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나갈 때 바꿔야”…국민의힘, 2년 뒤 총선 대비 ‘혁신’ 승부수 [고성호 기자의 다이내믹 여의도]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6월 3일 11시 0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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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이준석 대표(오른쪽)가 지난 2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 회의에서 권성동 원내대표에게 손가락을 들어올리며 귀엣말을 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오른쪽)가 지난 2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 회의에서 권성동 원내대표에게 손가락을 들어올리며 귀엣말을 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이길 때 바꿔야 합니다.”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는 3일 “잘나갈 때 자기 혁신에 소홀한 사람들은 결국 정권을 뺏긴다”며 이 같이 말했다.

이 대표는 이날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당비를 내는 당원들이 80만 명을 넘었지만 2년 동안 선거가 없기 때문에 당원들이 줄줄이 빠져 나갈 것”이라며 “당원들이 정당 정치의 효능감을 느낄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야 된다”고 말했다.

국민의힘이 6‧1지방선거가 끝나자마자 ‘정당 혁신’을 내걸고 있다. 선거 압승에 오만하지 않고 2024년 총선에 대비해 당의 체질을 바꾸는 작업에 돌입한 것이다.

국민의힘은 선거 다음날인 2일 정당 개혁과 공천 혁신 등을 추진할 혁신위원회도 출범시켰다. 혁신위원장에는 감사원장 출신의 최재형 의원을 임명했다.

이 대표는 혁신위 활동과 관련해 “지지층의 조성이 바뀌었다. 젊은 세대가 많이 늘어났기 때문에 젊은 세대의 의사 반영 구조가 있어야 한다”며 “당원들이 정치 현안에 대해 이해하고 관심을 갖게 하는 교육시스템을 구축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처럼 선거에서 압승한 정당이 바로 혁신을 표방한 것은 이례적이다. 정권 교체에 이어 지방권력 교체까지 이뤄낸 국민의힘이 혁신에 방점을 찍은 것으로 더불어민주당과 차별화하는 전략을 선택한 것으로 풀이된다.

민주당은 선거 패배의 책임을 지고 비상대책위원회가 총사퇴하면서 지도부 공백 상태에 빠져 있고, 대선 패배 후 잠복해 있던 계파 갈등도 지방선거 참패를 계기로 터져 나오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3일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에드윈 퓰너, 폴 월포위츠 등 미국 학계 및 전현직 주요 인사들을 접견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국민의힘은 몸을 한껏 낮추며 ‘겸손 모드’도 취하고 있다.

이 대표는 지난 2일 최고위원회 회의에서 “민주당이 지난 2년 전 총선에서 큰 성과를 내고 그것에 도취돼서 일방적인 독주를 하다가 2년여 만에 이렇게 상반된 결과가 나왔다”며 “저희도 정말 겸손한 자세로 오직 국민만 보고 일 하라는 교훈을 바탕으로 앞으로 일해 나가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2020년 총선에서 압승했던 민주당이 대선과 지방선거에서 패배한 것은 자만 때문이었다고 판단한 것이다.

또한 이 대표는 “저희에게 쥐어준 큰 권한과 신뢰를 절대 오만하지 않고 겸손하게 받을 수 있도록 하겠다”며 “2년 앞으로 다가온 총선을 대비해서 저희가 혁신과 개혁의 기치를 내려놓으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국민의힘도 총선 공천권을 쥔 차기 당 대표 자리를 놓고 갈등의 불씨가 살아날 수 있다.

일각에선 이 대표가 내년 6월까지 예정된 임기를 모두 채우진 않을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고, 국민의힘이 윤핵관(윤석열 대통령 측 핵심 관계자) 그룹을 중심으로 재편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고성호 기자 sung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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