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 최고위 보고된 현수막 ‘청년비하’ 논란일자 “업체서 제작”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11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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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도당 게시” 이틀뒤 “문구 삭제”
당내 “사무총장 공문, 꼬리 자르기”
청년들 “정치-경제 무지라니, 탈당”
비명 모임, 청년 간담회 열고 성토

더불어민주당의 ‘새로운 민주당 캠페인’ 홍보 현수막의 ‘정치는 모르겠고, 나는 잘 살고 싶어’ 등의 문구가 ‘청년 
비하’ 논란에 휩싸인 가운데 민주당이 19일 “진행이 매끄럽지 못했던 점을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유감을 표명했다.
더불어민주당의 ‘새로운 민주당 캠페인’ 홍보 현수막의 ‘정치는 모르겠고, 나는 잘 살고 싶어’ 등의 문구가 ‘청년 비하’ 논란에 휩싸인 가운데 민주당이 19일 “진행이 매끄럽지 못했던 점을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유감을 표명했다.
더불어민주당이 내년 총선을 앞두고 2030세대 표심을 잡기 위해 제작한 현수막 문구가 청년 비하 논란이 일자 논란 이틀 만에 결국 사용하지 않기로 했다. 앞서 ‘경제는 모르지만 돈은 많고 싶어’ 등의 문구가 공개되자 “청년 혐오를 불러 일으켰다”는 비판이 나왔고, 당원들의 탈당 움직임도 이어졌다.

민주당은 현수막 논란이 확산되자 19일 “업체가 제작했고 당에서 관여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민주당 지도부가 최고위원회의에서 현수막 내용을 보고받고도 당 사무총장 명의로 시도당에 공문을 보내 현수막을 걸라고 지시한 것으로 드러나면서 꼬리 자르기, 거짓 해명이란 비판이 나왔다.

● ‘정치 모르겠고’ 문구에 “탈당” 분노


민주당 강선우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 뒤 기자들과 만나 현수막 논란과 관련해 “진행이 매끄럽지 못했던 점 안타깝게 생각한다”며 “(해당 문구는) 삭제 조치가 됐다”고 밝혔다. 논란이 된 문구가 적힌 현수막을 걸지 않기로 했다는 것. 민주당 홍보위원장을 맡고 있는 한준호 의원은 “일련의 과정에서 업무상 실수가 있었던 것은 맞는 것 같다”며 “당직자나 당이 개입한 사안은 아니다”라고 했다.

하지만 민주당에 따르면 17일 민주당 최고위원회의에서 해당 현수막 문구 내용이 보고된 것으로 알려졌다. 현수막 문구는 ‘나에게 온당’, ‘정치는 모르겠고 나는 잘 살고 싶어’, ‘경제는 모르지만 돈은 많고 싶어’ ‘혼자 살고 싶댔지 혼자 있고 싶댔나?’ 등이다. 민주당은 같은 날 최고회의 후 사무총장 명의로 ‘2023 새로운 민주당 캠페인’ 현수막 게시 안내의 건 공문을 각 시도당에 보냈다.

현수막 문구가 공개되자 민주당 당원 게시판에는 “우리를 우습게 보느냐”며 청년들의 반발이 이어졌다. 19일 민주당 당원 게시판에는 자신을 30대라고 소개한 한 당원이 “현수막 보고 이 글을 쓰고 탈당하려고 (당원 게시판 홈페이지에) 가입했다”며 “이런 결정을 내리는 정당이 총선이든 다음 대선이든, 민심을 잡을 수 있을 것 같지 않다”고 적었다. 민주당 내 청년 당원 모임인 ‘파동’은 17일 긴급논평을 내고 “청년은 돈만 많으면 장땡(최고)인 ‘무지성한’ 세대이며, 정치도 모르는 ‘멍청한’ 세대인가”라고 비판했다.

민주당 관계자는 19일 통화에서 “현수막 문구를 업체가 제작했다고 해도 관리 및 감수는 당에서 해야 할 일”이라며 “당 안팎의 비난이 거세지니 당이 꼬리 자르기를 하고 거짓 해명을 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 비명계 “민주당 역사상 최악의 홍보물”


민주당 비명(비이재명)계 모임인 ‘원칙과 상식’은 논란이 된 현수막에 대해 “민주당 역사상 최악의 홍보물”이라고 맹비난했다.

더불어민주당 이원욱 의원(오른쪽에서 세 번째)이 비명계 모임인 ‘원칙과 상식’이 개최한 청년 간담회에서 현수막 관련 공문을 들어 보이고 있다. 김재명 기자 base@donga.com
더불어민주당 이원욱 의원(오른쪽에서 세 번째)이 비명계 모임인 ‘원칙과 상식’이 개최한 청년 간담회에서 현수막 관련 공문을 들어 보이고 있다. 김재명 기자 base@donga.com
이들은 출범 후 첫 공식 일정으로 가진 이날 청년 간담회에서 현수막 논란을 집중적으로 조명했다. 민주당 이원욱 의원이 현수막 논란에 대한 의견을 묻고 이에 대해 간담회에 참석한 청년들이 자유롭게 발언하는 형식이었다. 이 의원은 이날 간담회에서 민주당이 17일 각 시도당에 보낸 현수막 공문을 공개하기도 했다. 청년 정치인인 전성균 화성시의원은 “청년들은 모르기 때문에 관심 두지 않는 게 아니라 그런 여력이 없어서 경제·정치에 관심을 두지 않는 것”이라며 “이번 현수막이 2030세대가 다시 민주당으로 돌아오는 문을 막았다”고 지적했다.

‘원칙과 상식’은 하루 전(18일)엔 논평을 통해 “개인성과 다양성에 가치를 두는 2030세대 위주로 진행하는 캠페인의 일환이라고 설명했는데, 설명대로라면 민주당이 청년세대를 정치와 경제에 무지하고 개인의 안위만 생각하는 이기적인 집단으로 인식한다는 뜻”이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이번 사태는 도덕성, 민주주의, 비전이 상실된 민주당의 처참한 현실을 보여주는 하나의 사례이자 민주당의 청년세대에 대한 인식 능력 결여의 증거”라고 지적했다.

국민의힘은 19일 논평을 내고 “민주당은 젊은층이 민주당의 주된 지지 세력이라 여겼으면서도 정작 청년층에 대한 깊은 고민조차 없었음이 여실히 드러난 것”이라고 비판했다.


정성택 기자 neone@donga.com
김은지 기자 eunji@donga.com
#더불어민주당#총선#현수막#청년비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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