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경화 “美, 유연한 입장으로 임할 준비”… 내주 비건 방한 앞두고 북미대화 띄우기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7월 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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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반대한 한미워킹그룹 개선 시사… ‘대화 테이블에 나오라’ 메시지
비건 작년 스톡홀름 실무협상서 ‘비핵화-상응조치’ 제안… 北거부
北美이견 여전해 회담 성사 미지수

2일 강경화 외교부 장관(왼쪽 사진)이 외교부 청사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북-미 정상회담 개최 가능성 등에 대해 언급하고 있다. 하지만 워싱턴 일각에선 대선 전 북-미 정상회담에 대해 회의적 시각이 나오고 있다. 오른쪽 사진은 1일(현지 시간) 워싱턴 국무부 청사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는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 뉴시스·워싱턴=AP 뉴시스
2일 강경화 외교부 장관(왼쪽 사진)이 외교부 청사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북-미 정상회담 개최 가능성 등에 대해 언급하고 있다. 하지만 워싱턴 일각에선 대선 전 북-미 정상회담에 대해 회의적 시각이 나오고 있다. 오른쪽 사진은 1일(현지 시간) 워싱턴 국무부 청사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는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 뉴시스·워싱턴=AP 뉴시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2일 “미국은 북-미 대화가 재개된다면 유연한 입장으로 임할 준비가 됐다“며 최종 조율 단계인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부장관의 다음 주 방한을 앞두고 ‘북-미 대화 띄우기’에 나섰다. 한미가 최근 북-미 대화 재개를 위한 협의에 나섰다는 점을 강조한 강 장관은 “(대화를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역할을 다 한다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대북정책특별대표를 겸하고 있는 비건 부장관의 방한 자체가 긴장이 고조되고 있는 한반도 정세에 새로운 모멘텀이 될 수 있다는 기대를 하고 있다. 다만 북한이 호응을 보낼지 여전히 불투명한 가운데 비건 부장관이라도 북한이 원하는 획기적인 양보를 건넬 가능성이 낮아 북-미 정상회담을 위한 동력 마련은 당분간 어렵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여전히 우세하다.

○ ‘美 유연한 입장’ 강조하며 ‘北 호응’ 촉구
외교부는 이도훈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이 지난달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 이후 미국을 다녀온 뒤에도 현지 일정 전체를 철저히 비공개로 부치며 설명을 피해 왔다. 하지만 이날 강 장관은 “(대선 전 북-미 정상회담 추진이라는) 대통령 말씀에 대해 외교부도 적극적으로 역할을 하고 있다. (이 본부장의 지난달) 방미도 그런 차원”이라고 말하며 외교당국이 북-미 정상회담 성사를 포함한 ‘대화 살리기’ 방침에 최근 적극적으로 가담하고 있다는 사실을 공개하고 나섰다.

강 장관은 또 “한미워킹그룹 운영방식 개선 논의도 (이 본부장 방미 때) 이뤄졌다”며 “북한의 대화 복귀를 위한 외교적 노력을 전방위적으로 계속 전개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날 언급된 정부의 북-미 ‘대화 촉진 카드’ 중 핵심인 미국의 ‘유연한 입장’은 결국 비건 부장관이 지난해 10월 스톡홀름 실무협상에서 북한에 알린 ‘비핵화 로드맵’을 지칭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비건 부장관은 당시 ‘동시적 병행적’ 해법을 핵심으로 하는 매우 상세한 ‘비핵화-상응조치’ 조합을 북한에 제시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가 초강경파인 존 볼턴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강조했던 ‘리비아식 해법’이 미국의 공식 북핵 협상 입장이 아니라고 북한에 재차 강조한 것이다.

이와 더불어 북한이 극렬한 반대의 뜻을 펼쳐온 한미워킹그룹을 ‘개선할 수 있다’고 시사한 것도 북한에 대화 테이블에 나오라는 메시지로 풀이된다. 여권 일각에서 남북 협력사업을 저해한다며 한미워킹그룹 완화 및 해체를 요구하고 있는 데 대해 강 장관은 “미국 측과 그런 문제의식을 공유하고 어떻게 운영방식을 개선함으로써 그런 우려를 불식시킬 수 있는지에 대한 논의도 있었다”고 말했다.

○ 북-미 이견 여전해 ‘회의론’ 지배적
다만 정부 당국의 ‘촉진’ 아이디어와 비건 부장관의 방한 계획에도 북한이 대화 제의에 적극적으로 반응할 거란 기대를 하기는 쉽지 않다는 목소리가 높다.

차두현 아산정책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작년 스톡홀름 실무협상 때도 외교당국이 ‘유연한 해법을 추구한다’고 말한 바 있다. 북한은 그 정도 타협선도 못 받아들이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결국 북한이 지난해 거부한 스톡홀름에서의 미국 입장 이상의 것이 나오기 어려워 극적 대화 성사는 어렵다는 것이다. 한미워킹그룹 ‘개선’ 논의에 대해서도 원론적 언급이었을 것이라는 평가다. 김성한 고려대 국제대학원장은 “남북 관계 개선을 위해 동맹 협의에 손을 댄다는 것은 어렵다. 지지층 달래기용으로 보이는 측면이 있다”고 했다.

미국도 고위급에서의 북-미 대화 재개 가능성에 회의적인 분위기다. 워싱턴의 외교 소식통은 2일 “북한의 협상 테이블 복귀를 통한 북-미 간 실무대화가 논의되는 것은 몰라도 지금 단계에서 정상회담은 너무 앞서가는 이야기”라고 말했다.

미 행정부 내에서도 소수의 북한 담당자를 제외하고는 별 관심을 갖지 않는 분위기다. 국무부의 한 당국자는 “다들 인사이동을 준비하거나 휴가를 떠나는 분위기”라며 “코로나바이러스와 경제, 대선 외의 이슈는 대부분 신경 쓰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한기재 record@donga.com·권오혁 기자 / 워싱턴=이정은 특파원
#강경화 외교부 장관#북미 대화#한미워킹그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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