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대사관 ‘反中 선동’ 발언에도… 외교부 “주재국 정서 존중”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2월 10일 20시 43분


코멘트
최영삼 외교부 대변인이 지난 3일 서울 종로구 외교부청사에서 열린 외교부 정례브리핑에서 일본의 사도광산 세계유산 추진에 대한 발언을 하고 있다. 2022.2.3/뉴스1 © News1 송원영 기자
최영삼 외교부 대변인이 지난 3일 서울 종로구 외교부청사에서 열린 외교부 정례브리핑에서 일본의 사도광산 세계유산 추진에 대한 발언을 하고 있다. 2022.2.3/뉴스1 © News1 송원영 기자
베이징 겨울올림픽을 계기로 국내에서 반중(反中) 정서가 확산되는 가운데 한국과 중국 정부가 오히려 이에 더 불을 지핀다는 비판이 커지고 있다. 중국 정부는 연일 입장문을 내며 불편한 감정을 내비치는 가운데 우리 정부는 국민 정서에 상관없이 이에 소극적인 대응으로 일관해 국민들의 불만을 회피하며 방관하고 있다는 것. 3일 연속 ‘주재국 대사관’ 명의로 기습 입장문을 낸 중국 정부를 향해선 외교적 결례라는 지적도 나온다.

10일 우리 외교부는 전날 중국대사관이 낸 입장문 관련해 “외국 공관의 공개적 입장 표명은 주재국의 상황과 정서를 존중해 신중하게 이뤄져야 한다”는 짧은 반응만 내놨다. 중국대사관이 9일 국내 정치인과 언론 등을 겨냥해 “반중 정서를 부추겼다”고 지적한 뒤 내정간섭이란 비판까지 나왔지만 우리 외교부는 별도 입장문도 내지 않고, 하루 뒤 이 같은 반응만 보인 것. 외교부 대변인은 10일 “중국대사관의 강력한 항의에도 우리가 소극적으로 대응하는 이유가 무엇이냐”는 질문에 “결코 소극적인 자세로 임하고 있지 않다. 앞으로도 중국 측과 필요한 소통을 계속 해 나갈 것”이라고만 했다.

그나마 이날 외교부의 공식 코멘트는 전날 중국대사관이 입장문을 낸지 17시간이 지나서야 나왔다. 외교부 당국자는 전날 입장문 공개 직후 “우리도 공식 입장을 준비하고 있다”고 했지만 즉각 대응을 내놓지 못한 채 우왕좌왕하다 17시간 만에 ‘짧은’ 코멘트만 내놓은 것. 또 다시 정부가 중국 눈치보기에 급급해 대중(對中) 저자세 외교를 반복한 것이다.

한국에서 반중 정서가 폭발함에도 8, 9일 중국 정부 입장을 옹호하는데 급급한 입장문을 내며 오히려 갈등을 증폭시킨 중국대사관은 10일에는 황대헌의 전날 올림픽 쇼트트랙 남자 1500m 우승을 축하한다는 메시지를 냈다. 싱하이밍(邢海明) 주한 중국대사의 메시지를 전한다면서 “황대헌 선수의 활약에 대해 중국 국민들도 긍정적으로 평가해 중한 양국 국민의 참된 우정을 보여주고 있다”고 밝힌 것. 하지만 이를 두고 외교부가 아닌 주재국 대사관 명의로 계속 자국 입장을 밝히는 게 외교 결례라는 비판도 제기됐다. 주재국과의 우호 증진이 제1 임무인 대사관이 직접 입장문을 내고 민감한 갈등을 건드리는 자체가 월권이라는 것. 외교 소식통은 “주재국을 존중한다면 주재국 대사관이 기습적으로 이렇게 입장을 남발할 순 없을 것”이라고 했다.

최지선 기자 aurinko@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