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기문 “文정부, 北에 구걸하는 듯한 태도 보이지 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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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년 7월 8일 14시 2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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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오른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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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 사무총장을 지낸 반기문 국가기후환경회의 위원장은 8일 문재인 정부의 대북 정책과 관련해 “조급한 마음을 갖지 말고, 북측에 구걸하는 듯한 태도를 보이지 않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

반 위원장은 이날 국회 글로벌 외교안보포럼 창립세미나에서 기조연설을 통해 “(문 대통령이) 통일부 장관, 국가정보원장, 청와대 안보실장을 새로 지명했다. 좋은 구상을 하겠지만, 너무 단기에 어떤 국면을 해소하려고 하면 할수록, 점점 더 우리는 어려운 위치에 가게 된다”면서 이 같이 말했다.

반 위원장은 “(여러) 대통령이 집권을 하셨다. 그 때마다 많은 위기와 기대, 희망, 환희의 순간들이 있었다”면서 “그러나 요즘처럼 국내외적으로 어지럽고, 가치 혼선을 겪는 때는 없었던 것으로 기억된다”고 말했다.

이어 “남북관계가 엄청나게 요동치고 있다”며 “지난 6월 4일 김여정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이 대북전단을 빌미로 해서 급기야는 남북 정상회담의 상징이라고 할 수 있는 공동 연락사무소를 폭파시키는 도발 행위를 아무런 가책도 없이 자행했다. 그야말로 억지로 한 마디 안 할 수 없는 상황에서 대한민국 정부가 취한 미온적인 대응에 대해 크게 실망했다”고 밝혔다.

또 반 위원장은 “(문 대통령의) 평양 방문을 포함해서, 남북 정상회담, 판문점에서 간단한 접촉, 역사적으로 없던 미국과의 정상회담도 있었다”면서도 “어찌 보면 우리의 전략적 입지가 더 궁색해졌다. 답하기 어렵고, 대응하기가 어려워졌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남북관계는) 상호존중·호혜 원칙이 적용돼야 한다”며 “너무나 일방적으로 북한의 입장을 이해하려고, 일부로라도 이해하려고, 또 옹호하는 듯한 태도를 계속 취하는 경우 북한에 끌려다니는 상황이 될 수밖에 될 수 없다”고 말했다.

사진=오른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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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울러 반 위원장은 “이념 편향과 진영 논리는 마땅히 배제돼야 한다”며 “(북한을 향한) 일편단심은 냉혹한 국제사회에서나, 또는 민족 문제 해결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특히 우리민족끼리에 중점을 둘 경우 해결은 더욱 더 어려워진다”고 했다.

일부 여당 의원들이 추진하는 종전선언과 관련해선 “북한이 종전선언에 움직일 리도 없고, 관심도 없을 것”이라며 “종전선언이 돼도, 모든 걸 백지화하는, 모든 걸 무시해버리는 북의 행태에 비춰서 크게 의미가 없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그러면서 “너무 그것에 매달릴 필요가 없다”며 “(지금) 종전선언을 할 단계라고 생각하시느냐. 아직도 (북한과) 첨예하고 대치하고 있고, 아직도 모든 국민들이 걱정하고 있는 때”라고 말했다.

일부 정치인들이 한미 군사훈련 중단, 주한미군 감축을 거론한 것에 대해선 “참 개탄스럽다”며 “이것이야 말로 한미동맹을 훼손시키고, 안보를 위태롭게 하는 경솔한 것”이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상당히 고위직에 있는 분들이 ‘아무리 해도 주한미군이 절대 나갈 리 없다’는 식의 무책임한 발언을 하는 걸 보고 참 경악스러웠다”며 “개탄스러운 일”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 거론되는 ‘대선 전 북미 정상회담’에 대해서는 “일각에서 소위 ‘10월 서프라이즈’다, 11월 대선 전에 ‘쾅’ 해서 미북 회담을 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고 하는데, 북한의 여러 정세를 아주 꿰뚫고 있다. (북한이) 대선 국면을 잘 파악하기 때문에, 그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본다”고 말했다.

정봉오 동아닷컴 기자 bong08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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