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말 부메랑’…증오 언어로 강성층 업고 공천 따내 ‘예고된 리스크’

  • 동아일보
  • 입력 2024년 3월 15일 11시 2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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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수원정 공천 김준혁 “자승 죽음, 궁정동 안가 생각나”
경기 안산갑 공천 양문석 “수박 뿌리 뽑겠다”

더불어민주당이 과거 막말 논란이 불거진 정봉주 전 의원에 대해 결국 뒤늦게 서울 강북을 공천을 취소한 가운데 당내에선 정 전 의원 외에도 추가 ‘막말 리스크’ 인사가 적지 않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특히 이번 경선 과정에서 유독 강성 지지층을 겨냥한 친명(친이재명) 원외 인사들의 자극적인 발언 등이 유튜브, 페이스북 등을 통해 쏟아졌는데 해당 막말이 결국 본선에서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문제제기다.

15일 정치권에 따르면 최근 경기 수원정 경선에서 원내대표 출신 비명(비이재명)계 3선 박광온 의원을 꺾고 공천을 받은 김준혁 당 전략기획위원회 부위원장은 지난해 11월 30일 페이스북에 자승 전 조계종 총무원장 입적과 관련해 “자승 죽음이 석연치 않다. 왜 자꾸 궁정동 안가가 생각나는지 모르겠다”라는 댓글을 달았다. 궁정동 안가는 박정희 전 대통령 때 10·26 사태가 벌어졌던 곳이다.

이에 대해 민주당 관계자는 “자승 스님 입적에 대해 음모론을 부추길 수 있는 데다, 굳이 궁정동 안가라는 점을 언급해 불교계 심기를 건드릴 수 있는 위험한 발언”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당에서 ‘전통문화특위’까지 만들어 불교계에 오래 공을 들여왔는데 정봉주 전 의원의 ‘조계종 김정은’ 발언 논란에 이어 또 한번 공든탑이 무너지게 생겼다”고 우려했다. 특히 김 후보가 해당 글을 쓴 건 당 총선기획단이 “막말과 설화 등 부적절 언행에 대해 철저하게 검증하고 공천 심사에 반영하겠다”고 밝힌 지 일주일도 되지 않은 시점이라, 결국 당의 ‘부실검증’ 탓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비명계 의원들을 ‘수박’이라 부르며 “밟아 죽여야 될 바퀴벌레”라고 발언하는 양문석 후보. 유튜브 화면 캡처.
비명계 의원들을 ‘수박’이라 부르며 “밟아 죽여야 될 바퀴벌레”라고 발언하는 양문석 후보. 유튜브 화면 캡처.
이재명 대표의 강성 지지층을 겨냥하기 위해 비명계 경쟁자들을 향한 막말 공격을 이어왔던 공천자들도 추가 논란의 대상이 될 전망이다.

경기 안산갑 경선에서 친문(친문재인) 현역 전해철 의원을 꺾은 양문석 후보는 “수박 뿌리를 뽑겠다”는 극언을 했다가 당직정지 3개월 징계를 받았다. 그는 친명 성향의 유튜브에서 “민주당 내 수박들 바퀴벌레들, 이들이 계속해서 암약하거나 대놓고 뛰어다니는 모습들을 보기 싫었다”고도 했다. 2008년 광우병 파동 당시 온라인 언론사에 ‘이명박과 노무현은 유사불량품’, ‘미친 미국소 수입의 원죄는 노무현’ 등의 제목의 칼럼을 썼던 것도 비하 논란으로 다시 불거질 전망이다.

이밖에 서울 은평을 경선에서 비명계 현역인 강병원 의원을 꺾고 승리한 친명계 김우영 후보도 과거 유튜브에서 강 의원을 겨냥해 “나이도 어린 놈의 자식”이라고 지칭한 바 있다.

이 같은 논란에 대해 정치권에서는 “이번 총선을 앞두고 출마 선언마저 유튜브에서 하는 등 SNS에서 자극적인 발언을 쏟아내 강성 지지층에게 인지도를 높이려는 원외 인사들이 유독 많았던 탓”이라고 분석했다. 한 야권 관계자는 “더 자극적인 막말이 결과적으로 당의 경선 과정에서 공천 가산점으로 작용한 탓에, 정작 본선에선 국민들로부터 멀어지는 결과를 낳게 됐다”고 지적했다.

김지현 기자 jhk8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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