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월 말 우상호 의원은 ‘클리앙’이라는 사이트에 글을 올렸다. “이번 보궐선거가 대선 전초전인데 상황이 그리 녹록지 않다. 위기에 강한 내가 현 정부를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는 내용이었다. 그가 서울시장 보궐선거 경선에 나선 건 다 아는 사실이니, 저 글은 자신을 지지해달라는 호소이리라. 그걸 이해한다 쳐도, 좀 뜬금없다는 생각이 든다. 서울시장은 서울시민의 재산과 안전을 지키는 존재여야 하는데, 왜 그는 문재인 정권을 지키겠다고 할까. 이를 이해하려면 클리앙이 어떤 곳인지를 먼저 알아야 한다.
클리앙은 대표적인 친문(친문재인) 사이트로, 이곳의 여론은 바깥 현실과 매우 동떨어져 있다. 예컨대 정치, 사회, 경제, 외교 등 분야를 막론하고 문재인 대통령은 클리앙에서 ‘신’ 그 자체다. 대통령의 말씀 한마디 한마디에 ‘뭉클’ ‘울컥’ ‘대성통곡’하는 광경이 거의 매일 벌어진다. 심지어 ‘대통령 연임해달라’ ‘종신 대통령 해달라’고 울부짖는 이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그들에게는 방탄소년단(BTS)의 빌보드 차트 석권과 축구선수 손흥민의 득점왕 경쟁도 다 ‘문통’ 덕분이다.
그는 녹취록에서 들었다면서 채널A 기자가 다음과 같이 말했다고 자신의 페이스북에 썼다. “사실이 아니라도 좋다. 당신이 살려면 유시민에게 돈을 주었다고 해라. 그러면 그것으로 끝이다. (중략) 우리 방송에 특종으로 띄우면 유시민의 인생은 종치는 것이다. (중략) 다음 정권은 미래통합당이 잡게 된다.” 그러면서 그는 다음과 같이 결론짓는다. “더 이상 무슨 말이 더 필요할까요? 검찰과 언론의 총선 기획, 이게 바로 쿠데타입니다.” 물론 문제의 녹취록에 저런 말은커녕 비슷한 말도 없었기에, 최 의원은 ‘허위사실 적시에 의한 명예훼손’ 혐의로 고발당한 상태다.
같은 생각을 가진 이들이 한데 모여 서로 의지하고 살아가는 것이 나쁜 일은 아니다. 안타까운 점은 이런 맹목적 지지가 문재인 정권을 망치고 있다는 사실이다. 다들 알다시피 문재인 정권은 지지율 추락에만 민감하게 반응한다. 지지율이 높을 때는 자기 하고 싶은 대로 다 하다, 부동산이나 백신 구입 같은 악재가 터져 지지율이 떨어지면 그때서야 대책을 내놓는 시늉을 한다는 얘기다.
그런데 클리앙 같은 친문 커뮤니티의 맹활약 덕분에 문재인 정권의 지지율이 과반에 가깝게 유지된다고 해보자. 그들이 과연 국민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일까. 흠결이 많은 인사를 장관으로 임명하고, 나랏돈을 흥청망청 씀으로써 국가재정을 거덜 내며, 코로나19 사태는 아랑곳하지 않고 검찰총장 죽이기에만 골몰하는 것 등은 필연적인 결과다. 그렇게 본다면 클리앙의 행태는 거의 매국행위라고 할 수 있다. 이를 제지해야 할 인사들이 오히려 클리앙 같은 친문 커뮤니티의 눈치를 보고 그들의 활동을 부추기고 있으니, 한심할 따름이다.
“안녕하세요. 클리앙 유저 여러분, 더불어민주당 우상호 의원입니다.” 이 말에 클리앙 유저들은 마냥 신이 났으리라.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출마하는 유력 정치인이 클리앙에 찾아와 머리를 조아렸으니 말이다. 하지만 이것만은 명심해주길 바란다. 당신들이 맹목적으로 지지하며 당장의 승리감에 젖어 있는 순간에도 이 정권이, 나아가 이 나라가 무너져내리고 있다는 것을.
서민은… 제도권 밖에서 바라본 우리 사회의 문제점을 날카로운 입담으로 풀어낸다. 1967년생. 서울대 의대 의학과 졸업. 서울대 의학박사(기생충학). 단국대 의대 기생충학교실 교수. 저서로는 ‘서민독서’ ‘서민 교수의 의학 세계사’ ‘서민의 기생충 콘서트’ ‘서민적 글쓰기’ 등이 있다.
서민 단국대 의대 기생충학과교실 교수
《이 기사는 주간동아 1277호에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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