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의 왼손 약지에는 늘 빛바랜 황금색 묵주 반지가 껴 있다. 이 반지는 29일 별세한 문 대통령의 모친 강한옥 여사(92)가 준 것이다. 피난민 출신으로 갖은 고생 끝에 2남 3녀를 키워낸 어머니를 생각하는 의미로 문 대통령은 1995년 반지를 선물 받은 뒤 늘 끼고 다녔다고 한다.
함경남도 흥남에서 문용형 씨(1978년 작고)와 결혼한 강 여사는 1950년 12월 갓난아기이던 큰 딸 재월을 안은 채 피란선을 타고 내려와 경남 거제에 정착했다. 그리고 1953년 둘째이자 장남인 문 대통령을 낳았다.
문 대통령의 아버지는 호남 일대를 돌아다니며 행상에 나섰고 어머니는 연탄 배달, 좌판 장사 등을 하며 생계를 이어갔다. 훗날 문 대통령은 “피난민의 아들로 태어나서 시장에서 좌판을 펴고 일하시는 어머니께서 눈물로 지어주시는 밥을 먹고 자랐다”고 회상했다.
1975년 문 대통령이 경희대 재학 당시 시위 주도 혐의로 구속됐을 때 강 여사는 서울로 급하게 상경했지만, 호송차에 올라탄 문 대통령은 어머니를 보지 못했다. 문 대통령은 책 ‘운명’에서 “그 순간이 지금까지도 뇌리에서 떠나지 않는다. 혼자서 어머니를 생각하면 늘 떠오르는 장면이다”라고 적었다.
독실한 천주교 신자인 어머니의 영향으로 문 대통령과 부인 김정숙 여사 모두 천주교 신자다. 문 대통령 당선 뒤에도 강 여사는 상경하지 않고 막내딸과 함께 생활하며 부산에 머물렀다. 대신 문 대통령은 휴가나 명절에 경남 양산 사저로 향할 때 마다 부산에 들러 어머니를 뵙고 상경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강 여사가 노환으로 이달 초부터 건강 상태가 좋지 않았다”며 “그간 문 대통령과 김 여사가 병문안을 다녀왔고, 이날 임종을 지켰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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