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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지키기’ 사활 거는 野, 효과는 글쎄?

이종훈 정치경영컨설팅 대표·정치학 박사
입력 2022-09-24 10:14업데이트 2022-09-24 1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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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훈의 政說] “정치적 의도 작용한 결과” vs “정치 탄압 프레임으로 면피 마라”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맨 앞줄 가운데)와 의원들이 9월 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윤석열 정권의 정치탄압에대 한 성명서’를 발표하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동아일보DB
더불어민주당(민주당)이 ‘이재명 지키기’에 사활을 거는 분위기다. ‘윤석열 정권 정치탄압대책위원회’까지 출범시켰다. 위원장을 맡은 민주당 박범계 의원은 9월 19일 1차 전체회의에서 “윤석열 정권은 불공정한 수사 여론 비판에도 폭주기관처럼 경찰, 검찰, 감사원 등 모든 사정기관을 동원해 전 정부와 야당 인사 수사에만 몰두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치 탄압 프레임은 제1야당이 대통령을 공격할 때 자주 사용하는 방식이다. 하지만 최근 실효적으로 작동한 적은 별로 없다. 군사독재 시절에 비견할 정도로 강도 높은 정치 탄압이 행해진 적이 없기 때문이다.

“있는 죄도 덮고 가자는 것 아닌가”

국민은 정치 탄압 프레임을 전면에 내걸면서 합당한 처벌을 피해 간 정치인이 많았다고 생각한다. 정치권에서 그간 정치인 특별사면을 끈질기게 요구해왔고 역대 대통령도 이를 남발했다고 보기 때문이다. 여야 불문 상호 온정주의가 난무하고 있다고 볼 뿐이다. 민주당의 이번 정치 탄압 프레임을 보는 시각도 크게 다르지 않을 테다. 결국 “있는 죄도 그냥 덮고 가자는 이야기 아닌가”라는 시각이 있는 것이다.

얼마 전 한 기자로부터 “정치 탄압 여부를 판단내릴 수 있는 기준이 대체 뭔가”라는 질문을 받았다. “애매하다”며 “그나마 기준을 제시한다면 수사 강도와 타이밍 정도가 아니겠느냐”라고 답했다. 첫째, 해당 사건과 관련해 통상적 관행을 넘어선 고강도 또는 장기간 수사가 진행된다면 이는 정치 탄압으로 볼 수밖에 없다. 둘째, 선거를 앞둔 때나 대통령과 여당 지지율이 급락하는 상황에서 수사가 이례적으로 신속하면서도 떠들썩하게 진행돼도 마찬가지다.

이재명 대표의 경우 어디에 해당할까. 애매한 중에서도 더 애매한 경우다. 이 대표와 민주당 측은 “당대표 당선 직후부터 대표 본인은 물론, 배우자 김혜경 씨와 아들에 대한 수사까지 진행하는 것은 다분히 정치적 의도가 작용한 결과”라고 주장한다. 이 대표 체제 출범으로 ‘윤석열 대 이재명’ 구도가 다시 만들어졌다. 대선 연장전으로 정국이 흐르면서 정권에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아지자 윤석열 대통령이 이재명 죽이기에 본격 나섰다는 진단이다. 하지만 대선 과정에서 이 대표에 대한 의혹이 집중적으로 제기됐고, 그 시점에 고소·고발이 주로 이뤄졌다. 지금 수사가 집중되는 것은 당연한 측면이 없지 않다.

지방선거 전후 또는 당대표 경선 시기에 수사가 집중됐으면 민주당은 정치 탄압 프레임을 내걸었을 것이다. 윤 대통령 입장에서도 굳이 이재명 죽이기를 추진한다면 그 시기에 수사를 집중해 낙선하게 만드는 편이 낫다. 이를 못 했다는 것은 그 정도로 악의를 갖고 있지 않거나 그럴 능력이 없다는 이야기다. 민주당은 ‘이재명 죽이기’와 ‘이준석 죽이기’를 자주 비교한다. 이준석 죽이기 하나에도 여권 내 손발이 맞지 않아 허둥대며 무리수를 두는 것을 보면 후자일 개연성이 크다.

이런 상황에서 정치 탄압 프레임을 강하게 걸면 역풍을 유발할 확률이 높다. 옛 속담에 ‘방귀 뀐 놈이 성낸다’는 말이 있다. 정치 탄압에 대한 야당의 문제제기가 과도하다고 느끼는 순간 국민은 이 속담을 떠올릴 것이다. 민주당은 이미 문재인 정부 내내 ‘내로남불’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이 대표 역시 그랬다. 공격받을 때마다 민주당 정치인들이 택한 방식은 ‘인정과 사과’보다 ‘부인과 역공’이었다. “증거가 있느냐” “당신들도 그러지 않았느냐” “오히려 상대가 더 했다” 같은 논리다. 이 대표가 대선 기간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에 휩싸였을 때 이를 ‘국민의힘 게이트’라며 역공을 펼치고 나섰던 것도 같은 경우다. 역공이 주효했다면 정권은 교체되지 않았을 것이다.


조국 지키기도 실패했는데…

민주당이 이재명 지키기 차원에서 펼치는 정치 탄압 프레임의 역공 역시 마찬가지 운명을 맞을 수 있다. 민주당은 이미 ‘조국 지키기’에 실패했고 따지고 보면 ‘문재인 지키기’도 실패했다. 대선 기간에는 이재명 지키기도 실패했는데 오류를 되풀이하고 있다. 그것도 훨씬 더 증폭된 형태로 말이다. 만약 이 대표 관련 수사가 기소를 거쳐 실형 선고로 이어진다면 다 함께 침몰하자는 것과 다르지 않은 선택으로 귀결되는 셈이다.

문재인 전 대통령과 원팀 정신으로 똘똘 뭉쳤던 이들이 최근 이 대표와 원팀 정신을 역설하고 있다. 결과적으로 원팀에 실패한 지금도 원팀 정신에 집착하는 모습을 보인다. 원팀 정신이 어느 정도 필요하겠지만 누군가를 수령 모시듯 해서는 곤란하다. 무엇보다 민심 이탈을 초래하는 원인이 된다. 일체감을 가지고 제대로 모셔야 할 대상은 특정 개인이 아니라 국민이어야 한다. 너무나 당연한 말이지만 그것이 바로 전체주의와 민주주의의 차이다.

민주당은 한국 민주화를 주도했다는 자부심으로 뭉친 정당이다. 그런데 최근 민주당을 보면 내부적으로는 오히려 전체주의를 지향한다는 느낌이 들어 점점 낯설어진다. 각종 여론조사 결과에 담긴 국민의 명령은 분명하다. “이재명 대표도 수사하고 김건희 여사도 수사해라” “그 누구도 법 앞에 평등해야 한다”는 것이다. 여기에는 “정치 탄압 프레임으로 면피할 생각은 마라”는 뜻도 포함돼 있다.

[이 기사는 주간동아 1357호에 실렸습니다]

이종훈 정치경영컨설팅 대표·정치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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