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차’ 풍자 만화에…문체부 “세금 102억 지원, 엄중 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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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2년 10월 4일 15시 0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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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혜영 “웃자고 그렸는데 죽자고 달려들면 더 우스워져”

문화체육관광부가 4일 ‘윤석열차’ 풍자 카툰 논란과 관련해 주최 측에 엄중 경고하고 심사기준과 선정 과정을 살피겠다고 밝혔다.

문체부는 이날 입장문을 내고 “중·고등학생을 대상으로 주최한 전국학생만화공모전에서 정치적인 주제를 노골적으로 다룬 작품을 선정해 전시한 것은 학생의 만화 창작 욕구를 고취하려는 행사 취지에 지극히 어긋나기 때문에 만화영상진흥원에 유감을 표하며 엄중히 경고한다”고 밝혔다.

문체부는 “비록 공모전을 주최한 만화영상진흥원이 부천시 소속 재단법인이지만 국민의 세금인 정부 예산 102억 원이 지원되고 있고, 공모전의 대상은 문체부 장관상으로 수여되고 있다”며 “해당 공모전의 심사기준과 선정 과정을 엄정하게 살펴보고 관련 조치를 신속하게 취하겠다”고 전했다.

특히 문체부 후원 명칭 사용승인에 관한 규정 제9조에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경우, 소관부서는 승인사항을 취소하고 그때부터 3년간 후원 명칭의 사용을 승인하지 않을 수 있다”고 명시된 점을 고지했다.

문체부의 이같은 입장에 야권에서는 비판이 나왔다. 이날 한국애니메이션고등학교 출신인 장혜영 정의당 의원은 페이스북을 통해 “고등학생에게는 현직 대통령을 만화로 풍자할 자유가 없냐? 아니면 현직 대통령이나 영부인, 검찰을 풍자한 작품은 수상작에서 제외해야 한다는 규칙이 있냐?”며 “그럴수록 역풍을 맞을 뿐”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혹여나 대통령실은 이번 일로 문체부 팔 비틀 생각 말고 그냥 허허 웃고 지나가시기 바란다”며 “웃자고 그렸는데 죽자고 달려들면 더 우스워진다. 최고권력자로서 비판의 목소리에도 눈과 귀를 여는 여유가 필요하다”고 전했다.

앞서 문체부와 경기도, 부천시가 후원하고 한국만화영상진흥원이 주최한 부천국제만화축제에 ‘윤석열차’라는 제목의 그림이 전시됐다.

모 예술고등학교 학생이 그린 이 카툰은 윤 대통령 얼굴을 한 열차가 내달리자 시민들이 놀라 달아나는 모습을 담고 있다. 김건희 여사가 열차 기관사로, 검사들은 칼을 든채 각 객차에 도열해 있는 모습을 그렸다. 이 그림은 학생 카툰부분에서 금상을 받아 축제 기간(9월 30일~10월 3일) 동안 한국만화박물관 2층 도서관 로비에 전시됐다.

일각에서는 정치 편향적 색채가 농후한데 수상작으로 선정된 배경을 두고 논란이 일었다. 이에 만화영상진흥원 측은 “심사는 무작위로 추천한 심사위원들이 맡았다”며 “현실을 풍자한 그림은 예전부터 있었고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입장을 내 놓았다.

박태근 동아닷컴 기자 pt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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