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홍에 빠진 與… 지도부 탈당 읍소에도, 투기의혹 의원들 불복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6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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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與의원 투기 의혹]
김한정 “확인도 없이 정치적 기소”… 김회재, 宋 찾아가 조치철회 요구
탈당 강제못하는 지도부 “개별설득”… “불복시 제명”→“논의 안해” 혼란도
당내서도 “독단적 결정” 부정 여론… 11일 종부세 논의 의총서 반발예상

착잡한 與 지도부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대표(왼쪽)가 9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송 대표는 당 
지도부가 부동산 관련 의혹이 제기된 소속 의원 12명에게 탈당을 권유하는 조치를 내린 데 대해 “민주당이 새롭게 변화하기 위한 
고육지책의 결단이었다”고 말했다. 사진공동취재단
착잡한 與 지도부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대표(왼쪽)가 9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송 대표는 당 지도부가 부동산 관련 의혹이 제기된 소속 의원 12명에게 탈당을 권유하는 조치를 내린 데 대해 “민주당이 새롭게 변화하기 위한 고육지책의 결단이었다”고 말했다. 사진공동취재단
더불어민주당이 부동산 불법거래 의혹에 휩싸인 의원 12명에 대해 전원 출당·탈당 조치를 취한 뒤 내홍이 깊어지고 있다. 해당 의원들은 여전히 억울함을 호소하며 일부는 9일 당 지도부에 탈당 권유 철회를 요구하는 등 ‘불복 시위’에 나섰다. 당 지도부는 이들을 개별적으로 설득하기로 하는 등 수습에 나섰다. 하지만 당사자들의 소명을 받는 절차를 건너뛴 채 일방적으로 탈당을 권유했다는 비판이 적지 않아 송영길 지도부의 리더십이 시험대에 올랐다는 관측도 나온다.

여권 관계자는 “예상보다 강경한 조치로 ‘제 식구 감싸기’라는 비판은 피했지만 신임 지도부로선 당내 분열이라는 새로운 리스크와 마주하게 됐다”고 했다.

○ 지도부 항의 방문 등 각개 전투

전날 탈당 권유를 받은 의원들은 이날도 억울함을 호소하며 절차상의 문제를 제기했다. 미공개 정보를 활용해 토지를 구입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김한정 의원은 “당 지도부가 국민권익위원회로부터 받은 자료에 구체적인 내용이 없었다고 한다”며 “당 지도부는 이번에 큰 실수를 한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권익위 조사단이 현장에 한 번이라도 가봤는지를 밝혀야 된다”며 “정치적인 기소를 당했는데 공소장도 없고 진술조사도 없다. 권익위 조사단을 조사해야 한다”고 날을 세웠다.

당 법률위원장을 맡고 있는 김회재 의원도 이날 오전 송영길 대표를 찾아가 “명백히 잘못된 사실을 전제로 내린 조치이므로 탈당 권유를 철회해달라”고 요구했다. 김 의원은 면담 후 기자들과 만나 “당의 방침에 따라 정해진 시기에 성실하게 아파트를 매각한 사람으로서 상을 받아야지 탈당 권유가 무슨 말이냐”고 반문했다. 아파트 매매 시 매수자에게 잔금을 받은 일자와 소유권 이전 등기 일자가 맞지 않는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김 의원은 이날 매매대금 잔금 납입 통장 사본을 공개하기도 했다. 그 역시 “부실한 조사로 수사를 의뢰한 권익위에 수사의뢰 철회와 사과를 요구한다”며 “합당한 조치가 없을 시 법적 대응도 검토하겠다”고 했다.

농지법 위반 의혹을 받고 있는 오영훈 의원은 국가수사본부를 찾아 농지법 위반 의혹과 관련해 사실관계 서류를 제출했다.

○ ‘독단’ 비판에 종부세 강행도 부담

해당 의원들의 거센 반발과 당내 비판에 당 지도부도 고심에 빠졌다. 탈당을 권유할 수 있을 뿐 강제할 수단은 없기 때문. 당 관계자는 “징계는 당 윤리심판원을 거쳐야 하는데 아직 수사도 이뤄지지 않은 내용에 대해 섣불리 판단을 내리기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이 때문에 당 지도부는 이날 오전 징계위원회를 통한 제명 조치까지 언급했다가 번복하는 등 우왕좌왕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한병도 원내수석은 KBS 라디오에서 “탈당을 안 하겠다고 하면 당에서 징계위원회가 열리고, 제명이 나올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이후 고용진 수석대변인은 기자들과 만나 “아직 그런(징계위 개최) 논의는 안 했다”며 “해당 의원들을 충분히 설득하겠다”고 일축했다.

송 대표는 이날 오후 연세대에서 열린 이한열 열사 추모식에서 탈당 대상 중 한 명인 우상호 의원을 언급하며 “한열이 하면 생각나는 게 우상호”라며 “권익위의 부실한 조사에 어쩔 수 없이 스스로 밝히고 돌아오라고 보냈다”고 했다. 두 사람은 연세대 81학번 동기로 40년 지기다. 윤호중 원내대표도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억울한 사정이 있다는 것을 잘 알지만 당의 고육지책이라고 이해해달라”며 “모든 의혹이 해소되는 날 다시 우리가 하나가 될 수 있으리라 기대한다”고 했다.

하지만 이번 문제에 연루되지 않은 의원들 사이에서조차 “당 지도부가 주요 사안에 대해 독단적인 결정을 내리고 있다”는 불만이 늘고 있다. 이 때문에 11일 정책 의원총회를 거쳐 당내 이견이 많은 종합부동산세(종부세) 완화 논의에 마침표를 찍으려던 지도부로서도 부담감이 커진 상황이다.

허동준 기자 hungry@donga.com
#지도부 탈당#투기의혹 의원들#더불어민주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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