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개 분대 탑승 어려운 수리온헬기, 양산 결정하겠다니

신인균 | 자주국방네트워크 대표 입력 2020-06-13 11:08수정 2020-06-13 11:13
공유하기뉴스듣기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UH-60P 블랙호크 헬기. [미국연방정부 The Federal Government of US 제공]

지난달 말 모 언론에서 충격적인 내용의 기사가 나왔다. 전 세계적으로 4000대 이상이 생산된 베스트셀러이자 우리 군의 주력 기동헬기로 운용되고 있는 UH-60P 블랙호크 헬기 퇴역이 검토되고 있다는 것이다.

우리 군이 보유하고 있는 UH-60P 헬기는 지난 1990년 면허생산을 결정해 1999년까지 130대가 생산돼 군에 인도됐다. 20~25년 정도 사용했는데 평균 5000 비행시간 정도를 운행해 수명주기가 이제 막 중간을 넘은 ‘쌩쌩한’ 기체들이다. 이 멀쩡한 기체를 퇴역시키기 위해 연구용역이 진행되고 있다는 것이다.

방위사업청은 산업연구원에 용역을 줘 UH-60P 기동헬기를 개량할 것인지, 아니면 이를 퇴역시키고 KUH-1 수리온 기동헬기 130대로 대체할 것인지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연구는 6월 중 최종 보고서가 방사청에 제출될 예정이며, 방사청은 7월까지는 사업 방향의 가닥을 잡는다는 방침이다.

성능 개량 vs 수명 연장



방사청이 멀쩡한 헬기의 성능 개량과 수명 연장이라는 지극히 당연한 사안을 놓고 타당성 여부를 고민하는 이유는 국산 기동헬기 ‘수리온’ 때문이다. 지난 2013년부터 전력화를 시작해 1차(24대), 2차(66대), 3차(72)에 더해 현재 진행되는 4차 양산까지 끝나면 군에 납품되는 수리온 헬기는 220여 대에 달하게 된다. 여기서 더해 130대를 추가로 생산하자는 주장이 멀쩡한 UH-60P 퇴역이 검토되게 된 이유다.

주요기사

통상적으로 기동헬기의 수명은 40~50년 정도로 본다. 일선 정비사들은 헬기는 전투기처럼 기체에 무리가 가는 급격한 기동을 하지 않기 때문에 정비만 잘하면 반영구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고 한다. 우리 군 UH-60P의 평균 기체 수명이 20~25년에 5000시간 정도이기 때문에 정상적으로 사용하면 아직 20~25년은 더 쓸 수 있다는 말이다.

실제로 미 육군은 1970년대 생산된 CH-47C 치누크 헬기의 동체를 재생해 CH-47D 버전으로 개량하고, 최근에는 그걸 다시 개조해서 CH-47F 버전으로 재생해 사용하고 있다. 기체 운용 시간만 놓고 보면 40년이 넘었지만, 미 육군에서는 누구도 이 기체가 낡았다고 비판하지 않고 있으며, 앞으로 20년은 더 쓸 예정이다.

미 해병대 역시 1980년대 후반부터 생산돼 해상이라는 가혹한 환경에서 20년 이상 사용한 AH-1W 슈퍼 코브라 헬기를 AH-1Z 바이퍼 사양으로 개조해 향후 20년은 더 쓸 예정이다. 정비만 잘하면 몇 년이고 탈 수 있고, 개량하기에 따라서 완전히 다른 헬기로 환골탈태할 수 있는 것이 헬기라는 말이다.

이 때문에 미 육군은 현재 2300대 이상을 운용 중인 UH-60 헬기를 개량할 예정이다. 이 프로그램에 따라 개량되는 블랙호크 헬기는 UH-60V로 명명되며, 개조 이후 8000시간의 수명이 추가돼 2053년까지 현역으로 운용될 예정이다.

이 개량은 엔진을 신형으로 교체하지 않고 조종계통과 동력계통의 현대화, 그리고 생존성 향상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기체를 완전히 뜯어 고치는 대대적인 개량은 아니지만, 사실상 환골탈태에 가까운 성능 향상이 구현된다. 임무 컴퓨터와 조종계통이 완전 디지털 방식으로 교체되고, 위성통신장비와 첨단 디지털 매핑(Mapping) 시스템이 도입돼 제한적인 자율비행능력과 주·야간을 막론한 전천후 침투 비행이 가능해진다.

중형차 필요한데 준중형차 내민 상황


KUH-1 기동헬기. [한국항공우주산업 KAI]
양력이 크게 향상된 로터 블레이드를 적용해 최대 이륙중량과 외부 슬링(Sling) 화물 중량 상한선이 증가했으며, 기동성도 향상됐다. 주요 부위는 14.5mm 기관포에 대한 내탄 성능도 갖는다. 미군이 오는 2035년까지 1000여 대의 헬기를 개량하는데 들어가는 비용은 대당 약 400만 달러, 현재 환율로 48억 7200만 원이다.

현재 환율을 기준으로 130대의 UH-60P 헬기를 UH-60V 사양으로 개량하는데 필요한 예산은 약 6330억 원이다. 다시 말해 6330억 원의 예산을 투입하면 향후 30년 이상을 사용할 수 있는 미군 수준의 첨단 헬기 130대를 가질 수 있다는 말이다.

이 같은 성능의 헬기는 해체된 2사단을 모태로 창설 준비 중인 신속기동사단이 요구하는 기동헬기 능력치에 가장 맞춤형이다. 헬기 1대로 1개 분대 병력보다 여유 있는 11명의 병력을 실어 나를 수 있고, 내탄 성능이 우수하고, 피격돼 추락한다 하더라도 15.2m/s급의 속도로 추락해도 탑승자를 보호할 수 있는 캐빈 설계 덕분에 생존성도 동급 최고 수준이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UH-60P 성능 개량안은 운용군에서 가장 선호하는 대안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모 언론 인터뷰에서 육군 관계자는 수리온 추가 도입보다는 블랙호크의 성능 개량과 기체 수명 연장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병력 운용과 이동, 야전 정비성 등에서 UH-60은 여전히 쓸만한 기종”이라고 평가한 바 있었다.

UH-60P 성능 개량안과 대립하고 있는 또 다른 안은 수리온 추가 도입이다. 수리온 추가 도입을 제안하는 측에서는 KUH-1 5차 양산을 통해 130여 대의 수리온을 추가 양산해 신속기동사단의 헬기 소요를 모두 채우자는 입장을 내놓고 있다.

언론 보도 등을 통해 알려진 KUH-1 기동헬기의 납품 가격은 약 250억 원 선으로 단순히 산술적으로 계산해보면 직접 비용은 약 3조 2500억 원의 비용이 들어갈 것으로 추산된다. UH-60P 성능개량안의 5배에 달하는 금액이다.

그러나 기존 KUH-1은 태생 자체가 4.5톤급 헬기인 UH-1 대체 소요로 기획되고 개발 단계에서 덩치를 키운 9톤급 헬기여서 11톤급 헬기인 UH-60과 체급 자체가 다르다는 문제가 있다. 즉, 중형차가 필요한 상황에 준중형차가 제안서를 내민 상황이라는 것이다.

군에서 KUH-1 추가 양산에 대해 우려하는 이유는 바로 ‘편제’ 때문이다. 현행 한국군 소총분대는 10명이다. 분대장과 부분대장을 중심으로 소총수 4명, 유탄발사기 사수 2명, 기관총 사수와 부사수 2명 등으로 구성된다. KUH-1 정원은 9명이기 때문에 소총분대 하나를 온전히 태우지 못한다.

최근 세계 주요국의 분대 편제를 보면 9~10명 선에서 편성되며, 휴대용 대전차 화기 등을 지급하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 이 때문에 기동헬기는 최소 9명 이상의 완전무장한 병력과 이들이 휴대할 공용화기와 탄약을 여유 있게 실을 수 있는 넓은 캐빈을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현재의 KUH-1은 이러한 소요를 충족하지 못한다.

이 때문에 KUH-1 추가 생산을 주장하는 측에서는 “수리온은 국산헬기이기 때문에 소요군의 성능 향상 요구를 신속하게 수용할 수 있으며, 시제기 설계와 제작, 시험 비행 등의 신규 개발 과정이 따르더라도 성능을 향상시킬 수 있다”라고 주장하고 있다. 즉, 1개 분대가 탑승할 수 있는 캐빈을 확보하기 위해 신규 개발 과정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6300억 원 vs 3조3000억 원


이 성능 개량형을 100~130여대 생산해 UH-60P 100대를 대체하고, 나머지 블랙호크는 육군의 특수작전용 기체 개량 24대 소요와 공군의 탐색구조용 소요 12대만 남기고 모두 퇴역시키자는 것이 KUH-1 추가 생산을 주장하는 측의 입장이다.

요컨대 기존의 블랙호크 개량을 주장하는 측은 약 6300억 원의 비용을 들여 UH-60을 미군 사양과 맞추고 수명을 늘리자는 것이고, 수리온 추가 도입을 주장하는 측은 3조 3000억 원 이상의 비용을 들여 KUH-1의 개량형을 개발해 100~130대를 추가로 양산하자는 것이다. 전자는 비용 대 효과 측면에서 가장 우수하고, 후자는 국내 항공산업 발전에 기여한다는 장점이 있다.

문제는 ‘트렌드’다. UH-60이나 KUH-1이나 그 기술적 기반은 1970년대에 두고 있다. UH-60은 UH-1의 후속 기동헬기로 1970년대 기술로 만들어진 것을 개량해온 것이고, 2010년대 양산된 KUH-1은 1970년대 기반 설계의 쿠거를 가지고 개량한 것이기 때문이다. UH-60이나 KUH-1 모두 이 사업이 마무리되는 2030년대가 되면 구식이 된다.

미국은 FVL(Future Vertical Lift)이라는 사업을 통해 기존의 회전익기를 모두 차세대 기종으로 대체하기 위한 사업을 진행 중이다. 공격헬기 모델은 2028년부터 생산에 들어가며, 블랙호크를 대체할 수송형 모델은 2035년 이후 양산될 예정인데, 현재 치열하게 경합 중인 업체들은 한국에게도 프로젝트에 참여하라며 러브콜을 보내고 있는 상황이다.

우리 군은 가치 판단을 해야 하는 상황 앞에 서 있다. 블랙호크 개량을 선택할 경우 가장 적은 비용으로 가장 우수한 전술적 효과와 더불어 탑승 장병에게 가장 안전한 솔루션을 제공할 수 있으며, 15년 후에 최신 기종으로 누구보다 더 빠르게 갈아탈 기회를 가질 수 있다. 수리온 추가 생산을 선택할 경우 앞서 언급한 대안의 장점은 포기하고 국내 항공산업 육성과 일자리 창출이라는 이점을 취할 수 있다. 안보냐, 항공산업 육성 둘 중에 하나를 택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제 우리 육군 공중 기동 전력의 미래를 좌우할 중차대한 선택이 한 달여 앞으로 다가왔다. 어느 쪽이 더 국익에 부합하고 국가 안보를 위해 현명한 결정인지는 국민이 판단할 것이다.

신인균 자주국방네트워크 대표

[이 기사는 주간동아 1244호에 실립니다]


0 개의 기사의견이 있습니다.댓글쓰기 Copyright ⓒ 동아일보 & donga.com
당신이 좋아할 만한 콘텐츠

기사 의견 0개의 기사의견이 있습니다.
동영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