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尹, 金 향해 “그 양반”→“김 박사님”
윤 후보는 이날 오전 김 전 위원장의 선대위 합류에 대한 질문에 “그 양반 말씀하는 건 나한테 묻지 말아달라”며 불쾌감을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다만 윤 후보는 이후 서울 여의도의 한 식당에서 오찬을 하기 전 기자들과 만나서는 “우리 김 박사님께서 며칠 생각하신다 하니까 저도 기다리고 있는 중”이라고 했다. 호칭을 “그 양반”에서 “우리 김 박사”로 높인 것. 그럼에도 김 전 위원장을 먼저 찾아가겠느냐는 물음에는 “생각을 해보시겠다고 했으니까, (제가) 기다리고 있는 게 맞는 것 아니겠나”고 물러서지 않았다.
그러면서도 김 전 위원장은 윤 후보가 찾아오면 만나겠느냐는 질문엔 “만나는 거야, 뭐 찾아오면 만나는 거지 거부할 이유가 없잖아”라고 여지를 열어뒀다. 여권 관계자는 “김 전 위원장이 과거 박근혜 전 대통령, 문재인 대통령과 호흡을 맞출 당시 번번이 사퇴 카드를 꺼내 들던 ‘벼랑 끝 전술’이 떠오른다”고 말했다.
● 尹-金 대치 속 장제원 “선대위 합류 포기”
윤 후보와 김 전 위원장은 김병준 상임선대위원장 임명과 장제원 국민의힘 의원의 윤 후보 비서실장 카드 등 선대위 구성을 두고 갈등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 전 위원장 측 관계자는 이날 “김 전 위원장은 김병준 카드에 반대하고 있다”고 했다. 김 전 위원장은 윤 후보의 선대위 구상이 이른바 ‘3김 체제(김종인-김병준-김한길)’로 불리면서 자신이 김병준 위원장, 김한길 새시대준비위원회 위원장과 ‘동급’으로 거론된 것에 대한 불쾌감도 드러낸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윤 후보는 김 전 위원장 외에 김병준, 김한길 위원장의 3각 체제 구상을 관철시킨다는 입장을 분명히 한 상태다. 윤 후보 측 핵심 관계자는 “인사에 대한 최종 결정권은 후보에게 있고, 김 전 위원장을 존중해 의견을 충분히 반영했는데도 김 전 위원장이 입장을 좀처럼 굽히지 않고 있다”고도 했다.
이런 가운데 윤 후보의 비서실장으로 거론되던 장제원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저의 거취 문제가 논란이 되고 있다. 모두 제 부덕의 소치다. 윤 후보 곁을 떠나겠다”는 입장문을 내고 선대위 합류 포기 의사를 밝혔다. 그러면서도 “윤석열의 무대에서 윤석열 외에 어떤 인물도 한낱 조연일 뿐”, “방해가 되어서도, 주목을 받으려 해서도, 거래를 해서도 결코 안 될 거다. 후보님 마음껏 인재를 등용하시고 원탑이 되셔서 전권을 행사하라”며 김 전 위원장을 에둘러 비판했다. 장 의원은 과거 김 전 위원장을 ‘독불장군’, ‘마이너스의 손’이라고 거칠게 비판한 만큼 그의 선대위 합류 포기를 두고 “양측이 막판 절충점을 찾고 있다”는 해석이 나왔다.
장관석 기자 jk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