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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정치

[단독]국정원, 박지원-서훈 고발…‘서해 피살-탈북어민 북송’ 관련

입력 2022-07-07 03:00업데이트 2022-07-08 1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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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첩보 무단삭제-조사 강제종료 혐의”
국정원 자체조사 뒤 前원장들 고발
국방부서도 피격 관련 軍기밀 삭제
軍, 서욱 前장관 폐기 지시 정황 포착
국가정보원이 6일 문재인 정부 당시 박지원·서훈 전 국정원장을 각각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과 ‘탈북 어민 강제북송 사건’과 관련해 검찰에 고발했다. 지난달 1급 간부 27명을 대기 발령하고 고강도 내부 감찰을 진행 중인 국정원은 이들로부터 박, 서 전 원장이 받고 있는 혐의와 관련된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국정원은 또 2018년 평창 올림픽 당시 북측 고위급 인사 방문 과정에서 어떤 부적절한 거래가 없었는지 등에 대해서도 내부 조사를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조사 결과에 따라 문재인 정부 때 진행된 남북 관계 전반에 대한 법적 책임론이 불거질 가능성도 있다.

국정원은 이날 입장문에서 “(2020년)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 관련해 첩보 관련 보고서 등을 무단 삭제한 혐의 등으로 박지원 전 원장 등을 고발했다”고 밝혔다. 동아일보 취재에 따르면 국정원은 당시 피살된 공무원 이대준 씨의 ‘월북 의사’ 등을 판단하는 근거로 활용된 국정원의 일부 첩보 자료들을 박 전 원장이 삭제하라고 지시한 정황을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정원은 서 전 원장에 대해선 “(2019년) 탈북 어민 강제북송 사건 관련해 당시 합동조사를 강제 조기 종료시킨 혐의 등으로 고발한다”고 밝혔다. 당시 탈북민에 대한 합동조사를 5일 만에 끝내고 북한으로 추방하는 과정에 서 전 원장이 직접 개입했다고 본 것. 또 당시 어민들이 귀순 의사를 밝혔음에도 정부가 다르게 판단한 것과 관련해서도 서 전 원장의 지시가 있었던 것으로 국정원은 보는 것으로 전해졌다.

국방부에서도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 관련 민감한 군사기밀들이 다수 삭제된 것으로 확인됐다. 군은 당시 서욱 국방부 장관이 삭제를 지시한 정황을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더불어민주당은 이번 고발과 관련해 “윤석열 대통령은 오직 복수하기 위해 정권을 잡은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며 “결국 최종 목표는 문재인 전 대통령”이라고 비판했다.

국정원, 1급간부 27명 고강도 감찰… 前원장들 고발 관련 진술 확보


박지원-서훈 2명 검찰에 고발… 朴, 서해피살 첩보 무단삭제 의혹
徐, 탈북어민 북송조사 강제종료 혐의… 국정원 “국민 관심사 진상규명 차원”
평창올림픽때 北고위급 방한 주목… 남북-북미정상회담 과정도 살필 예정
朴 “소설… 안보장사 하지 말라”


작년 2월 ‘통합방위회의’ 함께 참석한 서훈-박지원 지난해 2월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중앙통합방위회의에 참석한 서훈 당시 청와대 안보실장(왼쪽)과 박지원 국가정보원장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국정원은 6일 서, 박 전 원장을 각각 탈북어민 강제북송 사건,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과 관련해 책임을 물어 검찰에 고발했다. 뉴스1
국가정보원이 6일 박지원, 서훈 두 전 원장을 검찰에 고발하면서 윤석열 정부가 문재인 정부 대북관계를 겨냥한 사정의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는 관측이 나온다. 국정원이 자체 조사를 통해 전직 원장들을 이례적으로 직접 고발한 것도 속도감 있게 전 정부의 대북 관계를 들여다보겠다는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달 1급 27명을 대기발령하고 고강도 감찰을 진행 중인 국정원은 이들로부터 박, 서 전 원장 관련 혐의에 대한 진술도 이미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 전(前) 원장 이례적 고발…文정부 정면 조준
박 전 원장은 2020년 9월 21일 해양수산부 공무원 이대준 씨가 서해 연평도 어업지도선에 타고 있다가 실종된 후 북한군에 의해 피살된 사건을 다루는 과정과 관련한 첩보 보고서 등을 무단 삭제한 혐의 등으로 고발됐다. 6일 동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박 전 원장은 국정원 직원들이 이 씨의 월북 의사를 판단할 수 있는 첩보를 수집해 생산한 일부 문건을 추후 삭제하거나 삭제를 지시한 의혹을 받고 있다. 이와 관련해 국민의힘 하태경 의원은 이날 라디오 방송에서 “사건 직후인 9월 22일, 23일, 24일 국정원이 보고할 게 없다고 해서 맥락을 이해하지 못했는데 이제야 이해하게 됐다. 다 삭제했다는 것 아니겠나”라고 주장했다.

박 전 원장은 고발된 직후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나는 그 첩보 보고서를 받은 적도 본 적도 없다”고 반박했다. 이어 “(첩보를) 삭제하고 그럴 수는 없다”며 “직원들로부터 (삭제 여부를) 보고받은 적도 없다”고도 했다. 박 전 원장은 이후 페이스북에는 “첩보는 국정원이 공유하는 것이지 생산하지 않는다”며 “소설 쓰지 말라, 안보장사 하지 말라”고 반발했다.

서 전 원장은 2019년 11월 북한 선원 2명이 동료 16명을 살해하고 귀순 의사를 밝혔으나 나포 5일 만에 판문점을 통해 돌려보내는 과정에서 합동신문을 강제로 조기 종료시킨 혐의인 것으로 알려졌다. 탈북자들을 상대로 귀순 의사 확인, 위장 탈북 가능성 등을 조사하는 국정원과 군·경찰의 합동신문은 통상 보름 이상 소요되는데 당시 조사를 신속하게 마무리해 5일 만에 북송시켜 논란이 됐다. 국정원은 서 전 원장이 조사 기간 단축에 직접 개입한 정황을 파악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합동신문 당시 북송된 어민들의 귀순 의사가 무시되는 과정에서 진술조서가 실제와는 다르게 작성됐을 가능성도 제기됐다.
○ 평창 올림픽 전후 남북 관계 주시
국정원의 이번 고발은 여러모로 눈에 띈다. ‘자체 조사’를 거쳤다는 사실을 밝히면서 전직 수장을 직접 고발한 자체가 이례적이다. 국정원 관계자는 이번 자체 조사에 대해 “국민적 관심사에 대해 당시 국정원의 역할이 무엇인지에 대한 진상 규명 차원에서 조사를 했다”며 “정보 왜곡이 있어서는 안 된다는 의지가 있었다”고 강조했다.

새 정부 출범 두 달 만에 전 정부 청산 작업이 진행된 것을 두고 국정원의 고강도 조직 쇄신을 위한 명분 쌓기라는 분석도 나온다. 국정원은 이번 고발 대상자를 두 전직 원장 ‘등’이라고 언급하며 직원들을 추가로 고발했음을 시사했다.

동아일보 취재에 따르면 정부는 국정원을 중심으로 문재인 정부 대북 관계 전반도 조사하고 있다. 부적절한 접촉이 있었거나 나아가선 물품·금전 관계 등이 오간 건 없는지, 북한에 우리 비밀이나 정보가 흘러들어간 건 없는지, 북한의 무리한 요구를 수용해 국익에 해를 끼친 부분은 없는지 등을 확인하고 있다는 것.

특히 정부는 2018년 2월 평창 겨울올림픽을 계기로 북측에서 고위급 인사 등 대규모 인원이 방한했던 시기를 주목하고 있다. 정부 고위 소식통은 이날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아무래도 급박하게 북측 인사들이 드나들었고, 당시 청와대·국정원 인사 등과 접촉이 많았던 만큼 평창 전후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주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당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여동생인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과 김영철 당시 통일전선부장, 최근 통전부장 자리를 이어받은 리선권 당시 조국평화통일위원장 등 고위급 인사들이 대표단으로 방한했다.

또 문재인 정부 시절 3번의 남북 정상회담을 포함해 싱가포르·하노이 북-미 정상회담 성사 과정 등에서도 부적절한 상황이 있었는지 추가로 들여다볼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대검찰청은 이날 오후 국정원 고발 건을 서울중앙지검에 내려보냈고, 중앙지검은 사건을 검토한 뒤 7일경 배당할 방침이다.

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
윤상호 군사전문기자 ysh1005@donga.com
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최지선 기자 aurinko@donga.com
장은지 기자 je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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