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 ‘평화경제’ 비전 제시하며 손 내밀었지만…北은 노골적 비난 공세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8월 16일 17시 3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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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15일 오전 10시 충청남도 천안시 독립기념관에서 열린 제74주년 광복절 정부 경축식에서 경축사를 하고 있다. ‘우리가 되찾은 빛, 함께 밝혀 갈 길’이라는 주제로 열린 이번 경축식에는 문 대통령을 비롯해 독립유공자와 각계각층의 국민, 주한외교단 등 1800여 명이 참석했다. 2019.8.15/뉴스1 © News1 사진공동취재단
문재인 대통령이 15일 오전 10시 충청남도 천안시 독립기념관에서 열린 제74주년 광복절 정부 경축식에서 경축사를 하고 있다. ‘우리가 되찾은 빛, 함께 밝혀 갈 길’이라는 주제로 열린 이번 경축식에는 문 대통령을 비롯해 독립유공자와 각계각층의 국민, 주한외교단 등 1800여 명이 참석했다. 2019.8.15/뉴스1 © News1 사진공동취재단
북한이 16일 대남 기구인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을 통해 “우리는 남조선 당국자들과 더 이상 할 말도 없으며 다시 마주 앉을 생각도 없다”고 밝혔다. 문재인 대통령이 전날 광복절 경축사로 ‘평화경제’에 대한 비전을 제시하며 북한에 손을 내민 지 하루도 되지 않아 사실상 이를 걷어 찬 것이다.

북한은 조평통 대변인 명의 담화에서 “남조선 당국이 이번 (한미) 합동군사연습이 끝난 다음 저절로 대화 국면이 찾아오리라고 망상하면서 앞으로의 조미(북미)대화에서 어부지리를 얻어 보려고 목을 빼 들고 기웃거리고 있지만, 그런 부실한 미련은 미리 접는 것이 좋을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전했다.

조평통은 특히 문 대통령을 향해 “정말 보기 드물게 뻔뻔스러운 사람” “아래 사람들이 써준 것을 그대로 졸졸 내리읽는 웃겨도 세게 웃기는 사람”이라며 인격모독에 가까운 막말을 쏟아냈다. 조평통이 현 정부 들어 문 대통령을 직접 비난한 것은 처음이다. 문 대통령이 광화문 경축사에서 강조한 평화경제에 대해선 “삶은 소대가리도 앙천대소(웃을)할 노릇”이라고 했다. 이어 “북쪽에서 사냥 총소리만 나도 똥줄을 갈기는 주제에 애써 의연함을 연출하며 북조선이 핵이 아닌 경제와 번영을 선택할수 있도록 하겠다고 역설하는 모습을 보면 겁에 잔뜩 질린 것이 력력(역령)하다”고도 했다.

북한의 이 같은 노골적인 비난 공세는 한미연합군사연습에 대한 불만 표출과 함께 향후 북미 비핵화 실무 협상에서 한국을 배제하며 한반도 주도권을 쥐겠다는 뜻을 분명히 한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이날 미국에 대한 비난은 자제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조평통 담화에 대해 “성숙한 남북관계의 발전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불만스러운 점이 있더라도 대화를 어렵게 하는 일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고 했다. 자유한국당은 이날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긴급국가안보대책회의를 갖고 “북한이 대통령만 조롱한 게 아니라 국민들을 조롱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박효목 기자 tree624@donga.com
최고야 기자 bes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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