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사위원장 움켜쥔 野, 文 정권 비리 수사 여론만 키운다

  • 주간동아
  • 입력 2022년 5월 28일 16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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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훈의 政說] “검찰 쿠데타 막자”며 법사위원장 양보 번복… “비상식적 행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5월 25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윤석열 정부의 검찰 국정 장악 시도 중단”을 촉구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용민, 김남국, 김영배, 박주민 의원. 뉴스1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5월 25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윤석열 정부의 검찰 국정 장악 시도 중단”을 촉구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용민, 김남국, 김영배, 박주민 의원. 뉴스1


여야가 또다시 원구성 협상을 앞두고 힘겨루기에 돌입했다. 이번에도 핵심은 국회 상원으로 불리는 법제사법위원회(법사위) 위원장이다. 2004년 17대 국회 이후 국회의장은 원내 1당이, 법사위원장은 원내 2당이 담당하는 것이 일종의 관례였다. 집권 여당의 독주를 견제할 최소한의 장치로 여겼기 때문이다. 더불어민주당(민주당)은 2020년 21대 국회 원구성 협상 때 이 관례를 깼다. 법사위원장을 차지한 것은 물론, 모든 상임위원회 위원장을 독식하는 이례적 결정을 내렸다.
법사위원장, 야당 몫이 관행
민주당은 이 결정을 1년 만에 뒤집었다. 2021년 4·7 재보궐선거에서 패배한 직후다. 지난해 6월 18일 당시 민주당 윤호중 원내대표는 최고위원회의에서 “지난 21대 국회 개원 당시 원구성 협상 결렬로 빚어진 국회의 비정상 상황부터 바로잡겠다. 전임자인 김태년 전 원내대표가 합의한 정무위·국토위·교육위·문체위·환노위·농해수위·예결위 상임위원장 자리를 돌려드리겠다”고 말했다. 독식한 상임위원회 위원장 자리 가운데 법사위원장 자리만 빼고 배분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친 것이다. 당 내외에서 “2020년 총선 이후 민주당이 독주한 결과 4·7 재보선에서 패배한 것”이라는 지적이 제기된 결과다.

국민의힘은 거부 의사를 밝혔다. 지난해 6월 18일 전주혜 당시 원내대변인은 “상임위원회 배분은 국회의 확립된 전통에 따르는 것이고, 특히 법사위원장은 견제와 균형을 위해 야당이 맡아온 것이 관행이었다”고 지적했다. 이어 “야당 몫을 여당이 빼앗은 것이니 이를 정상화하기 위해 돌려주는 것이 마땅하다”고 덧붙였다. 이후 여야 협상이 이어졌고, 그로부터 한 달 뒤인 7월 24일 민주당과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법사위원장 자리를 비롯해 7개 상임위원장 자리를 국민의힘에 배분하기로 합의했다.

법사위원장 자리를 내주기로 하고도 안심할 수 없었던 민주당은 지난해 8월 31일 국회 법사위의 체계·자구 심사 기간을 기존 120일에서 60일로 단축하고, 체계·자구 심사에서 벗어난 내용을 심사할 수 없도록 권한을 축소한 국회법 개정안을 본회의에서 처리했다. 당내 강성 당원들이 법사위원장의 국민의힘 배분에 강력 항의했기 때문에 그 나름 안전장치를 마련한 것이다. 당시 윤 원내대표는 “60일 경과한 후 본회의 부의 여부를 지체 없이 결정한다는 것과 체계·자구 심사 시 각 부처에선 차관 출석을 원칙으로 한다” “야당 반대가 있어 명문화하지 않고 신사협정으로 합의했다. 만약 야당이 어길 경우 우리 주장을 국회법에 명시하는 개정을 할 것이다” 등 이면 합의 내용까지 공개했다.

그런데 민주당이 지금 또다시 뒤집기를 시도하고 있다. 독식 결정 번복 후 1년도 지나지 않아 법사위원장 자리를 내놓지 않겠다고 버티기 시작한 것이다. 민주당 윤호중 공동비상대책위원장은 5월 21일 KBS 라디오 ‘정관용의 시사본부’에 출연해 “후반기 법사위원장을 국민의힘에 주기 쉽지 않겠다는 생각이 든다. 사실상 검찰쿠데타가 완성돼 있는 것과 마찬가지인데, 그것을 견제할 만한 사람은 법사위원장밖에 없다”고 말했다. 민주당 측이 법사위원장 자리 배분 합의를 뒤엎으려는 근거는 두 가지다. 첫째, “윤석열 대통령의 탄생은 검찰쿠데타”라는 인식이다. 둘째, “그것을 견제할 수 있는 사람은 국회 법사위원장밖에 없다”는 생각이다.

이런 인식은 ‘팩트’를 전제로 한 것일까. 검찰총장 출신이 대통령이 되는 헌정 사상 초유의 일이 발생한 것은 맞다. 정치적 격변을 거친 것은 맞지만, 불법적 방식으로 집권한 것이 아니다. ‘쿠데타’라고 주장하는 것은 비상식적이다. 민주당은 최근 윤석열 정권을 ‘검찰공화국’으로 규정짓기도 한다. 검찰 출신 대통령에 참모까지 검찰 출신이 많다 보니 그렇게 부를 수도 있다. 하지만 그 검찰공화국을 소환한 것은 국민이다. 그것도 민주적 투표 절차로 불러냈다.
검수완박 이후 野 지지율 하향세
윤 위원장은 원내대표 시절 법사위원장 자리를 국민의힘에 다시 배분해주기로 한 당사자다. 배분해주면서도 마뜩지 않아 본인 손으로 이른바 ‘안전장치’까지 만들었다. 법사위 힘을 빼는 데 이렇게 앞장섰던 사람이 이제는 법사위원장만이 윤 대통령의 검찰쿠데타를 막을 힘을 지닌다고 주장한다. 모순이다. 국민의힘 출신 법사위원장이 민주당 출신 위원들의 반대에도 법사위에서 악법을 관철시킬 수 있을까. 일단, 민주당 출신 법사위원이 다수라 불가능하다. 설령 온갖 편법을 동원해 법사위원회 전체회의를 통과시킨다 하더라도, 압도적 다수 의석을 가진 민주당의 반대로 본회의에서 부결될 것이 뻔하다. 법사위원장의 힘 따위는 간단하게 무력화할 수 있는 것이 바로 의석수다. 그런 점에서도 윤 위원장의 주장은 억지 논리에 가깝다.

법사위원장 자리를 다시 차지하면 민주당은 안심할 수 있을까. “검찰쿠데타를 막아야 한다”며 검수완박 입법을 강행 처리한 민주당이다. 그 직후부터 민주당 정당 지지율은 하향세가 뚜렷하다. 이런 상황에서 법사위원장 자리 확보까지 강행한다면 국민은 더 의심스러운 눈으로 민주당을 바라볼 것이고, 문재인 정권 시절 권력형 비리 수사에 대한 요구는 더욱더 끓어오를 테다.

민주당 출신 법사위원장과 법사위원들이 나서서 한동훈 법무부 장관을 압박하면 할수록 그의 정치적 체급은 하루가 다르게 올라갈 것이다. 제2의 윤석열을 만들어주는 격이다. 한 장관 국회 인사청문회 당시 민주당 법사위원들이 보여준 정도의 실력이면 불가능한 일도 아니다. 더욱이 한 장관은 윤 대통령보다 정무적 감각이 훨씬 뛰어나다.

[이 기사는 주간동아 1341호에 실렸습니다]



이종훈 정치경영컨설팅 대표·정치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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