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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동아|정치

‘尹 정부 시행령 정치’ vs ‘야당 예산안 삭감’ 누가 더 손해일까

이종훈 정치경영컨설팅 대표·정치학 박사
입력 2022-11-26 16:57업데이트 2022-11-26 1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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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훈의 政說] 
10월 25일 윤석열 대통령이 국회 본회의장에서 내년도 정부 예산안에 대한 시정연설을 하는 모습. [동아DB]10월 25일 윤석열 대통령이 국회 본회의장에서 내년도 정부 예산안에 대한 시정연설을 하는 모습. [동아DB]
집권 이후 윤석열 대통령은 ‘시행령 정치’에 집중했다. 여소야대 상황에서 거대 제1야당인 더불어민주당(민주당)의 반대로 국회에서 법안 개폐가 힘들 것이라 보고 우회로를 택한 것이다. 시행령 정치의 가장 대표적 사례는 ‘경찰국 설치’와 ‘검수원복’, 곧 검찰 수사권 일부 원상 회복이다. 두 사안 모두 야당의 극렬한 반대 속에서 시행령 개정안이 강행 처리됐다.

시행령 정치는 야당의 견제를 얼마간 따돌릴 수 있다는 점에서 강점이 많다. 반면, 모든 국정 현안을 이것으로 해결할 수 없다는 점에서는 한계가 분명하다. 대표적으로 예산 수반 사업은 할 수 없다. 이런 사업은 반드시 법률에 근거를 둬야 하기 때문이다. 당연히 입법기관인 국회가 통과시켜줘야만 한다. 더 나아가 예산까지 국회가 편성해야 정부는 일을 할 수 있다.

최근 민주당은 바로 이 점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 각 상임위원회 예산 심의 단계부터 매우 적극적으로 ‘시행령 정치’ 무력화를 시도하는 것이다. 대표적 사례가 바로 경찰국 예산 삭감이다. 윤석열 대통령의 지시를 받아 행정안전부가 시행령을 개정해 경찰국을 설치했지만 관련 인건비와 운영 예산을 국회 심의 과정에서 삭감해버리면 경찰국 활동은 사실상 불가능하거나 위축될 수밖에 없다.

적극적 시행령 정치 무력화 시도


민주당은 행정안전위원회 예산 심의 초기에 경찰국 예산 전액 삭감을 추진했고, 실제로 예산결산기금심사소위원회(예결소위)가 단독으로 그렇게 결정을 내리기도 했다. 이 예산을 살리고자 국민의힘은 ‘말로 주고 되로 받는’ 참담한 거래를 해야 했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역점 사업이기도 한 지역사랑상품권 발행 지원 예산을 5000억 원 증액하기로 한 것이다. 그 결과 경찰국 예산은 20% 삭감하는 선에서 최종 합의가 이뤄졌다.

대통령실 관련 예산도 삭감됐다. 민주당은 국민의힘의 반대에도 단독으로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예결소위에서 대통령실 주변 용산공원 조성 사업 예산 303억 원을 전액 삭감했다. 운영위원회는 대통령실 이전 관리 예산 중 일부인 29억여 원을 삭감했다. 기획재정위원회는 영빈관 신축 관련 예산 497억 원도 삭감할 예정이다.



민주당은 ‘윤석열표 예산안’을 ‘이재명표 예산안’으로 둔갑시키는 중이기도 하다. 지역사랑상품권 발행 지원 예산 외에도 임대주택과 주거급여 지원 예산을 증액했다. 11월 16일 기준으로 9개 상임위원회에서 민주당이 이재명표 예산을 8조6519억 원 증액했다는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이것이 최종 예산안에 반영된다면 이번 예산안은 윤석열표 예산안이라 부르기조차 민망해질 테다.

이뿐 아니다. 민주당은 예산결산특별위원회 논의 과정에서 윤석열표 핵심 공약의 무력화마저 시도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세법 개정안 반대다. 윤 대통령은 집권 이후 민간과 시장 중심의 성장을 강조하면서 대규모 감세를 준비했고, 3대 세법 개정안을 추진하고 있다. 이것을 관철하지 못하면 윤석열표 경제정책은 근간부터 흔들릴 수밖에 없다.

대통령과 국민의힘, 묘책은 있나


11월 16일 국회에서 열린 행안위 전체회의에서 예산안 상정을 두고 여야의원들의 설전이 벌어졌다. [동아DB]11월 16일 국회에서 열린 행안위 전체회의에서 예산안 상정을 두고 여야의원들의 설전이 벌어졌다. [동아DB]


윤 대통령과 국민의힘은 이런 민주당의 질주를 막을 묘책을 가졌을까. 가장 먼저 생각해볼 수 있는 대안은 여야 영수회담, 곧 대통령과 여야 당대표 간 회담이다. 이것이 가능하려면 윤 대통령의 정무적 결단이 전제돼야 하는데, 최근 드러난 일련의 사태로 봐서는 그런 결단을 내릴 가능성이 별로 없을 듯하다.

윤 대통령이 과거 김영삼 또는 김대중 전 대통령 같은 수준의 정무적 감각을 가졌다면 이미 여야 영수회담이 성사됐을 것이다. 이재명 대표에 대한 사법 처리와 여야 예산안 협상은 충분히 분리 대응이 가능한 사안이기 때문이다. 대통령이 유연성을 발휘하지 못한다면 국민의힘 지도부라도 그러해야 하지만, 당이 윤 대통령 친정체제로 넘어간 이후 이 또한 힘들어진 모양새다. 특히 주호영 원내대표가 협상 전권을 행사하지 못하는 환경이 문제다.

냉정하게 한번 따져보자. 이번 예산안을 민주당이 원하는 방향, 곧 ‘이재명표 예산안’으로 통과시키면 누가 더 손해일까. 당연히 윤 대통령이다. 이번 예산안은 윤석열 정부의 첫 예산이다. 그래서 이번 예산에 윤석열표 공약 사업을 대거 포함시켰는데, 이것이 무산된다면 국정 성과를 낼 수 없다. 국정 성과조차 내지 못하면 윤 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율은 더 하락할 것으로 봐야 한다. 이런 상황에서 야당 탓을 해봤자 귀담아들을 국민은 없다. 그저 무능력한 대통령과 정부, 그리고 여당이라고만 생각할 것이다. 따지고 보면 협상력이야말로 대통령의 필수 역량이다.

여야 영수회담을 하기도 싫고, 국민의힘 지도부에 협상 전권을 주기도 싫다면 윤 대통령이 택할 수 있는 건 기우제를 지내는 일뿐이다. 하늘이 비를 내려 민주당 의원들을 개과천선케 하고, 그들로 하여금 자발적으로 윤석열표 예산안을 온전히 통과시키도록 하는 것이다. 그런 기적이 가능하지 않다면 싫어도 앞서 지적한 대안을 실행에 옮겨야 한다.

이런 가운데 대통령실과 국민의힘 지도부는 준예산 사태까지 경고하고 나섰다. 대국민 여론전으로 돌파해보려는 고육책이다. 하지만 준예산 사태가 벌어진다면 누가 더 손해일까. 문재인 정부 정책이 연장 집행되는 셈이라 민주당으로서는 손해 볼 것이 없다. 정권이 교체됐는데 대통령실과 국민의힘의 협상력 부족으로 바뀌는 부분이 하나도 없는 상황이 이어진다면 보수 핵심 지지층 내에서도 불만이 커질 것이 분명하다.

《이 기사는 주간동아 1366호에 실렸습니다》

이종훈 정치경영컨설팅 대표·정치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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