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대통령, 추미애 인사청문보고서 재송부 요청…檢개혁 속도전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12월 31일 18시 0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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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31일 추미애 법무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 경과보고서를 1월 1일까지 재송부해 달라고 국회에 다시 요청한 것은 하루라도 빨리 추 후보자를 장관으로 임명해 검찰 개혁에 더 속도를 내겠다는 의도다.

추 후보자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법이 국회를 통과하고, 신년 특별사면 안건이 국무회의를 통과한 당일인 30일 인사청문회를 했다. 청와대는 31일 “문 대통령은 인사청문회법 제6조 등에 따라 추 후보자의 인사청문 경과보고서를 2020년 1월 1일까지 송부해 줄 것을 국회에 다시 요청했다”고 밝혔다. 재송부 시한을 이틀로 정한 것이지만, 1월 1일이 휴무일인 점을 감안하면 사실상 국회에 만 하루도 안 되는 시간만 준 것이다. 문 대통령이 인사청문보고서 재송부 요청기한을 이틀로 한 것은 처음이다. 문 대통령은 국회에서 청문보고서가 오지 않으면 2일 추 후보자를 임명하겠다는 계획이다. 문 대통령이 추 후보자 임명을 강행하면 현 정부 들어 청문보고서 없이 임명되는 장관급 인사는 23명으로 늘어나게 된다.

도덕성에 별다른 상처를 입지 않은 추 후보자가 사실상 장관으로 무혈입성하면 첫 업무로 대대적인 검찰 간부 인사를 단행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지난주 검찰 내부에서는 “법무부 고위간부 A 씨가 ‘이르면 3일에 추 후보자가 임명되고, 이르면 6일 대대적인 검찰 간부 인사가 단행될 수 있다. 인사의 폭과 수위가 윤석열 검찰총장이 물러나지 않을 수 없는 정도가 될 것’이라고 했다”는 얘기가 나돌았다. 윤 총장 거취에 영향을 줄 정도의 인사를 감수하고서라도 여권을 겨냥한 검찰의 잇따른 수사를 법무부가 하루라도 빨리 통제할 필요성이 더 크다는 공감대가 깔려있다는 취지였다.

검찰 안팎에서는 신속하고 대대적인 검찰 간부 인사에 대해 고위 간부 인사 관례를 비춰보면 신빙성을 무시하기 어렵다는 분위기다. 검찰 고위 간부 인사에는 형식적 절차보다는 청와대 의중이 상당히 반영되고, 인사 자료 역시 별도의 작업 없이도 청와대 내부에 축적돼 있다는 것이다.

추 후보자는 이미 대대적 인사를 예고한 상태다. 그는 인사청문회에서 “검찰 인사는 총장과 협의하는 게 아니라 듣는 것”, “나날이 검찰이 신뢰를 잃어가는 검찰을 보면서 지휘감독하는 자리에 가면 신뢰를 회복하는 방안을 조속히 찾겠다”는 말을 쏟아냈다. 법무장관의 권한인 검사 인사제청권, 검찰공무원에 대한 감찰권, 수사지휘 권한을 강력히 행사해 이른바 ‘추다르크’(추미애+잔다르크)의 면모를 유감없이 내보이겠다는 뜻으로도 풀이된다.

지난해 8월 조국 전 장관 일가를 둘러싼 검찰 수사를 기점으로 촉발된 여권과 검찰의 균열은 이제 완전히 극단으로 치달은 상태다. 박근혜 정부 적폐 수사를 기점으로 형성된 밀월관계는 종지부를 찍은 지 오래라는 평가다.

검찰이 꺼내들 수 있는 반격 카드는 점점 제한적인 상황에 이르고 있다. 검찰은 조 전 장관 수사 국면에서 이른바 버닝썬 사건에서 ‘경찰총장’으로 불린 윤규근 총경, 유재수 전 부산시경제부시장의 수뢰 의혹을 동시 다발적으로 파헤치면서 김경수 경남도지사, 윤건영 청와대 국정상황관리실장, 천경득 전 청와대 선임행정관, 백원우 전 대통령민정비서관 등이 줄줄이 조사를 받았다. 여권의 ‘살아있는 권력’의 비리를 집중적으로 건드리다보니 문 대통령의 30년 지기인 송철호 울산시장에 대한 청와대의 선거개입 의혹까지 수사하는 상황에 이르렀다.

이는 극도의 반작용으로 돌아왔다. 전날 여권은 공수처 법안을 강행처리하면서 검찰의 독점적 기소 구조를 깨뜨리는 반격을 가했다. 검찰에서는 “전투(戰鬪)에서 이기고 전쟁(戰爭)에서는 졌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추 후보자가 임명된 뒤 검찰에 인위적인 인사를 단행하면 수사 자체가 무력화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장관석기자 jks@donga.com
박효목기자 tree624@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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