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희는 원팀” 한 달여 만에 윤석열·안철수 공동정부 ‘삐걱’ [고성호 기자의 다이내믹 여의도]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4월 12일 10시 4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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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왼쪽)과 안철수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위원장이 지난달 18일 서울 종로구 통의동 인수위에서 열린 현판식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왼쪽)과 안철수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위원장이 지난달 18일 서울 종로구 통의동 인수위에서 열린 현판식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저희 두 사람은 원팀(One Team)입니다.”

대선을 엿새 앞둔 지난달 3일 국회 소통관. 당시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는 “서로의 부족한 부분들을 메꿔주며 상호보완적으로 유능하고 준비된 행정부를 통해 반드시 성공한 정권을 만들어 내겠다”고 약속했다.

당시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도 같은 자리에서 “저 윤석열은 안철수 후보의 뜻을 받아 반드시 승리해 함께 성공적인 국민통합정부를 반드시 만들고 성공시키겠다”고 다짐했다.

또한 두 후보는 이날 야권 후보 공동 선언문을 통해 “함께 정권을 인수하고 함께 정권을 준비하며, 함께 정부를 구성하겠다”며 “국민의힘과 국민의당, 두 당은 선거 후 즉시 합당을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실제 당시 윤 후보가 지난달 9일 대선에서 승리하며 정권 교체를 이뤄냈고, 국민의당 대표를 맡고 있는 안 후보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위원장을 맡았다. 아울러 ‘윤석열 정부’의 밑그림을 그릴 인수위원 24명 중 3분의 1인 8명이 안 위원장이 추천한 인사들로 등용됐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지난 11일 경북 포항시 죽도시장을 방문해 시민들의 환호에 선거 유세에서 선보였던 ‘어퍼컷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포항=인수위사진기자단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지난 11일 경북 포항시 죽도시장을 방문해 시민들의 환호에 선거 유세에서 선보였던 ‘어퍼컷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포항=인수위사진기자단
하지만 윤 당선인이 지난 10일 발표한 8개 부처 장관 후보자에는 안 위원장 측 인사는 포함되지 않았다.

안 위원장은 이날 인선안과 관련해 “저는 추천을 해드리고 인사에 대한 결정은 인사권자가 하는 것”이라며 “그 책임도 사실 인사권자가 지게 되는 것 아니겠나”고 말했다.

이어 안 위원장의 최측근인 국민의당 이태규 의원이 11일 인수위원직을 돌연 사퇴하면서 윤 당선인과 안 위원장이 약속한 ‘공동정부’ 구상에 빨간불이 켜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 의원이 지난 대선에서 장제원 당선인 비서실장과 함께 야권 후보 단일화를 성사시킨 핵심 인물인 만큼 이번 사퇴를 두고 윤 당선인과 안 위원장 사이에 이상기류가 발생한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다.

이 의원은 이날 “오늘부터 인수위원직에서 사퇴한다”며 “아울러 저에 대해 여러 부처 입각 하마평이 있는데 저는 입각 의사가 전혀 없음을 말씀드린다”고 밝혔다.

정치권에선 이 의원의 사퇴 원인이 윤석열 정부 초기 내각의 인선을 둘러싼 갈등 때문일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안철수 대통령직 인수위원장(왼쪽)이 지난 11일 서울 종로구 인수위원회에서 열린 전체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인수위사진기자단
안철수 대통령직 인수위원장(왼쪽)이 지난 11일 서울 종로구 인수위원회에서 열린 전체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인수위사진기자단
우선 안 위원장 측 인사들이 이번 1차 내각 인선에서 배제된 것에 대한 항의 표시가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지난 10일 발표된 1차 내각에서 과학기술부 장관 후보자 등에 안 위원장 측 인사가 포함될 것이란 예상은 빗나갔다.

일각에선 이 의원이 행정안전부 장관 후보군으로 거론된 가운데 윤 당선인이 6·1 지방선거를 앞두고 행안부 장관 등에 정치인을 배제하기로 결정하면서 이 의원이 사퇴를 결심한 것이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또한 정치권에선 이 의원의 이번 사퇴가 윤 당선인과 안 위원장의 공동정부 구상의 파열음을 알리는 신호탄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국민의힘과 국민의당의 합당 선언도 연기된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선 윤 당선인이 이번 주 발표가 예상되는 나머지 10개 부처 장관 후보자 인선에서 안 위원장의 측근들을 중용해 공동정부 명분을 살릴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고성호 기자 sung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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