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대통령-與 대선후보 만날까…靑 “전례 있어, 요청 오면 검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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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1년 10월 10일 09시 0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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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 2021.9.27/뉴스1 © News1
문재인 대통령. 2021.9.27/뉴스1 © News1

석 달 넘게 이어진 더불어민주당 경선이 10일 서울에서 대단원의 막을 내리는 가운데 청와대 또한 이날 경선 결과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현 정부의 성과와 남은 과제를 미래권력으로 안정적으로 이양하는 일은 소위 ‘현재권력의 마지막 소임’으로 꼽힌다.

여권 안팎에서 이를 위해 비중있게 거론되는 방안 중 하나는 문재인 대통령과 여야 최종 대선후보 간 만남이다. 만약 문 대통령이 여당 대선후보를 만나게 된다면 이는 역사상 세 번째 ‘여당 소속 현직 대통령과 여당 대통령 후보’ 간 회동이다.

이외 문 대통령이 야당 후보와 별개 만남을 갖게 되거나 여야 후보를 함께 만나는 상황에도 눈길이 모인다. 김영삼 대통령은 1997년 10월 당시 여야 대선후보들과의 개별회동을 계획해 실행한 바 있다. 다만 여당 후보(이회창)와는 탈당 문제 등으로 만남이 불발됐고 야당 후보들(김대중·조순·이인제·김종필)과만 각각 단독 회담을 했다.

2017년 4월 당시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오른쪽)가 경기도 성남시청을 방문해 이재명 시장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2017.4.7/뉴스1 © News1
2017년 4월 당시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오른쪽)가 경기도 성남시청을 방문해 이재명 시장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2017.4.7/뉴스1 © News1


가장 가능성이 높은 그림은 역시 문 대통령과 여당 후보 간 만남이다. 전례를 되짚어보면 가능성이 충분하다.

김대중 대통령은 2002년 4월 당시 노무현 새천년민주당 후보와 만났고 2012년 9월에는 이명박 대통령이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와 만남을 가진 적이 있다. 두 대통령 모두 여당 당적을 가진 채 여당 대선 후보와 회동한 사례다.

문 대통령은 현재 민주당 당적을 유지하고 있고 이 상황이 지속된다면 문 대통령은 이명박 전 대통령(퇴임 후 탈당)에 이어 ‘탈당 없이 임기를 마친 역대 두 번째 대통령’이 될 가능성이 높다.

1987년 민주화 이후 치러진 7차례 대선을 앞두고 집권여당들이 모두 당명을 바꿔왔던 가운데 민주당이 ‘당명 개정 없이 재집권에 도전하는 최초의 여당’이라는 점도 더해지면 문 대통령과 여당 후보 간 만남 성사는 여러모로 새 역사를 쓰게 될 전망이다.

청와대도 문 대통령과 여당 후보 간 회동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지 않고 있다.

정치적 중립 의무에서 자유롭지 못해 조심스러운 부분이 있기는 하지만 일련의 사례들이 있는 만큼 문을 열어두는 모습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전례가 있는 사안인 만큼 (여야 후보 측에서) 요청이 온다면 검토가 가능한 사안”이라고 말했다.

김대중·이명박 대통령 때 만남도 각각 노무현·박근혜 후보 측 요청에 따라 이뤄졌다.

특히 최종 여당 후보로 선출될 가능성이 높은 이재명 후보 입장에서는 본선을 위한 더 단단한 여권 결집을 위해 문 대통령과의 만남이 기회일 수 있다.

지난 5일 청와대가 이 후보의 이름이 오르내리는 ‘대장동 개발사업 특혜’ 의혹에 대해 “엄중하게 생각하고 지켜보고 있다”고 언급하면서 ‘문심(文心·문 대통령의 마음)이 이 후보 편이 아니다’라는 당내 인식 또한 해소할 수 있다.

문 대통령은 임기 종료가 7개월 앞으로 다가왔음에도 복수의 여론조사에서 ‘30%대 후반~40% 초반’까지의 지지율을 유지하고 있다. 이는 임기 말 역대 대통령들의 지지율에 비하면 상당히 높은 수치다. 정치권에 여전한 영향력을 끼치고 있다는 뜻도 된다.

지난 1일 한국갤럽에 따르면 문 대통령의 취임 5년차 2분기 평균 직무 긍정률은 39%였다. 이는 직선제 부활 이후 역대 대통령 중 가장 높은 수치로 동일한 시기 노태우 전 대통령은 12%, 김영삼 전 대통령은 7%, 김대중 전 대통령은 26%의 지지율 성적표를 각각 받았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24%, 이명박 전 대통령은 25%였다.

다만 본선에서는 중도층으로까지 보폭을 넓히기 위해 문 대통령과의 ‘차별성 전략’도 필요한 만큼 이 후보는 물론 여당 후보 입장에서는 문 대통령과의 만남이 온전한 기회라고 보기만은 어렵다는 해석도 나온다.

정권교체를 원하는 국민이 다수라는 여론조사가 적지 않고 이에 따라 비문(非文·비문재인)계로 분류되는 이 후보를 정권교체라는 인식 속 지지하는 이들도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청와대도 부담은 있다. 이 후보가 얽힌 대장동 의혹은 문재인 정부 난제로 꼽히는 부동산 문제와 직결돼 있다. 문 대통령은 지난 3월 LH(한국토지주택공사) 임직원들의 투기 의혹에 대해 직접 대국민 사과를 하기도 했다. 지난 5일 대장동 관련 발언 또한 ‘LH 사태’를 겪은 국민 정서를 고려했다는 게 청와대 설명이다.

이에 대장동 의혹이나 부동산 문제에 있어 문 대통령이 원론적인 언급을 내놓아도 갖가지 해석이 붙으면서 남은 국정상황이 혼란에 빠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아울러 치열한 ‘한표 다툼’ 상황 속 정치적 중립 사안에 있어 야당의 반발이 만만치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국민의힘에서 내달 5일 최종 후보가 선출되는 가운데 해당 후보가 문 대통령에게 만남을 요청할 수도 있으나 사실 이런 선택은 희박하다고 봐야 한다.

여권과 완전한 차별성을 추구하는 야당 입장으로선 오히려 이런 회동이 ‘문 대통령 띄우기’가 될 수 있다고 보고 선을 그어버릴 가능성이 높다. 김대중·이명박 대통령 때에도 야당 후보와의 만남은 없었다. 이 대통령 땐 야당 대선후보가 문 대통령이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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