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술실 CCTV법’ 국회 통과…의료계 “역사에 오점”-환자단체 “환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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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1년 9월 1일 11시 2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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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수술실 안에 외부 네트워크와 연결되지 않은 CCTV(폐쇄회로 텔레비전)를 설치해 운영하도록 하는 내용의 ‘의료법 개정안’을 합의 처리한 23일 오후 경기도 수원시 장안구 경기도의료원 수원병원 수술실에서 병원관계자들이 CCTV를 점검하고 있다. 2021.8.23/뉴스1 © News1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수술실 안에 외부 네트워크와 연결되지 않은 CCTV(폐쇄회로 텔레비전)를 설치해 운영하도록 하는 내용의 ‘의료법 개정안’을 합의 처리한 23일 오후 경기도 수원시 장안구 경기도의료원 수원병원 수술실에서 병원관계자들이 CCTV를 점검하고 있다. 2021.8.23/뉴스1 © News1
수술실 내부에 폐쇄회로(CC)TV를 설치하는 내용의 의료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자 환자단체는 크게 환영했지만, 의료계는 법적 투쟁을 예고하며 반발하는 등 향후 진통이 계속될 전망이다.

국회는 지난 31일 본회의를 열고 수술실 안에 외부 네트워크와 연결되지 않은 CCTV를 설치, 운영하도록 하는 내용의 의료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법안은 2년의 유예기간을 거친 뒤 2023년 8월 30일부터 시행된다. 지난 19대 국회에서 관련 법안이 발의된 지 약 6년 만의 일이다.

이번 개정안에 따르면 전신마취 등으로 환자의 의식이 없는 상태에서 수술을 시행하는 의료기관 개설자는 수술실 내부에 CCTV를 의무적으로 설치해야 한다. 환자 요청이 있을 때 녹음 없이 촬영하되, 환자와 의료진 모두 동의하면 녹음도 가능하다.

응급 수술이나 위험도가 높은 수술을 할 경우 등을 비롯한 정당한 사유가 있을 때는 ‘예외 조항’으로 인정해, 의료진이 촬영을 거부할 수 있도록 했다. 그 밖에 촬영 거부가 가능한 경우는 보건복지부령을 통해 조정할 수 있도록 했다.

이해당사자인 의료단체와 환자단체는 각각 성명서를 통해 입장을 밝혔다. 특히 대한의사협회(의협)는 “의료 역사에 오점”이라고 투쟁을 예고하며 반발했다.

그동안 의협은 국회 앞에서 수술실 CCTV 법안 폐기 촉구 1인 시위를 열었고, 대한병원협회와 대한의학회 등과 법안 통과를 막겠다며 총공세에 나서 왔다.

CCTV를 설치로 의료진을 상시 감시상태에 두는 것은 업무에 대한 집중력을 저해하고, ‘잠재적 범죄자’로 취급해 의료노동자의 인권을 침해한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법안이 통과되자 의협은 “2021년 8월 31일은 대한민국 의료 역사에 뼈아픈 오점을 남긴 날로 기억될 것”이라며 “굴복하지 않고 끝까지 맞서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어 “극소수의 비윤리적 일탈 행위를 근거로 다수의 선량한 의료인 모두를 잠재적 범죄자로 간주하는 사상 최악의 법”이라며 “분노와 탄식을 금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의협은 “2년간의 유예기간 동안 지속적으로 해당 법의 독소 조항들이 갖고 있는 잠재적 해악을 규명하고, 선량한 수술 집도의들의 피해가 최소화되도록 끊임없이 노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의협은 해당 법안이 ‘직업수행의 자유’ 등 기본권을 중대하게 침해하므로 헌법소원 등을 제기하겠다며, 법적 투쟁을 예고했다. 의료계에서는 의협뿐 아니라 대한병원협회, 대한의학회와 지역 의사단체 등이 반대하고 있다.

이날 분당서울대병원 교수협의회는 “잠재적 위험성을 고려해, 수술실 CCTV 설치 의무화 법안이 폐기돼야 함을 강력히 요청한다”며 “수술실 CCTV가 의료사고의 원인을 증명할 수도 없다”고 꼬집었다.

이어 “소모적이고 비의료적인 논쟁만 남는다. 법안의 위험한 통제적 발상과 필수 의료의 붕괴, 더불어 환자와 의사 간 불신 조장 가능성에 심각한 우려를 표한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어려운 수술 회피, 수술환자의 신체 부위 노출 및 녹화 파일에 대한 저장·관리의 어려움, 의료인과 환자 간의 신뢰관계 훼손, 불필요한 공포심 확대 및 재생산 등을 근거로 들며 반발했다.

반면 환자단체는 장시간 입법화에 나선 끝에 법안이 통과했다며 환영했다.

한국환자단체연합회 역시 이날 논평을 내고 “드디어 국회를 최종 통과했다. 발의 6년 7개월만”이라며 “의사단체의 강력한 반대에 부딪혀 심의 한번 없이 폐기돼왔다. 우여곡절 끝에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고 자평했다.

이어 “환자와 의료인 모두 100% 만족할 수 없겠지만 유예기간 2년 동안 머리를 맞대고 환자와 의료인 모두 동의할 수 있는 합리적인 방안을 찾아가기를 희망한다”고 덧붙였다.

앞으로 지켜봐야 할 점은 2년간 정부와 의료계가 합의에 이를 수 있는지다. 2년간 촬영 거부 조항을 늘리거나, 예외조건을 추가해달라는 대안이 나올 수 있지만 의료계가 강경 투쟁을 예고한 만큼, 대안없이 갈등이 이어질 수도 있다.

의료계와 정부, 환자가 논의해 모두 동의할 수 있는 합리적 방안을 찾을 수 있을지는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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