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25일 정치국 확대회의를 주재해 현재 남해에서 북상 중인 태풍 ‘바비’로 인한 피해 방지 대책을 논의했다고 26일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이 보도했다. (평양 노동신문=뉴스1)
국가정보원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동생인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이 국정 전반에 걸쳐 ‘위임통치’를 하고 있다고 국회 정보위원회에 보고한 이후 오히려 김 위원장의 행보가 부각되고 있다.
김 제1부부장의 ‘2인자’ 논란을 의식해 김 제1부부장의 공식석상 모습을 줄이는 대신 ‘1인자’ 김 위원장의 위상을 부각하기 위한 의도로 분석된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지난 26일 김 위원장이 25일 노동당 정치국 확대회의를 열고 제8호 태풍 ‘바비’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 따른 대책을 논의했다고 보도했다.
전날 신문에 공개된 사진에 따르면 회의에는 당 중앙위원회 간부 대부분이 배석했지만 김 제1부부장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기존에 김 위원장이 주재하는 각종 회의에 참석해 수첩에 메모를 하거나 밀착 보필하던 모습이 보이던 것과는 대조적이다.
이번 회의에는 정치국 상무위원들인 최룡해 국무위원회 제1부위원장, 박봉주 국무위원회 부위원장, 리병철 당 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 김덕훈 내각 총리가 참석했다. 여성 간부로서는 현송월 당 선전선동부 부부장, 오춘복 내각 보건상 등 여성 간부들도 배석했다.
김 제1부부장은 지난 4월 정치국 후보위원으로 보선돼 이번 회의의 참석 대상이기도 했다. 그럼에도 소위 ‘2인자’로 불리며 다수 권한을 위임받았다는 김 제1부부장의 모습이 보이지 않은 것은 이례적으로 평가받는다. 올해 6월 초 대북 전단 살포를 비난하며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를 나서는 등 강경 대남 행위를 주도했던 것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다.
마지막으로 김 제1부부장이 공식석상에서 모습을 드러낸 때는 지난 7월27일이다. 김 위원장이 ‘한국전쟁 정전협정체결일’(전승절) 67주년 기념식에서 군 주요 지휘관들에게 권총을 수여할 때 옆에서 김 위원장을 보필하던 모습이었다. 그날 이후 한 달째 공식석상에서 모습을 보이지 않고 있다.
이처럼 대폭 줄은 김 제1부부장의 행보와는 다르게 김 위원장의 행보는 오히려 부각되고 있다. 주요 회의를 주재하고 코로나19, 수해 피해 복구, 태풍 대비 등 국가 비상 상황에 면밀히 대응하면서 민생을 챙기는 모습이 공개되고 있다.
김 위원장이 회의를 주재한 건 지난 19일 제7기 제6차 전원회의 이후 일주일 만이기도 했다. 특히 김 위원장은 김 제1부부장이 모습을 보이지 않던 8월에만 6차례의 회의를 주재했다. 5일과 25일 정무국 회의, 13일과 25일 정치국 회의, 19일 전원회의 등이다.
이는 북한이 김 제1부부장의 ‘2인자’ 언급 여론을 의식해 1호인 김 위원장의 위상을 부각하기 위한 의도로 풀이된다. 일각에서는 김 제1부부장이 대남 또는 대미와 관련 대외정책을 준비하기 위한 단계로, 현재 공식석상에서의 모습을 자제하고 있다고 해석하기도 한다.
한편 국정원이 지난 20일 북한 당국의 국정 운영 방식에 대해 ‘위임통치’라고 국회 정보위원회에 보고한 이후 다수 전문가들은 ‘위임통치’보다는 ‘역할분담’이 적절한 용어라고 평가하고 있다. 대북 주무부처인 통일부도 ‘역할분담’이라고 평가해 국정원과의 온도차를 보이기도 했다.
통일부는 지난 25일 “김 위원장이 당·정·군을 공식적·실질적으로 장악한 상황에서 분야별 ‘역할분담’을 한 것으로 평가한다”라고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에 보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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