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집무실, 국방부 신청사 3층 유력… 한 건물에 민관합동委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3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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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 대통령 시대]
尹 “취임날부터 용산에서… 靑은 국민에게”
‘대통령 집무실 용산 이전’ 발표… “국민과의 소통 더욱 강화할 것”
비용 496억 추산, 명칭은 국민공모… 청와대, 시민공원으로 완전 개방
민주당-軍출신들 “안보공백 우려”

조감도 가리키며 직접 ‘50분 브리핑’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20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 
대통령직인수위원회 회견장에서 대통령 집무실을 서울 용산으로 이전하는 방안을 담은 조감도를 공개하고 있다. 윤 당선인은 50분 
가까이 진행된 기자회견에서 “5월 10일 대통령 취임 직후 새 집무실에서 첫 공식 업무를 시작하겠다”고 밝혔다. 사진공동취재단
조감도 가리키며 직접 ‘50분 브리핑’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20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 대통령직인수위원회 회견장에서 대통령 집무실을 서울 용산으로 이전하는 방안을 담은 조감도를 공개하고 있다. 윤 당선인은 50분 가까이 진행된 기자회견에서 “5월 10일 대통령 취임 직후 새 집무실에서 첫 공식 업무를 시작하겠다”고 밝혔다. 사진공동취재단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20일 ‘용산 집무실 시대’를 열겠다고 공식 선언했다. ‘대한민국 최고 권력’을 상징하는 공간인 청와대는 70여 년 만에 역사 속으로 사라지는 대신 새 대통령의 취임과 동시에 국민에게 완전 개방된 ‘시민공원’으로 재탄생할 것으로 보인다.

윤 당선인은 20일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사무실이 있는 서울 종로구 삼청동 금융연수원 별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대통령 집무실을 용산 국방부 청사로 이전하는 방안에 대해 50분 가까이 설명했다. 직접 지휘봉으로 조감도를 가리키며 설명에 나선 윤 당선인은 “어려운 일이지만 국가의 미래를 위해 내린 결단”이라며 “국민과의 소통을 더욱 강화하겠다”고 했다. 또 “5월 10일 취임식을 마치고 바로 (국방부 청사로) 입주해 근무를 시작할 것”이라고 말했다.

윤 당선인은 국방부 청사로 이전지를 결정한 배경에 대해 “용산 국방부와 합참 구역은 국가안보 지휘 시설 등이 구비돼 있어 청와대를 시민들께 완벽하게 돌려드릴 수 있고, 경호 조치에 수반되는 시민들의 불편도 거의 없다”고 말했다. 새로 조성할 집무실의 이름은 국민 공모를 통해 정하겠다고 말했다. 인수위는 이전 비용으로 약 496억 원을 추산했다. 대선 공약인 ‘광화문 시대’를 번복한 것에 대해서는 “최소한의 경호 조치에 수반되는 광화문 인근 시민들의 불편이 매우 심각한 것으로 파악됐다”고 설명했다.

대통령 집무실 이전에 따라 국방부 장관실 등 핵심 부서들은 합참 청사로 우선 옮길 예정이다. 장기적으로 합참은 남태령 수도방위사령부로 옮긴다는 계획도 공식화했다. 관저는 우선 서울 용산구 한남동의 육군참모총장 공관을 리모델링해 사용하고, 추후 대통령 집무실 인근에 새로 마련하는 방안도 검토한다.

대통령 집무실이 계획대로 이전된다면 현 청와대는 50일 뒤부터 일반 국민에게 완전히 개방된다. 윤 당선인은 “본관과 영빈관을 비롯해 ‘최고의 정원’이라 불리는 녹지원과 상춘재를 모두 국민들 품으로 돌려드리겠다”며 “경복궁과 청와대를 거쳐 북악산으로 향하는 등반로 역시 개방되는 것”이라고 밝혔다. 인수위는 군사시설 보호구역으로 묶인 청와대 인근 지역이 개발되면 강북지역의 부가가치가 높아지는 효과도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군 내부에서는 ‘국정 혼란’ 등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역대 합참의장을 지낸 11명의 예비역 고위 장성들은 19일 윤 당선인 측에 “청와대 집무실의 국방부 청사 이전은 국방부와 합참의 연쇄 이동을 초래해 정권 이양기의 안보 공백을 불러올 수 있다”고 우려하는 입장문을 전달했다. 더불어민주당 고용진 수석대변인도 20일 “졸속으로 추진될 수밖에 없는 이전 과정에서 국정 혼란이나 안보 공백이 대단히 우려스럽다”고 비판했다.

윤곽 드러나는 ‘용산 대통령 집무실’
집무실 인근에 비서실-회의실 배치
尹 “참모와 함께 역동적으로 일해야… 이것 자체가 하나의 큰 정치 개혁”
대통령 집무동 앞마당에 공원 조성… 尹 “백악관처럼 낮은 펜스 설치”
민관합동委 설치해 전문가 의견 청취… 청사 인근에 영빈관 신축 가능성도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취임 후 집무실을 서울 용산구 국방부 신청사로 옮기는 계획을 20일 확정함에 따라 새로 꾸려질 집무실 구성과 주변 공간 배치에도 관심이 쏠린다. 윤 당선인은 이날 “공간이 그 업무와 일을 좌우한다”고 여러 번 강조했다. 이에 따라 국정 운영 방식에 대한 윤 당선인의 구상이 새 대통령 집무동에 그대로 담길 것으로 보인다.
● “새 대통령 집무실, 국방부 신청사 3층 유력”

청와대 이전 태스크포스(TF) 팀장인 국민의힘 윤한홍 의원은 이날 “‘제왕적 대통령’이 아닌 ‘일하는 대통령’으로 국민과 참모, 민간 전문가와 소통하기 위해 국민 속으로 들어간다는 게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윤 당선인의 발표를 종합하면 총 10개 층으로 이뤄진 국방부 새 집무동에는 대통령과 비서진, 민관합동위원회, 그리고 이를 취재하는 언론인이 한데 모여 일하게 된다. 현재 청와대 경내에는 해외 정상과의 회담, 임명장 수여 등 대통령 공식 행사 때 사용되는 본관과 이로부터 500m 거리의 대통령 집무실이 있는 여민1관, 기자실과 브리핑룸이 있는 춘추관이 모두 별개의 동으로 떨어져 있다.

대통령 집무실은 3층이 유력한 가운데 청와대 이전 TF는 나머지 가능성까지 검토하고 있다. 윤 당선인이 집무 중 시민공원 방향으로 시민들을 바라볼 수 있는 구조를 염두에 두고 있다. 윤 당선인 측 핵심 관계자는 “대통령 집무실이 너무 낮은 층에 있어도, 너무 높은 층에 있어도 안 된다”며 “여러 의견을 들어 결정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국방부 신청사 내 새 집무동 1층에는 브리핑룸과 기자실이 자리 잡는다. 2층은 비서실과 경호실, 대강당, 회의실 등으로 꾸려질 가능성이 크다. 대통령 집무실 가까이에 비서실장을 비롯해 정무·공보를 맡은 비서진의 업무 공간이 들어서는 것.

민관합동위도 대통령 집무동에 자리 잡는다. 민관합동위는 윤 당선인이 구상하고 있는 달라지는 ‘일하는 방식’의 핵심 모델이다. 윤 당선인은 이날 “부처 위에 군림해 권력을 독점하는 기존 (청와대)의 모습에서 탈피해 민관합동위를 설치하고 역동적인 민간 전문가의 아이디어가 국가 핵심 어젠다에 반영되게 하는 방안도 구체화해 나가겠다”고 했다.

윤 당선인은 이 같은 집무실 구상과 관련해 “참모들과 바로 붙어 왔다갔다하며 역동적으로 일해야지, (집무실과) 몇백 m 떨어진 곳에 비서실을 두고 대통령 보고 시간을 (어렵게) 잡으면 실질적인 보고가 이뤄지겠느냐”고 발언했다고 한다. 또 “(대통령 집무실 이전은) 내가 사서 더 고생하겠다는 뜻”이라며 “이것 자체가 하나의 큰 정치 개혁”이라고 강조한 것으로 확인됐다.

영빈관의 경우 국방부 청사 인근에 새로 지을 가능성이 있다. 윤 당선인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주한미군으로부터 반환을 앞둔 용산공원 부지 내에 영빈관 격의 건물을 새로 건립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며 “(미국) 워싱턴에 있는 블레어하우스 같은 것”이라고 말했다.

여건이 마련되기 전까지는 청와대 영빈관이나 본관을 활용하는 방안도 거론했다. 윤 당선인은 “외국 귀빈을 모셔야 한다고 하면 (청와대 부지를) 공원으로 개방하더라도 저녁 국빈만찬 같은 행사 때 쓸 수 있지 않겠나”라고 했다.

● 공간에 ‘국민과 소통하는 대통령’ 구상 반영

새 정부의 대통령 집무실로 유력시되는 국방부 신청사 전경. 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새 정부의 대통령 집무실로 유력시되는 국방부 신청사 전경. 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윤 당선인이 이날 기자회견에서 직접 공개한 조감도를 보면 신청사에 새로 꾸려질 대통령 집무동 앞마당에는 공원이 조성된다. 6월경 국방부 청사 주변의 미군기지 반환이 이뤄지면 이 부지를 시민공원으로 만들어 즉시 개방하겠다는 계획이다. 윤 당선인은 “대통령 집무실이 있는 청사의 범위를 최소화하고 백악관처럼 낮은 펜스를 설치해 시민들이 (집무동 인근까지) 들어올 수 있게 하겠다”고 밝혔다. 또 “최소한 50만 평 정도의 공원을 시민들께 (돌려드리는 것)”이라며 “공원을 조성하면 잔디밭에서 결혼식도 할 수 있다”고도 했다.

윤 당선인 측은 “백악관 집무동인 ‘웨스트윙’처럼 대통령이 참모들과 토론하고, 대통령이 일하는 공간을 국민이 직접 볼 수 있게 하겠다”고 했다. 미국 대통령 집무실인 오벌오피스와 부통령실, 비서실장실, 대변인실, 프레스룸 등이 나란히 배치된 백악관 웨스트윙의 수평적 구조를 염두에 뒀다는 것이다.


尹 “집무실 1층에 프레스센터… 수시로 언론과 소통”


집무동 1층에 대국민 소통을 위한 기자실 등 프레스센터가 들어서는 것도 주목할 만하다. 윤 당선인은 이날 회견에서 “물리적 공간의 문제보다 더 중요한 것은 소통의 의지라는 점을 잘 알고 있다”며 “집무실 1층에 프레스센터를 설치해서 수시로 언론과 소통하는 대통령이 되겠다”고 말했다.

언론과의 접촉도 늘리겠다고 밝혔다. ‘대통령 집무실 이전에 반대하는 여론을 어떻게 설득하겠느냐’는 질문에 “꼭 이 사안이 아니더라도 어떤 사안이든지 국민들께서 궁금해하시고 제가 직접 설명드리는 게 필요할 경우 (국민) 한 분 한 분 만나는 게 어렵다면, 기자들과 언제든지 만나겠다”고 말했다.

홍정수 기자 hong@donga.com
윤상호 군사전문기자 ysh1005@donga.com
장관석 기자 jks@donga.com
최혜령 기자 herstor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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