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교안 단식 엿새째, 이해찬과 ‘5분 대화’… “黃 기력 빠져 말도 거의 못해”

  • 뉴시스
  • 입력 2019년 11월 25일 13시 2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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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찬, 이언주, 인명진, 박형준 등 찾아와 단식 만류
黃 "자유민주화가 절체절명 위기…투쟁에서 반드시 승리"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25일 청와대 앞에서 엿새째 단식 투쟁을 이어갔다. 황 대표는 지난 주말부터 기력이 급격히 떨어져 청와대 분수대 앞 광장에서 가부좌 자세로 농성하는 대신 인근 천막에서 누워 지내며 힘겹게 단식농성을 지속하고 있다.

황 대표는 이날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고통은 고마운 동반자”라며 “중단하지 않겠다. 자유와 민주와 정의가 비로소 살아 숨쉴 미래를 포기할 수 없기 때문이다”라며 단식투쟁에 대한 의지를 내비쳤다.

그는 “간밤 성난 비바람이 차가운 어둠을 두드린다. 이 추위도 언젠가는 끝이 나겠지요”라며 “잎은 떨어뜨려도 나무 둥지를 꺾을 수는 없다”고 썼다.

황 대표는 이날 김영삼 대통령 서거 4주기를 맞아 군사정권에 저항하는 ‘원조’ 단식투쟁을 벌였던 김 전 대통령의 시대정신을 높이 평가했다.

황 대표는 김 전 대통의 뜻을 기리기 위해 ‘자유민주주의자 김영삼의 시대정신과 오늘’이라는 제목으로 의원회관에서 열린 한국당이 주최한 추모행사에 참석하지 못했다.

대신 박맹우 당 사무총장에게 추모사를 전달해 “김영삼 대통령님께서는 가장 어두운 독재 시절에도 오늘 죽어도 영원히 사는 정신, 새벽이 온다는 정신으로 새길을 내셨다”며 “서거 4주기를 맞아 대통령님의 정치 철학을 되새기고 단호히 실천하겠다”고 다짐했다.

그는 “지난 1983년 대통령께서 단식 투쟁을 통해 사수하셨던 자유민주화가 지금 절체절명의 위기에 빠져있다”며 “좌파 독재의 다른 이름인 공수처(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법, 연비제(연동형비례대표제)법을 막기 위해 우리 당은 치열하게 투쟁하고 있다. 자유민주세력을 살리고 나라 살리기 위한 투쟁에서 반드시 승리할 것”이라고 했다.

이날 단식농성장에는 집권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의 이해찬 대표를 비롯해 무소속 이언주 의원과 박형준 동아대 교수, 인명진 목사 등 주요 인사들이 황 대표를 찾아와 단식을 만류했다.

이 대표는 이날 오전 1평 남짓한 농성장을 방문했으나 황 대표는 바닥에 계속 누운 채 거의 미동도 하지 못했다. 황 대표는 눈의 초점도 다소 흐려 보일 만큼 기력이 쇠한 상태였지만 가까스로 몸을 일으켜 악수를 나눴다.

황 대표가 원활한 대화를 할 수 없을 만큼 건강 상태가 좋지 않자, 이 대표는 5분 만에 자리를 떴다. 이 대표는 황 대표에게 “빨리 단식을 중단하고 저하고 대화 좀 하자고 했다”며 “기력이 빠져서 거의 말씀을 못하시는 것 같다”고 전했다.

이언주 무소속 의원도 황 대표의 단식투쟁을 말렸다. 이 의원은 황 대표가 과거 사법연수원 교수 시절 사제 관계였다.

이 의원은 “대한민국이 사회주의와 전체주의로 치닫는 것을 막기 위해 최대한 협력해 함께 가자”며 “오늘 정치인이기 전에 제자로서 (왔다). 고통 받는 교수님께서 빨리 건강을 회복하셔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제 그만하시고 병원에 가셔야 한다고 했는데 (황 대표께선) ‘지금 정신은 또렷하다, 아직까지 건강하니 걱정하지 말라’며 말리지 말라고 하셨다”고 전했다.

한나라당(자유한국당의 전신) 시절 국회의원을 지낸 박형준 동아대 교수도 이날 오전 황 대표를 찾아왔다.

박 교수는 황 대표와의 면담 대신 ‘보수주의자의 양심’, ‘정관의 치’등 책 2권을 전달했다. 박 교수는 황 대표가 단식투쟁에 돌입하기 전 비공개로 회동을 가진 사실이 알려지면서 보수통합과 관련해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 사이에서 모종의 역할을 하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된 바 있다.

이밖에 탄핵 정국 때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을 지낸 인명진 목사도 황 대표를 찾아와 단식을 만류했다.

한국당은 이날 청와대 앞에서 최고위원회의를 열었으나 황 대표가 참석하지 못해 나경원 원내대표가 대신 회의를 주재했다. 황 대표는 전날 청와대 앞에서 열린 비상 의원총회에도 참석했지만 초반 잠시 머물다가 농성장으로 돌아갔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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