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 부인 김정숙 여사 지난해 9월23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데모크라시 프렙 차터 고등학교를 방문, 한국어 수업 수강 학생들에게 인사말하고 있는 모습. (청와대 페이스북) 2019.9.24/뉴스1
문재인 대통령의 부인 김정숙 여사는 8일 한국어 말하기 대회에 참석한 외국인들을 향해 “한국어를 배우고 있는 여러분이 한국과 여러분의 나라를 잇고, 세계를 잇는 가교가 돼 주시길 간절히 바란다”고 말했다.
김 여사는 574돌 한글날을 하루 앞둔 이날 오후 서울 용산 국립한글박물관에서 열린 ‘2020 세종학당 한국어 말하기 대회’에 참석, 축사를 통해 “한국어교육 지원에 힘을 쏟아온 정부의 노력으로 이제 세종학당은 전 세계 76개국 213개소로 늘어났다”며 이렇게 밝혔다.
한국어 말하기 대회는 매년 한글날 계기로 세종학당에서 개최해온 행사로, 올해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상황에서 아시아, 아메리카, 유럽 대륙을 비대면 화상으로 연결해 진행됐다. 세종학당은 전 세계 한국어 교육과 한국 문화 확산을 담당하는 곳이다.
김 여사는 경연을 거쳐 ‘한국어 말하기 대회’ 결선에 오른 10명의 학생들에게 축하의 뜻을 전한 뒤 “온 국민이 한마음으로 코로나를 이겨나가고 있는 한국에서는 ‘사회적 거리두기 2m, 마음의 거리 0m’라고 적힌 펼침막을 자주 보게 된다”며 “여러분과 저는 다른 시간, 다른 공간에 있지만 한국어로 서로 통하는 지금 이 시각, 우리들 마음의 거리는 0m”라고 말했다.
그는 “설렘과 떨림으로 가득한 여러분의 얼굴을 보니 심장이 ‘두근두근’ 하는 소리가 이곳까지 전해지는 것 같다”면서 “한국어 배우기라는 새로운 도전을 통해 한국이라는 나라의 문을 연 여러분의 미래가 기대돼서 제 마음도 두근두근하다”고 했다.
김 여사는 “‘외국어를 배운다는 것은 두 번째 영혼을 소유하는 것과 같다’고 한다”며 “한글을 쓰고 한국어로 말하는 여러분은 이제 한국이라는 매력적인 나라와 한국인의 마음속에 들어올 수 있는 열쇠를 갖게 됐다”고 격려했다.
그는 “한글은 ‘사람마다 쉽게 익혀 편하게 쓰도록’ 하고자 하는 백성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세종대왕이 만든 글자”라고 소개한 뒤 “이제 한글과 한국말은 한국을 넘어 세계를 잇고 있다”며 “K-팝, K-드라마와 같은 한류의 급속한 확산과 함께 K-방역으로 대한민국의 국격이 높아지면서 한국말과 한국에 대한 세계인의 관심이 그 어느 때보다 뜨겁다”고 말했다.
그는 “그동안 세계 여러 나라를 순방하면서 빼놓지 않은 일정이 한국어를 배우는 학생들을 만나는 것이었다”면서 “왜 한국을 알고 싶은지, 한국에 대한 관심과 사랑이 결실을 맺으려면 어떤 뒷받침이 필요한지, 직접 듣고 힘이 되고 싶었다”고 밝혔다.
김 여사는 이날 대회 주제가 ‘내가 만난 한국인, 내가 만날 한국인’이라는 점에 “사람이 온다는 건 실은 어마어마한 일이다. 그는, 그의 과거와 현재와 그리고 그의 미래와 함께 오기 때문이다. 한 사람의 일생이 오기 때문이다”라는 정현종 시인의 ‘방문객’이라는 시구를 소개한 뒤 “여러분이 만나는 한국인이, 여러분의 인생에 행운과 기쁨이 되길 바란다. 오늘 여러분이 만난 한국 사람인 저 또한 한국어를 배우고 있는 여러분의 귀한 뜻이 열매를 맺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약속했다.
김 여사는 자신에 앞서 축사를 한 박양우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응원 구호로 ‘아리아리’를 외친 것을 언급, “(아리아리는) 2018년 한국에서 열린 평창올림픽에서도 서로에게 힘을 주는 인사말이었다. 한국어 ‘아리아리’는 ‘길이 없으면 찾아가고, 그래도 길이 없으면 길을 내자’라는 뜻”이라며 “새 길을 내면서 꿈을 향해 가고 있는 여러분의 미래를 응원한다”고 격려했다.
김 여사는 오른손을 들어 주먹을 쥐면서 ‘아리아리’를 외치며 응원의 뜻을 거듭 전했다.
한편, 임세은 청와대 부대변인에 따르면 이번 대회 결선에는 캐나다·미국·미얀마·중국·인도·베트남·터키·바레인·아제르바이잔·독일 등 10개국에서 참가했으며, 현지에서 참석한 10명의 참가자들은 그 나라의 전통 복장을 착용해 눈길을 끌었다.
캐나다의 퀜틴 티제는 아직 만나지 못했지만, 미래의 아내와 아내의 가족들을 ’내가 만날 한국인‘으로 소개했고, 미국의 치아 칸자나는 자신이 만난 한국인으로 태권도를 가르쳐준 한국인 사범을 기억하며, 항상 따뜻하게 대해 주고 힘들 때마다 용기를 북돋아 줘 지금도 그 고마움을 잊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미얀마의 수 에인드레 묘는 “한국은 K-팝과 드라마가 전부인 나라가 아니라 언어와 문화가 모두 아름다운 나라”라며 앞으로 한국에서 변호사로 일하고 싶은 꿈을 밝혔다. 중국의 천이판은 한국 드라마에 나오는 씩씩한 여주인공 같았던 세종학당 선생님이 주변 사람들에게 큰 힘을 주는 모습에서 많은 것을 배웠다고 말했다.
인도의 나디아 베람쁘람은 인도에는 ’정‘이라는 단어가 없다며 한국어 대회에 나가는 자신에게 딸의 원피스까지 빌려준 한국어 선생님을 통해 한국의 정을 이해했다고 말했고, 베트남의 응웬 티 홍 탐은 베트남에 여행 온 한국인 남자친구와의 만남과 이별을 회상하며, 언어와 함께 직접 만나고 대화하는 인간관계의 중요성을 이야기했다.
김 여사는 한국과 한국어에 대한 소중한 경험과 추억을 소개하는 10명의 말하기 시간 내내 미소와 함께 귀 기울여 들었고, 학생들이 재미있는 경험과 추억을 얘기할 때는 애정 어린 웃음을 보이기도 했다.
그간 김 여사는 해외 순방 시마다 한국어를 배우는 학생을 만나는 일정은 꼭 참석한 바 있다. 임 부대변인은 “오늘과 같은 행사가 한국어, 한국 문화를 전 세계에 널리 알리고, 문재인 정부가 역점적으로 추진해온 신남방·신북방 정책의 튼튼한 기틀을 마련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