면 후보직에서 사퇴하겠다고 반발한 바 있다.

윤 대통령이 한 위원장의 ‘이종섭-황상무 문제’ 해결 요구를 수용하자 한 위원장이 주 전 위원장 대신 조 전 의원을 당선권에 배치하며 주고받기를 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당직자 출신 이달희 전 경북 경제부지사가 당선권 안인 17번으로 재배치됐다. 13번에 배치돼 있던 강세원 전 법률비서관실 행정관은 21번으로 밀려났다. 강 전 행정관은 이명박 정부 청와대 법무비서관을 지낸 강훈 법무법인 바른 공동창업주의 딸이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아빠 찬스’ 논란이 제기된 바 있다.

이 의원은 인재영입위원장 자격으로 ‘호남 친윤’으로 불리는 민영삼 사회통합전략연구원장, 보수 유튜버 김영민 씨, 윤석열 대선 캠프와 인수위에서 일한 백현주 국악방송 사장, 윤 대통령 취임식 경축연회 사회를 맡은 이익선 전 KBS 기상캐스터 등도 추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한 위원장은 주변에 격앙된 어조로 불만을 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최종 비례 명단에 포함되지 않았다.

친윤계가 “한동훈 사천”이라고 주장했던 한동훈 비대위 지도부 김예지(15번), 한지아(11번) 비대위원의 비례대표 순번은 유지됐다. 이 의원은 “과거 한 위원장도 비대위원은 적어도 비례대표로 가면 안 된다는 말을 저한테 했다”며 한 위원장 지도부 인사들이 공천받은 문제를 비판했다.

● 이철규 “내가 월권이면 한동훈-장동혁도 월권”

이 의원은 이날 회견에서 “당초 국민의힘에선 비례대표를 국민의힘 공관위에서 고심해 결정한 후 국민의미래로 이관하기로 뜻을 모았는데 이 약속이 지켜지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어떤 한 사람이 결정하고 거기에 다 따라간다면 ‘이재명 민주당’과 뭐가 다르겠느냐”고도 했다. 이 의원은 또 “월권 아니냐고 하는데 그렇다면 한 위원장도, 장 사무총장도 월권이고 잘못한 것”이라고 했다. 다만 대통령실과의 교감 여부에 대해선 “제가 받아 적는 하수인이 아니잖느냐. 그 정도도 못 하면 정치 왜 하냐”고 했다.

그러면서 이 의원은 “윤재옥 원내대표에게 ‘이렇게 협의 없이 극단적으로 밀실에서 (공천이) 이뤄지면 함께할 수 없다’고 말했다”고도 했다. 장 사무총장은 이 의원 회견 2시간 뒤에 입장문을 내고 “총선을 21일 앞둔 중요한 시기에 당의 화합을 저해하는 일이 발생해 가슴 아프게 생각한다”고 반박했다.

다만 당내에선 “이 의원이나 한 위원장이나 자기 사람 앉히려고 한 건 도긴개긴이다”란 반응도 나왔다. 한 친윤계 의원은 “한 위원장도 청와대 근무 당시 인연이 있던 박수민 전 유럽개발은행(EBRD) 이사를 국민추천제를 거쳐 서울 강남을 후보로 공천하지 않았느냐”고 했다.


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이상헌 기자 dapaper@donga.com
#호남 친윤#조배숙#당선권 배치#명단 일부 조정#국민의힘#국민의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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