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경원 ‘총선 前 북미회담 자제 요청’ 논란…與 “사실이라면 참담”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11월 27일 21시 0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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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가 미국 측에 내년 4월 총선 전 북한 비핵화를 논의하기 위한 북-미 정상회담이 열려서는 안 된다는 취지의 발언을 한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일고 있다. 청와대는 “역사의 죄인이 되고 싶지 않다면 당장 자신의 말을 거둬들이라”며 거세게 반발했다.

나 원내대표는 27일 국회에서 비공개로 열린 한국당 의원총회에서 20~22일 진행된 방미 성과를 소개하면서 “미국 측(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에 지난해처럼 ‘빅이벤트’(북-미 정상회담)가 오해를 받아선 안 된다고 전했는데, 미국 측도 한국의 총선 일정을 알고 있더라”라고 발언했다. 참석한 의원들에 따르면 나 원내대표는 “7월 존 볼턴 당시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한국에 왔을 때 ‘지난해 북-미 정상회담이 지방선거 하루 전에 이뤄져서 정치적인 논란이 일었다’는 얘기를 나눈 적이 있다”고 설명한 뒤 이런 말을 했다.

논란이 일자 나 원내대표는 입장문을 내고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북-미 정상회담은 한국당도 환영한다”면서도 “이번 3차 북-미 회담마저 또다시 총선 직전에 열릴 경우 대한민국 안보를 크게 위협할 뿐 아니라 회담의 취지마저 왜곡될 수 있기 때문에, (이번 방미 기간이 아니라) 금년 방한한 미 당국자에게 그런 우려를 전달한 바 있다”고 해명했다. 이어 “지금 민주당은 외교안보를 포함해 모든 것을 내년 총선에 ‘올인’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하지만 청와대와 민주당은 공세에 나섰다. 고민정 청와대 대변인은 논평을 내고 “국민의 안위와 관련된 일조차도 정쟁의 도구로 바라보고 있다는 것에 귀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었다”며 “발언이 알려지자 부끄러움을 느끼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당당해 하는 모습에 실망감을 넘어 분노와 함께 대한민국 국민이 맞는지 묻고 싶다”고 비판했다. 이어 “나 원내대표의 머릿 속에는 오로지 선거만 있고 국민과 국가는 존재하지 않는 것인가”라고도 했다. 청와대가 제1야당 원내대표 발언에 대해 “역사의 죄인” 등 이례적으로 강도 높은 표현으로 날을 세운 것이다.

더불어민주당에선 홍익표 수석대변인이 “사실인지 의심스러울 만큼 믿기 힘든 말이며 사실이라면 답답함을 넘어 참담함을 느낀다”고 했다. 여권의 이 같은 반응은 청와대가 내년 총선을 앞두고 3차 북-미 정상회담을 통한 남북협력 확대를 추진하고 있는 가운데 야당의 선거 쟁점화를 차단하려는 포석으로 풀이된다. 일각에선 야당이 북한 해안포 발사 등을 이유로 외교안보라인 책임론을 제기하자 국면을 전환하기 위한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최우열 기자 dnsp@donga.com
최고야 기자 bes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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