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브럼스 주한미군사령관, 9·19군사합의에 또 불만 표출

  • 뉴시스
  • 입력 2020년 7월 2일 10시 4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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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브럼스, 국방장관·합참의장 앞에서 불만
비무장지대 감시초소 철거에도 우려 표명
박원곤 "대체 훈련장 마련에 합의가 안 돼"
문성묵 "정치권·북한 눈치 안 보고 말한 것"

로버트 에이브럼스 주한미군 사령관 겸 한미연합사령관이 9·19 남북 군사합의에 대한 불만 표출로 해석되는 발언을 해 눈길을 끌었다. 비무장지대 안 감시초소(GP) 철수에 불편한 기색을 내비쳤던 그가 이제 9·19 군사합의에 따른 접경지역 훈련 중단에 대해서도 문제를 제기하기 시작했다.

에이브럼스 사령관은 지난 1일 한미동맹포럼 초청 강연에서 정경두 국방장관과 박한기 합참의장 등 우리 군 수뇌부가 참석한 자리에서 훈련 태세에 공개적으로 불만을 제기했다.

에이브럼스 사령관은 이 자리에서 “최근 폐쇄된 사격 훈련장, 민간 시위로 인한 불충분한 훈련장 사용 등으로 우리 준비 태세에 지대한 영향을 받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우리는 합동 실사격 훈련을 실시해야 한다”며 “항공 전력은 계속해서 훈련장을 사용할 수 있어야 한다. 한반도 밖에서 훈련을 실시하고 있는데 이러면 유사시 대응 전력이 줄게 된다”고 설명했다.

에이브럼스 사령관의 이 발언은 9·19 군사합의에 대한 불만으로 해석된다.

9·19 군사합의에 따라 우리 군은 지상에서는 군사분계선으로부터 5㎞ 안에서 포병 사격훈련과 연대급 이상 야외기동훈련을 전면 중지했다. 해상에서는 서해 남측 덕적도 이북으로부터 북측 초도 이남까지의 수역, 동해 남측 속초 이북으로부터 북측 통천 이남까지의 수역에서 포사격과 해상 기동훈련을 중지하고 해안포와 함포의 포구·포신 덮개를 설치하며 포문폐쇄 조치를 취했다. 공중에서는 군사분계선 동·서부 지역 상공에 설정된 비행 금지구역 내에서 고정익항공기의 공대지 유도무기사격 등 실탄사격을 동반한 전술훈련을 금지하고 있다.

에이브럼스 사령관이 언급한 곳은 경기 파주시 스토리사격장, 강원 고성군 송지호사격장, 경기 포천시 로드리게스 사격장(영평 사격장) 등 9·19군사합의에 따라 훈련이 중단되거나 폐쇄된 사격장들로 추정된다.

에이브럼스 사령관이 9·19 군사합의에 부정적인 반응을 보인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그는 9·19 군사합의에 따라 추진된 비무장지대 감시초소 철거에 관해 “DMZ 내 모든 활동은 유엔사령부의 관할”이라며 “그들(남북)이 대화를 계속하더라도 모든 관련 사항은 유엔사령부에 의해 중개·판단·감독·집행돼야 한다”고 우리 정부의 행보에 부정적인 반응을 보인 바 있다.

박원곤 한동대 국제지역학과 교수는 2일 뉴시스에 “미군에서는 그간 훈련을 못하고 있다는 (불만의) 목소리가 있었다. 군사합의로 군사분계선 5㎞ 범위에서 훈련을 못하니 몇몇 미군 훈련장이 활용을 못하게 됐다. 대체 훈련장을 마련하거나 해야 하는데 합의가 안 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지적했다.

박 교수는 또 “에이브럼스 사령관의 발언 분위기가 작년 하반기부터 바뀌었다”며 “훈련 유예에 불만이 있었고 전작권 전환에서도 한국이 정치적인 이유로 서두른다는 말을 했다”고 전했다.

반면 일각에서는 에이브럼스 사령관이 군인으로서 원론적인 차원의 발언을 한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문성묵 한국국가전략연구원 통일전략센터장은 “운동선수도 훈련을 안 하면 선수생명이 끝난다. 훈련을 해야 전투력을 최상의 상태로 유지할 수 있다”며 “미군은 계속 바뀌고 한국도 사람이 바뀌니 바뀐 사람들끼리 손 맞추고 해야 한다. 실기동이나 사격이 돼야 실 전투에서 활용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문 센터장은 “전투력이 떨어지고 있으니 한미연합사령관으로선 정치권이나 북한 눈치 보지 말고 당연히 이런 말을 해야 한다”며 “훈련을 해야 그 힘을 통해 북한의 비핵화를 이끌어낼 수 있다”고 덧붙였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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