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백현동 인허가 시기, 성남시에 힘 쓸 김인섭에 2억3000만원 줘”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11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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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현동 개발업자 “5차례 송금”… 金, 2006년 이재명 선대본부장 지내
개발업자, 金 영향력 기대하고 영입… 2억 차용증 받았지만 돈 못돌려받아
이재명, 2015년 4월 용도 변경 결재… 이듬해 1월엔 임대아파트 비율 줄여
법조계 “로비 대가여부 등 수사 필요”


경기 성남시 분당구 백현동 개발사업자인 아시아디벨로퍼 정모 대표(66)가 2015∼2016년 부동산 개발업체 한국하우징기술 김인섭 전 대표(68)에게 5차례에 걸쳐 총 2억3000만 원을 건넨 사실이 9일 드러났다.

정 대표는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가 2006년 성남시장 선거에 출마했을 당시 선대본부장을 지낸 김 전 대표를 사업 인허가 과정에 힘을 쓸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영입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전 대표는 2016년 9월 정 대표에게 뒤늦게 3000만 원을 돌려주고, 2억 원에 대한 사후 차용증을 썼지만 현재까지 이 돈을 갚지 않고 있다. 법조계에선 금전 거래와 로비 대가 여부 등에 대한 검찰 수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 2억3000만 원 전달 뒤 사후 차용증 작성
부동산 개발업체 김인섭 전 대표가 아시아디벨로퍼 정모 대표에게 2016년 9월 31일 써준 자필 차용증.
부동산 개발업체 김인섭 전 대표가 아시아디벨로퍼 정모 대표에게 2016년 9월 31일 써준 자필 차용증.
정 대표와 김 전 대표 간의 소송 과정에서 법원에 제출된 증거 기록에 따르면 김 전 대표는 2016년 9월 30일 정 대표에게 “정 대표에게 2억 원을 빌렸으니 1년 뒤에 갚겠다”는 내용의 자필 차용증을 써줬다.

앞선 2014년 백현동 부지 토지 용도 변경 신청을 두 차례 반려당한 정 대표는 2015년 1월 김 전 대표를 영입했다. 김 전 대표는 3개월 뒤 백현동 개발사업이 아닌 다른 사건에 연루돼 구속 수감됐다. 그런데 김 전 대표는 2016년 4월 만기 출소한 직후 갑자기 정 대표에게 백현동 개발 사업 시행사인 성남알앤디PFV 주식 25만 주를 액면가에 넘기라고 요구했다.

당시 김 전 대표는 정 대표가 요구를 거절하자 “주식을 포기할 테니 혼자서 (사업을) 잘 끌고 갈 수 있는지 두고 보겠다”는 등 협박을 했다고 한다. 결국 정 대표는 차용증이 작성되기 넉 달 전인 2016년 5월 김 전 대표가 요구한 주식매매 계약을 체결해줬다. 이후 김 전 대표는 “주식매매 계약을 이행하라”며 정 대표를 상대로 소송까지 냈고, 지난해 11월 법원은 계약 이행 대신 정 대표가 김 전 대표에게 70억 원을 지급하라는 결정을 내렸다.

차용증 작성 경위에 대해 정 대표는 9일 “김 전 대표가 구치소에 수감 중일 때 ‘항소심 재판 비용이 부족하다’고 해 2000만 원, ‘추징금 납부할 돈이 없다’고 해 1억 원을 계좌로 송금했다”고 말했다. 이어 “김 전 대표가 출소한 뒤에는 ‘차량 구입비 등이 필요하다’고 해 7000만 원, ‘매달 사무실 유지비 등이 필요하다’고 해 2000만 원씩 두 번 송금했다”고 설명했다. 2015년 8월∼2016년 5월 5차례에 걸쳐 김 전 대표에게 총 2억3000만 원을 송금했다는 것이다.

또 정 대표는 “2억 원은 아직 돌려받지 못했지만 모두 빌려준 돈”이라며 “김 전 대표가 2016년 9월 2억 원에 대한 차용증을 쓰면서 3000만 원을 갚았다. 이자로 1200만 원도 받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정 대표가 김 전 대표에게 돈을 준 시점과 차용증 작성 시기는 길게는 1년 4개월, 짧게는 4개월의 차이가 난다. 정 대표는 이에 대해 “구치소에 있으니 차용증을 쓰지 못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 개발사업자 “힘 있으니까 빌려준 것”
정 대표가 김 전 대표에게 금품을 건넨 시기는 성남시의 백현동 사업 인허가 시기와 겹친다. 한국식품연구원 부지 토지 용도를 자연녹지에서 아파트를 지을 수 있는 준주거지로 상향하는 내용의 검토 보고서를 2015년 4월 이 후보가 결재했고, 같은 해 9월 용도가 변경됐다. 이 후보는 이듬해 1월 해당 부지의 임대아파트 비율을 100%에서 10%로 줄이는 내용의 보고서에도 서명했다. 성남알앤디PFV는 백현동 사업으로 현재까지 3143억 원의 분양 수익을 거뒀다.

정 대표는 “김 전 대표가 사실상 ‘거기’ 힘이 있지 않느냐”며 “일을 되게는 못 만들더라도 안 되게는 만들 수 있는 인물이라 돈을 빌려준 것이 맞다”면서도 “사업 진행 과정에서 실제로 김 전 대표가 성남시에 영향력을 행사한 적은 결코 없다”고 주장했다. 동아일보는 김 전 대표의 해명을 듣기 위해 여러 차례 전화를 걸었지만 연락이 닿지 않았다.


김태성 기자 kts5710@donga.com
고도예 기자 yea@donga.com
유원모 기자 onemore@donga.com


#백현동 인허가 시기#김인섭 차용증#이재명#로비 대가여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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