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정부 현역의원 입각 18명… 노무현-MB정부의 1.8배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1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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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정부 11명보다도 1.6배 많아… ‘청문회 현역 불패’ 규모 크게 늘어
친문-86운동권 그룹 중심 발탁
野 “자기편만 챙겨… 친문 하나회냐”

20일 발표된 개각에서 황희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후보자와 권칠승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가 지명되면서 문재인 정부 들어 현역 의원의 입각은 총 18명으로 늘었다. 이는 노무현, 이명박, 박근혜 정부 때의 의원 입각보다 큰 규모다. 특히 친문(친문재인) 성향 의원들이 대거 입각하면서 야권에서는 “친문 하나회”라는 비판이 나왔다.

황 후보자와 권 후보자 지명 등으로 지난해 12월부터 시작된 릴레이 개각은 사실상 마무리됐지만 후폭풍은 이어졌다. 야권은 친문 핵심 의원들이 만든 ‘부엉이 모임’ 출신의 전진 배치를 집중적으로 문제 삼았다. 전해철 행정안전부 장관과 황 후보자, 권 후보자 등이 ‘부엉이 모임’ 출신이다.

국민의당 권은희 원내대표는 21일 최고위원회의에서 개각에 대해 “친문 하나회로 인식된다”며 “계파주의 비난을 받고 해산한 부엉이 모임의 정신이 여전히 살아 있고, 위세 역시 대단하다는 것이 이번 인사로 확인됐다”고 비판했다. 국민의힘 주호영 원내대표도 “내각 장관들을 부엉이 출신들로 마음대로 임명한다”며 “전리품 얻듯 자기편만 채우면 국민 통합은 멀어지고 민심은 떠난다는 것을 엄중히 경고한다”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 내부도 술렁였다. 한 여당 의원은 “아무리 인사난이 심하다지만 현역 의원의 입각이 지나치게 많은 감이 있다”며 “과거에는 청와대에서 현역 의원을 발탁하려 해도 당 지도부가 ‘안 된다’고 막은 경우가 많았는데, 이번에는 전혀 그렇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의원들 사이에서는 “사실상 의원내각제라고 비판해도 할 말이 없다”는 말도 나왔다.

실제로 문 대통령은 2017년 5월 김현미 전 국토교통부 장관, 김영춘 전 해양수산부 장관, 도종환 전 문체부 장관, 김부겸 전 행안부 장관 등 당시 4명의 현역 의원 지명을 시작으로 연이어 의원들을 국무위원으로 임명했다. 정세균 국무총리와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도 임명 당시 국회의원 신분이었다.

대통령비서실장 등 청와대 참모와 달리 국무위원은 의원 겸직이 가능하기 때문에 과거 정부에서도 현역 의원의 입각은 드문 일이 아니었다. 노무현 정부에서는 이해찬 전 대표가 국무총리를, 김진표 의원이 교육부 장관을 맡는 등 임명 당시를 기준으로 총 10명의 의원이 입각했다. 이명박, 박근혜 정부에서도 각각 10명, 11명의 의원 출신 장관이 임명됐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 들어 그 규모가 크게 늘었다. 여권 핵심 관계자는 “현 정부 들어 인사 검증 기준이 강화되면서 마땅한 장관 후보군을 찾기가 쉽지 않다는 것도 의원들의 발탁이 이어진 이유”라며 “의원들이 국정 운영 방향에 대한 이해도도 높고, 부처를 강하게 장악할 수 있다는 점도 한 요인”이라고 했다. 또 현역 의원 출신은 인사청문회에서 낙마한 전례가 없는 ‘현역 불패 신화’도 의원들의 입각이 늘어난 배경이다.

다만 현 정부 주류인 친문과 86운동권 그룹 중심으로 발탁이 이어진다는 점은 문제점으로 꼽힌다. 18명의 의원 출신 장관 가운데 이 범주에 속하지 않는 경우는 진영 전 행안부 장관과 이개호 전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정도다. 이에 대해 민주당 김종민 최고위원은 이날 MBC라디오 인터뷰에서 “친문이라고 해서 4년 동안 문제 된 적이 없다”며 “문 대통령이 4년 동안 해온 인사들을 보면 친문, 비문(비문재인) 가르지 않고 골고루 균형 있게 탕평인사를 해왔다”고 주장했다.

허동준 기자 hungry@donga.com
#文정부#현역의원#입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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