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보조금 빼돌려 유학-주택구입 유용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5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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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원, 민간단체 16명 수사요청
100일중 27일 출근하고 급여 챙겨
허위 직원 등재해 인건비 타내고
가족 페이퍼컴퍼니에 일감 몰아줘

비영리 민간단체 간부 A 씨가 위안부 기록물을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하기 위한 정부 사업에 참여하면서 근무 시간을 부풀려 인건비를 횡령한 혐의 등으로 수사를 받게 됐다.

감사원은 단체 10곳에서 A 씨 등 16명을 정부 보조금을 부정하게 빼돌린 혐의 등으로 경찰에 수사 요청했다고 16일 밝혔다. 이에 앞서 감사원은 최근 5년간 정부 보조금을 최소 1억 원 이상 수령한 비영리 민간단체 911곳을 대상으로 감사에 나섰고, 보조금 유용 의혹을 받는 단체들만 선별해 집중감사를 실시했다. 감사 기간은 지난해 8월부터 올 2월까지다. 대통령실은 지난해 12월 국민 혈세가 투입되는 비영리 민간단체의 ‘눈먼 보조금’에 대해 전면적인 대수술을 예고한 바 있다. 무소속 윤미향 의원이 대표로 있던 정의기억연대(정의연)의 정부 보조금 유용 혐의 재판도 이번 감사의 계기가 된 것으로 알려졌다.

● 정부 보조금 10억여 원 빼돌려 손녀 승마용 말 구입
감사원 등에 따르면 위안부 피해자 지원 단체인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대협·정의연의 전신)에서 수십 년간 간부로 활동했던 A 씨는 2018년 6월 한 사단법인과 근로 계약을 체결했다. 이 단체는 위안부 기록물을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하기 위한 정부 위탁 사업을 진행하고 있었다. A 씨는 매주 월, 화, 수요일 오전 9시 30분부터 오후 6시 30분까지 근무하는 조건으로 계약을 맺었다.

그러나 A 씨는 실제 근무해야 하는 100일 중 27일만 정상 출근했다. 36일은 해외 여행을 다녀왔고, 나머지 37일은 출근 여부도 확인되지 않은 것. 그럼에도 A 씨는 100일 모두 정상 출근한 것처럼 허위 서류를 만들어 급여 665만 원을 챙긴 혐의를 받는다. A 씨는 2019년부터 2021년까지 이 단체의 비상임 대표를 맡아 인건비 3100만 원을 부정하게 빼돌린 혐의도 받고 있다. 비상근 대표인 만큼 보조사업 정산보고서 작성 지침에 따라 급여를 받을 수 없었지만 인건비 명목으로 돈을 받았다는 것.

가족이나 지인을 ‘허위 직원’으로 등재시킨 뒤 정부로부터 인건비를 타낸 단체들도 이번에 적발됐다. 정부의 ‘병영 독서 활성화 지원 사업’을 수행했던 한 사단법인은 2017년부터 2021년까지 가족과 지인을 ‘허위 강사’로 등재하는 방식 등으로 10억5300여만 원의 정부 보조금을 빼돌렸다. 이 단체는 현수막, 영상 제작업체 등 거래 업체 25곳에 용역 대금을 부풀려 지급한 뒤 일부를 되돌려받는 ‘리베이트’ 방식으로 7억4500여만 원을 빼돌린 혐의도 받는다. 이 법인 본부장은 횡령한 회삿돈을 손녀의 유학비, 승마용 말 구입비, 자녀의 주택 구입 자금 등 개인적 용도로 사용한 것으로 조사됐다.

● 가족 명의 페이퍼컴퍼니 세운 뒤 용역 몰아줘
가족들이 운영하는 업체에 용역을 맡기는 방식으로 정부 보조금을 빼돌린 단체들도 적발됐다. 문화체육관광부의 재외동포 협력 사업에 참여한 한 단체 대표는 2021년 자신의 딸 명의로 페이퍼컴퍼니를 세운 뒤 이 업체에 ‘식전 문화 공연’ 등 용역을 맡기는 방식으로 정부 보조금 1200여만 원을 횡령한 혐의를 받는다. 다른 단체 대표는 경기 안산 지역 청소년의 회복을 돕는 사업을 진행하겠다면서 ‘세월호 특별법’에 따른 정부 보조금을 타낸 뒤 사업 인쇄물 제작을 자신의 배우자가 대표로 있는 업체에 맡겼다.

고도예 기자 yea@donga.com
#감사원#정부 보조금 유용#횡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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