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2일 모처럼 대통령실 출입 기자단과 소통의 시간을 가졌다. 윤 대통령은 기자단이 오는 4일 개장하는 ‘용산어린이정원’을 둘러본 후 대통령실 앞 ‘파인그라스’ 마당에서 점심을 먹는 가운데 깜짝 등장했고, 예정에 없던 간담회가 진행됐다.
윤 대통령이 갑자기 등장하자 현장에선 박수가 나오기도 했다. 윤 대통령은 잠시 헤드 테이블에 앉은 후 모든 테이블을 돌며 기자들과 일일이 악수했다.
윤 대통령과 대통령실 출입기자들이 마주한 것은 지난해 11월 도어스테핑 중단 이후 약 6개월 만이다. 물론 해외 순방 중 공식 기자회견, 기내에서 인사 등을 나누기는 했지만 장시간의 소통은 오랜만이다.
윤 대통령은 기자단을 둘러보며 “취임하고 매일 봤는데, 안 보니까 좀 섭섭하죠”라며 지난해 11월 이후 중단된 도어스테핑을 먼저 언급했다. 다소 불편할 수 있는 주제였지만 대통령의 발언에 현장에선 웃음이 나오기도 했다.
윤 대통령은 “부족한 점이 당연히 많았을 것이고, 여러분이 함께해 주기를 바라겠다. 이런 자리를 자주 만들겠다”고 하자 박수가 나왔다.
윤 대통령은 또 “(인원이) 너무 많으면 대화하기도 어려우니까 조금씩 나눠 가지고 자리를 한번(하겠다)”며 “인원이 적어야 김치찌개도 끓이고 하지 않겠어요”라고 말했다. 대선 후 당선인 시절 기자들에게 김치찌개를 끓여주겠다고 했던 약속을 재차 상기시킨 것이다.
이날 오찬에는 떡볶이, 순대, 닭강정, 샌드위치, 김밥, 아이스크림, 커피, 주스 등이 준비됐다. 윤 대통령이 좋아하는 것으로 알려진 민트초코맛 아이스크림도 마련됐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윤 대통령이 평소 즐겨 먹는 메뉴로 선정했고, 가장 좋아하는 아이스크림도 가져다놨다”고 설명했다.
취임 1주년을 앞둔 윤 대통령은 지난 1년을 되돌아보며 소회를 밝히기도 했다.
윤 대통령은 “비판도, 격려도 받고 하다 보니까 언제 1년 오나 했더니 벌써 1년이 왔다”며 “많은 성취, 실적 이런 것도 찾아서 정리하면 있겠지만, 지난 1년간 정권이 교체되고 그 정부를 맡아서 과연 우리나라와 사회가 얼마만큼 바뀌었느냐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윤 대통령은 “얼마만큼 더 따뜻해지고, 미래세대에게 꿈을 줄 수 있고, 더 사회가 정의롭고 공정해졌는지, 그리고 우리의 안보와 사회의 안전이 얼마만큼 더 확보가 됐는지 되돌아볼 것”이라며 “변화의 속도가 느린 부분은 다음 1년에 속도를 더 내고, 또 변화의 방향을 수정해야 되는 것은 수정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취임 1주년 기자간담회를 여는 방안에 대해선 “한 번 생각해 보려고 한다”며 가능성을 열어뒀다.
다만 “용산 스태프(참모)들에게 ‘취임 1주년을 맞아서 뭐를 했고 하는 자화자찬은 절대 안 된다’고 말했다”며 성과를 나열하는 보여주기식 행사는 하지 않겠다고 선을 그었다.
윤 대통령은 “무슨 성과, 이러면서 자료를 쫙 주고서 잘난 척하는 행사는 국민들 앞에 예의가 아닌 것 같다”고 잘라 말했다.
보여주기식 1주년 행사는 하지 않겠다고 강조한 뒤 윤 대통령은 농담조로 “여러분과 맥주나 한잔하면서 이야기하는 그런 간담회는 모르겠는데”라고 말해 웃음을 자아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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