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혜영 “젠더폭력 근절 외친 동지가 존엄 훼손, 충격 컸다”

김혜린 동아닷컴 기자 입력 2021-01-25 11:23수정 2021-01-25 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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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혜영 정의당 의원
김종철 정의당 대표가 같은 당 의원을 성추행해 사퇴한 가운데, 피해자인 장혜영 의원이 입장을 밝혔다.

장 의원은 25일 서면 입장문을 통해 “제가 겪은 고통에 대해 이야기하고 이 문제로부터 진정 자유로워지고자 한다”며 입장을 발표했다.

그는 “함께 젠더폭력근절을 외쳐왔던 정치적 동지이자 신뢰하던 당 대표로부터 인간으로서의 존엄을 훼손 당하는 충격과 고통은 실로 컸다”며 “훼손당한 인간적 존엄을 회복하기 위해 문제를 제기하는 과정에서 다른 여러 공포와 불안을 마주해야 했다”고 심경을 밝혔다.

이어 “그럼에도 문제를 제기하고 공개적 책임을 묻은 것은 이것이 저의 인간으로서의 존엄을 회복하고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는 길이자, 정의당과 우리 사회를 위하는 길이라고 믿었기 때문”이라며 “가해자가 당대표라 할지라도 정의당이 단호한 무관용의 태도로 사건을 처리할 것이라는 믿음이 있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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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서 “피해사실을 공개함으로써 닥쳐올 부당한 2차가해보다 두려운 것은 저 자신을 잃어버리는 일”이라며 “피해자인 저와 국회의원인 저를 분리해 피해자를 보호한다는 이유로 영원히 피해사실을 감추고 살아간다면, 저는 거꾸로 이 사건에 영원히 갇혀버릴 것”이라고 했다.

또한 장 의원은 “이번 사건을 겪으며 ‘피해자다움’이란 결코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깊이 깨달았다”며 “어떤 여성이라도 성폭력의 피해자가 될 수 있다. 현직 국회의원이라는 사실은 결코 제가 피해자가 될 수 없음을 의미하지 않았다. 성폭력을 저지르는 가해자들이 어디에나 존재하는 한 누구나 성폭력 피해자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가해자다움’도 존재하지 않는다. 성폭력을 저지르는 사람은 따로 정해져있지 않다”며 “누구라도 동료 시민을 동등하게 존엄한 존재로 대하는 데 실패하는 순간 성폭력의 가해자가 될 수 있다. 아무리 이전까지 훌륭한 삶을 살아오거나 많은 이들로부터 존경받는 사람이라 하더라도 예외는 없다”고 말했다.

장 의원은 “피해자가 일상으로 돌아오기 위해 가해자의 사실인정과 진정성 있는 사죄, 그리고 책임을 지는 절차가 필요하다”며 “저의 경우 가해자는 피해를 입히는 과정에서 저를 동등한 인간으로 존중하지 않았지만 제가 존엄을 회복하고 일상으로 돌아가는 과정에서나마 잘못을 시인하고 사죄하며 저를 인간으로 존중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그렇기에 저는 분노보다 회복에 초점을 맞출 수 있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렇게 저의 피해사실에 대해 문제제기하고 말할 수 있는 것은 앞서 용기내어 말해온 여성들의 존재 덕분”이라며 “끝까지 여러분과 함께 싸우겠다. 어떤 폭력 앞에서도 목소리 내며 맞서기를 주저하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끝으로 “지금 이 순간에도 수많은 피해자들은 여전히 자신의 존엄을 회복하기 위해 처절히 싸우고 있다”며 “모든 피해자들이 일상으로 돌아가는 그 길에 끝까지 함께해달라”고 시민과 당원들에 호소했다.

김혜린 동아닷컴 기자 sinnala8@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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