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제 개편, 2월도 결국 ‘빈손’… 남은 시간은 40일 남짓[정치 인&아웃]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2월 28일 18시 3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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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총선 룰 개편하는 선거법 개정, ‘2월 내 복수안 마련’ 결국 무산
여야 내부에서도 의견 통일 안 돼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 정치관계법개선소위원회가 2월 23일 국회에서 선거법 개정안을 논의하는 회의를 하고 있다. 가운데는 소위원장을 맡은 국민의힘 조해진 의원. 뉴시스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 정치관계법개선소위원회가 2월 23일 국회에서 선거법 개정안을 논의하는 회의를 하고 있다. 가운데는 소위원장을 맡은 국민의힘 조해진 의원. 뉴시스
내년 4월 치러지는 총선의 규칙을 정하는 문제가 여전히 해법을 찾지 못하고 있다. 김진표 국회의장과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는 당초 “이달 말까지 선거제도 개편에 대한 복수안을 마련하겠다”고 했지만 결국 소득 없이 2월을 흘려 보낸 것. 이에 따라 정치권에서는 “이번에도 선거제도 개편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내년 총선 선거구 획정 법정 시한은 4월 10일까지다.

● 선거제도 논의, 2월도 결국 ‘빈손’으로


당초 국회에서는 그 어느 때보다 선거제도 개편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컸다. 윤석열 대통령과 김 의장이 중대선거구제 도입 필요성을 제시한 데다, 전체 국회의원의 40.5%인 여야 121명이 모여 초당적 정치개혁을 주장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그러나 2월이 끝나가는 시점에서도 선거제도 개편은 여전히 난항을 겪고 있다.

공직선거법 개정안을 논의하는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 산하 정치관계법개선소위원회는 2월 15, 16일 연속 회의를 통해 선거법 개편안을 2가지로 압축하려 했지만 끝내 실패했다. 23일에는 지역구를 제외하고 비례대표제만으로 범위를 줄여 재차 논의했지만 의미 있는 결과물을 못 냈다. 당초 2월 중 정개특위가 복수안을 만들고, 3월에 국회의원 299명이 모두 참여하는 전원위원회에 이 복수안을 올려 단일안을 만들자는 김 의장 구상 역시 일단 제동이 걸린 셈이다.

선거법 개정안은 지역구 의원을 뽑는 방식(소선거구제, 중대선거구제)과 비례대표 의원을 뽑는 방식(병립형, 연동형, 권역별)을 무엇으로 정하고 어떻게 조합하느냐가 핵심이다. 현재까지 논의를 종합하면 △소선거구제-병립형 비례대표제 △소선거구제-연동형 비례대표제 △도농복합형 중대선거구제-권역별 연동형 비례대표제 등 3가지 방향으로 추려진 상태다.

하지만 어떤 조합으로 최종 결정할지는 여야와 지역 간 견해차가 커 좀처럼 좁혀지지 않고 있다. 정개특위 소속 한 의원은 “이대로라면 4월 10일 전에 개편안을 확정하는 건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했다.

● 중대선거구제, 與 영남-野 수도권 반대

논의가 난항을 겪는 건 같은 당내에서도 선거제도 개편에 대한 의견이 엇갈리기 때문이다. 지역구 의원을 뽑는 방식을 두고는 국민의힘에선 당의 주축인 영남권 의원들이, 더불어민주당에선 100명에 달하는 수도권 의원들이 대체로 소선거구제를 선호한다. 이들도 지역구에서 1등만 뽑아 50% 미만의 표를 사표로 만드는 소선거구제의 폐해에는 대체로 동의한다. 하지만 자칫 지역구를 넓혀 2~5등까지 뽑는 중대선거구제를 도입하면 텃밭을 잃을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정개특위에 몸담은 다른 의원은 “영남에선 민주당, 수도권에선 국민의힘이 30~40%의 지지를 얻기에 중대선거구제를 도입하면 상대 당에 기존 의석을 적잖이 떼주게 될 가능성이 가장 크다”고 말했다.

여당에서는 중대선거구제를 도입해야 한다면 전면 도입보다는 도농복합형이 현실적이라 보고 있다. 일정 인구 이상의 도심에선 중대선거구제를 도입하되 인구소멸 지역은 소선거구제를 유지하는 방식이다. 이럴 경우 영호남 지역은 대부분 소선거구제를 유지하게 된다. 하지만 수도권 121석 중 100석을 보유한 민주당 내에서 반대 기류가 크기에 합의가 쉽지 않을 전망이다.

● 여야가 정반대인 비례대표제 개편안

여야 2020년 총선 당시 초유의 ‘위성정당’이 출범했던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를 폐지하자는 데엔 대체로 한뜻이지만 개편 방향성은 정반대다. 국민의힘은 지역구와 별도로 정당에 투표해 비례대표 의원을 뽑는 병립형 비례대표제로의 회귀를 주장한다. 이 방식은 2016년 총선 때까지 사용됐다.

반면 민주당은 지역구 득표율을 온전히 비례대표 의석수에 연동하는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을 바라는 목소리가 많다. 2020년에 쓰인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는 비례대표 47석 중 30석에 한해 연동률 50%에 그친 불완전 제도였다는 취지다.

여기에 야당에서는 연동형 비례대표제의 권역별 실행을 적극 주장하고 있다. 비례대표 후보를 권역별로 낸 다음 권역별 정당 득표율에 따라 뽑는 방식이다. 이럴 경우 영남권에서 30~40%가량을 득표하는 민주당이 호남에서 한 자릿수 지지율에 그치고 있는 국민의힘보다 비례대표 의석 수 확보에 유리하다. 하지만 국민의힘은 호남에서 비례대표를 사실상 낼 수 없으면서 영남권에선 비례대표 의석을 빼앗길 수 있기에 찬성할 수 없는 방식이다.

● 현역 달래기용 ‘의석 수 확대’

현역 의원들 사이에선 자신이 당선된 현행 선거제도를 크게 흔들었다가 자칫 내년 총선에서 불리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적지 않다. 그래서 거론되는 게 국회의원 정수 확대다. 김 의장이 의원 정수를 현행 300명에서 350명으로 늘려 비례대표 의석을 현행 47석에서 97석으로 늘리는 방향의 개편안을 제시한 것도 현역의 기득권을 최대한 보장하면서 선거법 개편의 추동력을 높이려는 속내가 담겨 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의석 수를 늘리는 것에 대한 국민적 반감이 매우 큰 데다, 비례대표 의석만 늘리는 것에 대한 지역구 의원들의 불만도 팽배하다. 현실 정치에선 특수직역의 입법권 보장 등 정치적 다양성을 담보한다는 비례대표 취지가 잘 작동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다. 정개특위 소속 한 지역구 의원은 “솔직히 자기 직역에 관한 일을 하는 비례대표가 얼마나 있느냐”며 “대부분 2년 정도 하다가 다음 총선에 나갈 지역구 찾을 생각만 하지 않느냐”고 했다.

조동주 기자 dj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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