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 ‘전현희 감사’ 주심 조은석 위원에 ‘경고조치’…당분간 주심 배제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10월 7일 12시 2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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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현희 전 국민권익위원장에 대한 복무감사의 주심 위원을 맡았던 조은석 위원에 대해 감사원이 경고 조치를 했다. 또 당분간 주심 위원 업무에서 배제하기로 했다. 감사원이 감사위원에 대해 경고를 포함한 징계 조치를 취한 건 처음 있는 일이다.

감사 결과를 심의하는 ‘재판관’ 역할을 해야 할 조 위원이 직접 감사 대상으로부터 자료를 전달받아 감사원장을 제외한 감사위원들에게만 전달하고, 감사위원 간담회에서 전원합의되지 않은 사항을 감사 보고서에 반영하라고 요구하는 등 부당 행위를 했다는 것이 감사원의 시각이다.

이에 대해 조 위원은 정당한 업무수행이었다고 반박하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조 위원은 감사 대상인 전 전 위원장 측으로부터 직접 의견서를 제출받은 것에 대해서는 주심위원이 관계자에게 의견 진술 기회를 줄 수 있다는 감사원 감사 사무처리규칙(49조) 조항이 있다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전 전 위원장 감사 보고서 공개 과정을 점검한 감사원 진상조사 태스크포스(TF)의 조사에 조 위원은 응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감사원 관계자는 “감사원은 사건 관계자에게 본위원회, 소위원회 의견 제출 기회와 소명 의견제출 기회 등 다양한 공식 소명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라며 “이는 관계자가 제출한 의견과 증거를 모든 감사위원이 볼 수 있는 테이블 위에 올려놓고 객관적으로 공정하게 판단하자는 것”이라고 했다. 이 관계자는 “주심위원은 공식 절차를 거치지 않은 채 자료를 받았는데, 그 자료를 원장과 사무처에 제공하지 않았다"라며 "이후 위원회에서 '불문' 의견을 내면서 자료를 사용한 것"이라고 했다.

이에 앞서 감사원은 지난달 조 위원에 대해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공무상비밀누설, 공용서류 등 무효 등 의혹이 있다며 검찰에 수사를 요청했다. 감사원이 올 6월 전 전 위원장에 대한 감사 보고서를 공개한 이후 조 위원이 내부망에 “주심 위원 결재를 받지 않고 공개된 보고서”라고 밝히면서 ‘주심 패싱 의혹’이 불거졌다. 논란이 이어지자 감사원은 별도의 태스크포스팀을 꾸려 진상조사에 나섰다.

감사원 진상조사 TF가 국회에 제출한 결과 보고서에 따르면 조 위원은 감사위원회 개최 6일 전인 올 5월 26일 전 전 위원장의 변호인으로부터 직접 2차 의견서를 제출받은 뒤 이 서류를 감사원장을 제외한 다른 감사위원 5명에게만 전달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최재해 원장을 포함한 감사위원 7명으로 꾸려지는 감사위원회는 감사원 사무처의 감사 결과를 검토한 뒤 어떤 처분을 내릴지 결정하는 역할을 한다. 조 위원이 이중 최 원장과 사무처를 제외한 감사위원 5명에게 전 전 위원장 측 의견서를 전달했다는 것이다.

조 위원이 감사위원의 한 사람인 최 원장의 심의 의결 권한을 침해했고, 전 전 위원장 측 의견서에 대한 감사원 사무처의 의견 진술 기회를 박탈했다는 것이 감사원 진상조사 TF의 시각이다. 반면 조 위원은 주심위원이나 감사위원회 의장은 감사위원회 의결 전까지 심의를 위해 관계자 등에 의견을 진술할 기회를 줄 수 있다는 감사원 감사사무처리규칙 조항 등을 근거로 정당한 업무 수행이었다고 반박하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조 위원은 감사보고서 공개 전날인 올 6월 8일 감사원장을 제외한 위원들끼리 진행한 간담회에서 “전원 합의된 사항”이라며 감사 보고서 21곳의 문구를 고치거나 삭제해달라고 감사 부서에 요구했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이중 적어도 8곳은 감사위원들이 전원 합의한 사항이 아니었다는 것이 감사원 진상조사 TF의 주장이다.

전 전 위원장 감사보고서 공개와 관련한 의혹은 향후 검찰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의 수사를 통해 규명될 것으로 보인다. 더불어민주당이 전 전 위원장 등에 대해 ‘표적 감사’를 진행한 의혹으로 최재해 감사원장과 유병호 감사원 사무총장을 고발한 사안에 대해 공수처는 지난달 감사원 압수수색을 단행하는 등 강제 수사에 착수했다.

고도예 기자 ye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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