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스크 쓰고 1m 간격 대기… 돋보인 시민의식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4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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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역지침 따라 성숙한 한표 행사
자가격리 1만3642명 ‘특별 투표’… 관계자들 방호복 무장하고 진행

거리두기 투표
15일 오전 청운·효자동 제1투표소인 서울 종로구 청운초등학교에서 유권자들이 ‘거리두기’를 실천하고 있다. 송은석 기자 silverstone@donga.com
거리두기 투표 15일 오전 청운·효자동 제1투표소인 서울 종로구 청운초등학교에서 유권자들이 ‘거리두기’를 실천하고 있다. 송은석 기자 silverstone@donga.com
15일 서울 동작구에 사는 김모 씨(64·여)의 남편은 거의 두 달 만에 집 밖에 나왔다. 만성폐쇄성폐질환을 앓는 남편은 올 2월 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퍼진 뒤 감염을 우려해 외출을 자제해 왔다. 하지만 이날만큼은 ‘소중한 한 표’를 행사하려고 힘든 걸음을 내디뎠다. 김 씨는 “솔직히 나도 남편도 찍은 정당이 썩 마음에 드는 건 아니다. 그래도 투표를 포기하면 유권자를 우습게 여길까 봐 왔다”고 했다.

코로나19도 국민들의 뜨거운 열망을 이기진 못했다. 투표 열기 속엔 전대미문의 고난을 바라보는 엄중한 민심이 생생하게 묻어났다. 서울 양천구에 사는 윤모 씨(47)는 “지금까지 여당에 실망한 것도 많지만 코로나19에 대응을 잘해줘 힘을 실어주고 싶다”고 했다. 자영업자 박모 씨(70·여)는 “코로나19로 한 달에 100만 원도 못 번다. 서민을 내팽개친 정부가 너무 서운하다”고 토로했다.

투표로 민심을 보여주려는 성숙한 시민의식도 돋보였다. 전국 대부분의 투표소에서 유권자들은 질서 있고 차분하게 방역 지침을 따랐다. 오전에 찾아간 동작구 강남초등학교 투표소에선 시민 60여 명이 모두 마스크를 쓴 채 1m 간격으로 줄을 서서 차례를 기다렸다. 다만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손등에 도장을 찍지 말라”는 안내가 있었는데도, 소셜미디어에 도장을 찍고 ‘인증샷’을 올린 사진들이 올라왔다.

오후 6시부터 시작된 자가 격리자들의 투표는 ‘특별 작전’을 방불케 했다. 자가 격리자 5만9918명 가운데 1만3642명(22.8%)이 투표에 참여했다. 서울 영등포구에 사는 자가 격리자 이주현 씨(26)는 자택에서 투표소까지 담당 공무원과 함께 걸어가며 타인과 접촉하지 않았다. 투표소 관계자는 방호복과 두꺼운 장갑, 고글로 중무장을 한 채 이 씨에게 투표용지와 봉투를 건네고 서명을 받았다.

이명박, 노태우 전 대통령은 선거 당일 각자 자택에서 거소 투표(우편투표)를 했다. 전두환 전 대통령은 지난주에 이미 사전투표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기 의왕시 서울구치소에 수감된 박근혜 전 대통령은 아직 형기를 마치지 않아 선거권이 없다.

조건희 becom@donga.com·홍석호·이호재 기자
#21대 총선#4·15 투표#코로나19#거리두기#자가격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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