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행정안전부가 경찰제도개선자문위원회(제도개선위) 권고안 발표 6일 만에 ‘경찰 통제 방안’을 공식화했다. 이날 행안부는 이른바 ‘경찰국’ 신설 등 제도개선위 권고 내용을 대부분 수용하며 향후 ‘액션 플랜’까지 구체화했다. 정부 안팎에선 윤석열 대통령 측근으로 꼽히는 이상민 행안부 장관이 총대를 메고 경찰 통제 속도전에 나섰다는 분석이 나온다.
하지만 전문가 사이에서 우려가 적지 않은 데다, 야당은 장관 탄핵까지 거론하고 나서 파장은 더 확산될 것으로 전망된다.
● 이르면 다음 달 ‘경찰국’ 신설
이 장관은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행안부 내 경찰 지원조직 신설과 ‘소속 청장에 대한 지휘규칙’ 제정, 인사 절차 투명화를 조속히 추진하겠다”며 “관계 기관과의 협의를 거쳐 다음 달 15일까지 최종안을 내놓겠다”고 했다.
이 장관은 직접 프레젠테이션까지 하며 그동안 제기됐던 비판을 적극 반박했다. 이 장관은 “역대 정부에선 BH(청와대)가 경찰을 직접 지휘·통제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했다”며 “(이는) 행안부를 거치도록 하는 헌법과 법률을 위배해 행안부를 ‘패싱’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윤석열 정부 대통령실에서 경찰 지휘 조직을 없앴는데 행안부에도 조직을 두지 않으면 헌법과 법률이 부여한 역할과 책임을 도무지 수행할 수 없게 된다”며 경찰 지휘·감독 조직 신설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에 따라 이르면 다음 달 안에 경찰 통제 조직이 출범할 것으로 예상된다. 조직 규모는 국가경찰위 안건 검토와 고위직 인사제청, 자치경찰제 지원 업무를 각각 다룰 3개 부서(총 20명 내외) 정도로 논의되고 있다.
이 장관은 경찰국 신설 등 조직 개편에 대한 법적 근거가 부족하다는 비판과 관련해서도 “치안에 관한 사무를 관장하기 위해 행안부 장관 소속으로 경찰청을 둔다”고 한 정부조직법 제34조 5항 등을 제시하며 “법에 이미 규정된 권한을 행사하는 조직의 직제 신설은 국회의 입법 사항이 절대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행안부 장관이 직접 치안 사무를 수행하지는 않더라도 경찰의 업무 수행을 지휘·감독할 순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전문가 사이에선 이견도 나온다. 이웅혁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는 “행안부 장관이 경찰공무원 임용제청권(총경 이상) 등 경찰법이 규정한 권한 외에 다른 사무를 관장하려면 법 개정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 “입법 사항 아냐” vs “법 개정 필요”
장관은 ‘경찰의 중립성과 독립성을 훼손한다’는 비판에 대해서도 “행안부 장관을 패싱하고 경찰이 BH와 직접 상대하는 걸 독립성이라고 한다면 헌법과 법률을 깡그리 무시하는 것으로 일고의 가치도 없는 주장”이라고 날을 세웠다. 행안부가 인사제청권을 행사할 경우 경찰이 정권의 눈치를 보게 될 것이란 우려를 두고도 “검찰 인사를 법무부 장관과 대통령이 하는데 그래도 다 수사하는 걸 보지 않았느냐”고 반박했다.
이에 대해 박경신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치안 분야는 객관적 업무 범위, 기준을 설정하기 어려운 분야라 행정권력에 스스로 복종할 위험이 검찰보다 더 높다”며 “이 상황에서 경찰국까지 만들면 경찰의 독립성이 더 침해될 것”이라고 했다.
다만 이 장관은 권고안에 담겼던 경찰에 대한 감찰 및 징계제도 개선 여부는 “법률 개정이 필요한 사항이기 때문에 추가 논의를 거쳐 입법을 추진하겠다”며 한발 물러섰다.
● 野 “현행법 위반이자 탄핵 사유”
더불어민주당은 즉각 “현행법 위반이자 장관 탄핵 사유”라고 공세를 펼쳤다. 경찰 출신인 민주당 황운하 의원은 이날 오후 국회 토론회에서 “(1990년) 정부조직법 개정 당시 왜 행안부 장관 사무에서 치안 사무를 삭제했는지, (그렇게 한) 역사적 맥락과 입법 취지가 있다”며 “명백한 (법률) 위반이다. 경찰국 신설이 현실화되면 전국 경찰관, 국민과 함께 행안부 장관에 대한 탄핵을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날 토론회에는 경찰 출신인 국민의힘 권은희 의원도 참석해 “헌법과 경찰법에 위배된 법치 훼손을 자행한 이상민 장관에 대해 탄핵 소추를 준비하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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