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정부 민간단체 보조금 年3555억씩 늘어… ‘지역혁신정책관’ 새 직제 만들어 우회지원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12월 2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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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단체 국고보조금 논란]
대통령실, 1차 실태조사 공개
내년 상반기까지 전수조사

문재인 정부 5년 동안 민간단체에 대한 국고보조금이 매년 평균 3555억 원꼴로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통령실은 내년 상반기까지 각 부처를 통해 ‘눈먼 돈’이라는 비판을 받아온 민간단체 보조금 지원 현황을 전수조사하기로 했다.

대통령실은 28일 ‘비영리 민간단체 보조금 현황과 향후 계획’을 발표하며 2016∼2022년 7년 동안 각종 시민단체와 협회, 재단, 연맹, 복지시설 등 비영리 민간단체에 지급한 정부 보조금은 총 31조4665억 원이라고 밝혔다. 윤석열 대통령이 “국민 혈세가 그들만의 이권 카르텔에 쓰인다면 국민이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한 뒤 하루 만에 1차 실태조사 결과를 내놓은 것이다.

대통령실은 전(前) 정부에서 민간단체 보조금이 빠르게 늘어난 사실에 주목했다. 박근혜 정부 4년 차인 2016년 3조5571억 원이던 보조금이 문재인 정부 4년 차인 2021년 5조3347억 원으로 늘며 처음으로 5조 원을 돌파했다는 것이다. 문재인 정부 당시 행정안전부는 민간 협력 명목으로 기존 조직 외에 지역혁신정책관이라는 새로운 직제까지 만들어 민간단체 지원에 나섰고, 올해에만 34억 원을 ‘우회 지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실은 보조금을 부정 수급하거나 부당하게 사용한 사례에 대해서도 발표했다. 이관섭 대통령국정기획수석비서관은 브리핑에서 “7년간 지원 규모가 30조 원이 넘는데도 2016년 이후 전 부처에서 적발한 문제 사업이 153건, 환수 금액이 34억 원이라는 것은 보조금 사업이 전혀 관리되지 않았던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부는 내년 상반기까지 정부 전체의 민간단체 보조금 지원 현황을 전수조사하고, 문제 사업에 대해서는 2024년 예산 편성 과정에서 대수술을 하겠다는 방침이다.

‘세월호 보조금’ 받아 건강식품 구입… 청년지원금으로 정치집회


민간단체 보조금 실태
7년간 31조 지원에도 관리 부실
부정사용 회수액은 34억 그쳐
野 시도지사 지역 보조금 지원 급증



#. 세월호 피해자를 지원하는 4·16재단은 해양수산부에 보조금을 신청할 당시 사업계획으로 써냈던 활동 평가 워크숍을 개최하지 않았다. 또 보조금으로 건강보조식품을 샀고, 사전 승인 없이 주말과 심야에 업무추진비를 사용하다가 적발됐다.

#. 독립운동가 단체인 운암 김성숙선생기념사업회는 2020년 국립서울현충원에서 ‘친일파 파묘 퍼포먼스’를 했다. 당초 국가보훈처로부터 ‘현충원 탐방 및 역사해설사 프로그램’ 운영 명목으로 2500만 원의 보조금을 받았으나 취지와 다른 행사를 한 것이다.

이는 28일 대통령실이 발표한 ‘비영리 민간단체 보조금 문제사업’으로 지적된 사례들이다. 이 외에도 정부 보조금을 허위 정산이나 회계 조작 등으로 부정 수급하거나 사업 목적과는 다르게 사용해 적발된 사례가 다수 포함됐다.
○ 광역자치단체 5년 보조금은 67조 규모

정부는 2016년 이후 전 부처에서 문제 사업 153건을 적발해 총 34억 원을 환수했다. 그러나 7년 동안 10만여 건의 사업에 총 31조4665억 원을 지원한 것을 감안하면 적발 건수가 ‘새 발의 피’라는 게 대통령실의 판단이다.

대통령실 조사 결과 문재인 정부 5년 동안 보조금 규모는 매년 평균 3555억 원꼴로 급증해 2022년 현재 5조4446억 원 규모다. 지원단체 수도 박근혜 정부 4년 차인 2016년 2만2881개에서 문재인 정부 4년 차인 2021년 2만7215개로, 4334개 늘었다. 여기에는 지방자치단체나 시도교육청, 공공기관 등의 보조금은 포함되지 않았다.

국민의힘 서범수 의원실이 확보한 17개 광역시도 민간 보조사업 현황에 따르면 2017∼2021년 5년 동안 민간단체 보조금은 67조2842억 원으로 추산됐다. 2021년 기준 5년 동안 30% 이상 늘어난 지역은 7개에 이른다. △대전(당시 허태정 시장) 110.9% △인천(〃 박남춘 시장) 50.9% △충남(〃 양승조 지사) 37.5% △전남(〃 김영록 지사) 34.8% △경기(〃 이재명 지사) 32.4% △강원(〃 최문순 지사) 31.8% △서울(〃 박원순 시장) 30.7% 등이다. 모두 더불어민주당 소속 광역단체장이 있는 지역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27일 국가보조금을 받는 민간단체의 불투명한 회계를 문제 삼으며 ‘이권 카르텔’이라는 표현을 썼다. 문재인 정부 당시 진보 성향 단체들이 조직을 유지, 확대하는 수단으로 정부와 지자체의 보조금을 활용하고, 해당 단체는 이를 통해 정권의 지지 세력으로 활동했다는 윤 대통령의 인식을 반영한 표현이다.
○ 행안부 내 조직 만들어 ‘우회 지원’ 논란도

대통령실은 문재인 정부 5년 동안 보조금 규모가 빠르게 늘었지만 그에 비해 제대로 된 관리 시스템을 갖추지 못한 점도 문제로 꼽고 있다. 여기에 민간단체 지원을 늘리기 위해 부처 내 새 조직까지 만들며 기존 관리 시스템을 ‘우회’한 것도 논란이 될 것으로 보인다.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지역혁신정책관은 문재인 정부 출범 직후 신설된 사회혁신추진단을 확대한 조직이다. 기존 2개 과에 지역공동체과, 지구촌새마을과가 추가되면서 2019년 1월 국(局)으로 승격됐다. 이 가운데 지역공동체과는 세월호 피해 지역인 경기 안산시 주민들을 돕는 ‘지역공동체 기반 조성 사업’ 등을 시행했고, 지구촌새마을과는 사회적경제 기업을 지원하는 ‘사회적경제 민·관 협업체계 구축사업’ 등을 주관했다.

행안부 관계자는 “민간단체로 등록돼 있지 않은 단체더라도, 새롭게 공모를 통해 관련 사업을 발굴하겠다는 취지였다”며 “(기존 민간단체 지원 조직인) 민간협력과에선 수행할 수 없는 구조였다”고 했다.

그러나 지역혁신정책관의 지원 사업은 민간협력과와 달리 별도 시스템으로 관리하고 있지 않다. 매년 공모를 거쳐 사업을 선정하고, 이후에 정산하는 형태라 관리감독이 느슨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홍수영 기자 gaea@donga.com
사지원 기자 4g1@donga.com
전주영 기자 aimhigh@donga.com
#文정부#민간단체 보조금#국고보조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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