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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삼은 내각 발표 당일 4명 교체했는데…” 尹, 국민 눈높이 맞춰 인적쇄신 할까

입력 2022-08-14 10:18업데이트 2022-08-14 1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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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박근혜 정부 첫해 인적쇄신으로 국면 돌파 시도…“서육남 위주가 문제”
윤석열 대통령(왼쪽)이 7월 5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박순애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에게 임명장을 수여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뉴스1
“초대 내각 발표 당일 막판에 김영삼 전 대통령에게 ‘문민정부는 부드러운 이미지를 추구하는데 국민이 A 씨를 어떻게 볼지 모르겠다’고 건의했더니 ‘얼른 바꾸라’고 하더라. 그런 식으로 그날 장관급 인사 등 주요 후보자 4명이 바뀌었다. 호남지역 인사 안배 등 여러 요인을 고려한 결정이었다. 김영삼 정부 초기에 인사 검증 논란이 일면서 ‘인사가 망사(亡事)’라는 이야기도 나왔지만 적어도 민심은 살뜰히 살펴가며 임명했다.”

김영삼 정부 시절 청와대 참모로 일한 한 관계자가 8월 10일 ‘주간동아’와 통화에서 한 말이다. 첫 문민정부로 임기 초 국민의 기대와 지지를 한껏 받았던 김영삼 정부는 인사 논란을 적잖게 겪었다. 첫 보건사회부(현 보건복지부) 장관에 의사 출신 박양실 씨가 임명됐으나 부동산 투기 의혹으로 임기 9일 만에 사퇴한 것이 대표적 예다. 김영삼 정부 청와대 관계자는 “현 정부 들어서도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정호영)가 논란에 휩싸였는데 상당히 오래 버티다 물러났다”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인사권자 입장에서는 한 번 임명한 사람을 내보내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면서도 “국민 눈높이를 맞춰야 한다”고 말했다.

‘대통령 취임 100일’을 맞이하기 전부터 내각 사퇴가 발생해 윤석열 정부의 인사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박순애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8월 8일 임기 34일 만에 사퇴했다. 윤석열 정부 1기 내각 중 첫 사임이다.

박 전 장관은 인사 검증 기간부터 만취운전 논란, 논문 중복 게재 의혹, 대학원생 대상 갑질 의혹을 받았다. 특히 7월 29일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여론 수렴을 거치지 않고 ‘만 5세 입학’ 학제 개편안을 발표한 것이 사퇴의 결정적 배경이었다. 윤 대통령은 박 전 장관 사퇴 당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출근길에서 기자들이 박 장관 경질 가능성을 묻자 “필요한 조치가 있으면 하고 그렇게 일을 해나가겠다”고 말한 바 있다. 윤 대통령이 “국정 동력이라는 게 다 국민들로부터 나오는 것 아니겠나”라고도 강조한 만큼 인적쇄신이 이어질 것이라는 기대가 많았으나 박 전 장관 사퇴 이후 추가 조치는 나오지 않고 있다.

尹 부정 평가 원인 1위, 인사

윤 대통령 지지율이 20%대에 머무르는 배경으로도 인사 문제가 가장 크게 거론된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한국갤럽이 8월 2일부터 사흘간 전국 성인 남녀 1001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대통령 직무수행 평가에서 윤 대통령에 대한 긍정 평가는 24%를 기록했다(표본오차는 95% 신뢰 수준에서 ±3.1%p. 여론조사와 관련한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2주 연속 긍정 평가가 30%대를 하회했다. 부정 평가의 주요 원인은 인사였다. ‘잘못하고 있다’고 응답한 사람(66%)의 23%가 인사를 이유로 들었다. ‘경험 및 자질 부족·무능함’(10%), ‘독단적·일방적’(8%), ‘소통 미흡’(7%) 순이다.

인사는 과거 정권에서 상황에 따라 문제 원인 혹은 해결책으로 기능해왔다. 특히 역대 정부는 임기 초 지지율 하락 국면을 맞이할 때마다 인적쇄신 카드로 상황을 돌파하려 했다. 보수 정권에서 이 같은 사례가 두드러졌다. 윤석열 정부와 마찬가지로 임기 초 지지율 하락을 맞이했던 이명박 정부가 대표적이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2008년 광우병 사태로 취임 넉 달 만에 지지율이 10%대로 떨어지자 2008년 6월 19일 특별기자회견을 열어 “뼈저린 반성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전 대통령은 당시 내각·청와대 인적쇄신을 약속했는데 다음 날 류우익 대통령비서실장을 포함해 청와대 수석비서관 전원이 사퇴했다. 정부 출범 117일 만이었다(표 참조). 박근혜 전 대통령 역시 임기 중 첫 휴가를 다녀온 직후 대통령비서실장과 수석비서관 4명을 동시에 교체했다. 정부 출범 6개월 만이었다.

김영삼 전 대통령은 임기 중 장관 등 고위인사가 문제를 일으킨 경우 즉각 조치하는 식으로 대응했다. 임기 첫해인 1993년 쌀 시장 개방 문제로 국민적 비판 여론에 부딪히자 대국민 사과 담화를 가진 후 민주자유당·대통령비서실 차관급 등을 포함한 대규모 당정 개편을 단행하기도 했다. 인적쇄신에 대해 부정적이던 노무현 전 대통령도 임기 첫해인 2003년 언론 인터뷰에서 “분위기 쇄신 개각 그런 것은 좀 안 했으면 좋겠다”면서도 “국민이 장관에 책임을 물어라 하는 부분이 있으면 수용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국민에게 변화 의지를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다는 것이 인적쇄신의 장점으로 꼽힌다. 새로운 국정 기조를 홍보하며 국면 전환을 모색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 전 대통령은 앞선 대통령비서실 개편 다음 달인 2008년 7월 7일 교육과학기술부(현 교육부), 농림수산식품부(현 농림축산식품부), 보건복지가족부(현 보건복지부) 등 3개 부처 장관을 교체하고 기획재정부 제1차관을 경질했다. 이명박 정부는 해당 개각을 기점으로 국정 기조를 ‘경제 살리기’로 틀며 위기 국면에 대처했다. 국민통합특별보좌관, 언론문화특별보좌관을 신설해 소통에도 힘을 기울였다. 정책 효과를 체감하기에는 시일이 걸린다는 점 역시 인적쇄신을 통한 난맥 돌파에 힘을 실어주는 요인이다.

실제로 참모진 개편과 함께 지지율도 반등하는 양상을 보였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가 CBS 의뢰로 2008년 6월 3일부터 이틀간 전국 성인 남녀 7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이 전 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율은 16.9%였다. 같은 기관에서 대통령비서실 개편 나흘 후 여론조사를 한 결과 지지율이 26.6%로 상승한 것이다. 다만 이 전 대통령 지지율은 그해 말까지 20~30%대에 머물러 추가 반등을 하지는 못했다.

인사 논란 현재진행형

대통령실 인사 논란은 현재진행형이다. 윤 대통령은 8월 3일 이기정 전 YTN 선임기자를 공석으로 있던 홍보기획비서관에 임명해 논란에 직면했다. 이 비서관이 지난해 대한민국장애인국제무용제 조직위원으로 활동한 사실이 알려진 것이다. 해당 단체에서는 김건희 여사 팬클럽 ‘건희사랑’의 회장을 맡았던 강신업 변호사와 코바나컨텐츠 전무를 지냈고 6월 13일 김 여사의 봉하마을 방문을 동행한 김량영 충남대 무용학과 전임교수 등도 활동했다.

8월 10일 국민의힘 박민영 대변인이 대통령실 청년대변인으로 인선된 사실이 알려졌지만 이 역시 논란을 부채질했다. 박 대변인이 ‘이준석 키즈’로 분류됐던 만큼 ‘갈라치기’를 시도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있었기 때문이다. 박 대변인이 과거 극우 성향 인터넷 커뮤니티 일간베스트에서 지역 비하 언어를 사용한 것이 알려지면서 검증 논란도 일었다. 박 대변인은 “동생이 썼다”는 입장이다.

검찰·지인 위주의 인사 역시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대통령실은 대통령을 최측근에서 보좌하는 성격을 가지는 만큼 믿을 수 있는 가까운 인사로 꾸리는 것이 관례다. 일각에서 제기되는 사적 채용 프레임이 적확한 비판이 아니라는 지적을 받는 이유다. 다만 대통령실과 정부 내각이 검찰 및 측근 위주로 꾸려지면서 여권 내부에서도 비판이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다양한 정치 세력이 힘을 모아 선거에서 승리했는데, 권력 배분이 편중됐다는 것이다. 박성민 정치컨설팅그룹 민 대표는 지난달 ‘주간동아’와 인터뷰에서 “역대 대통령은 선거 연합을 스스로 해체하며 무너졌다”고 지적한 바 있다.

전문가들은 대통령실이 다양한 경험을 가진 사람들로 구성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채진원 경희대 공공거버넌스연구원 교수는 “서육남(서울대·60대·남성) 위주로 조직이 운영되다 보니 의사결정 현장에서 동질화 현상이 나타난다”고 말했다. 이어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는 목소리도 이 때문에 나오는 만큼 정무·홍보라인을 인문사회학적 경험이 있는 인사로 쇄신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이 기사는 주간동아 1352호에 실렸습니다]

최진렬 기자 displa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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