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효성 방통위원장 ‘돌연사퇴’ 이유는…야당 ‘외압’ 의혹 제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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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년 7월 23일 18시 1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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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효성 방송통신위원장이 지난 22일 오전 경기 정부과천청사 방통위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사퇴 의사를 밝힌 뒤 기자실을 나서고 있다. 이 원장은 오는 8월 중폭의 개각이 예정된 것을 감안해 이날 청와대에 사의를 표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2019.7.22/뉴스1 © News1
이효성 방송통신위원장이 지난 22일 오전 경기 정부과천청사 방통위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사퇴 의사를 밝힌 뒤 기자실을 나서고 있다. 이 원장은 오는 8월 중폭의 개각이 예정된 것을 감안해 이날 청와대에 사의를 표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2019.7.22/뉴스1 © News1
임기를 1년여 남겨둔 이효성 방송통신위원장이 돌연 ‘사의’를 표명한 데 대해 국회가 ‘외압설’을 제기하며 논란이 일고 있다.

23일 야권은 잇따라 이효성 위원장 사퇴에 관한 성명서를 발표하며 이 위원장의 사퇴에 모종의 압력이 작용했을 것이라는 의혹을 제기했다.

방송통신위원장은 장관급으로 임기는 3년이다. 지난 2017년 7월31일 임명된 이 위원장의 임기는 따라서 약 1년 남은 셈이다. 방송 등 언론에 관한 규제력을 갖고 있는 중앙행정부처기 때문에 임기가 보장되는 특성을 갖는다.

그러나 이 위원장이 임기를 1년여 남겨놓고 사의를 표명하면서 역설적이게도 야당 의원들이 강하게 비판하고 나섰다. 이는 정권의 퇴진 압박이 작용했을 수 있다는 항간의 소문에 힘을 실어주는 격이다.

박대출 자유한국당 의원(국회 과방위원)은 전날 성명서를 발표하고 “이 정권이 ‘가짜뉴스’를 ‘범죄와의 전쟁’ 선포하 듯 몰아붙이고 있는데 이 위원장은 이와는 다소 다른 목소리를 냈다”며 “방통위 현안도 산적한데 임기가 1년이나 남은 이 위원장의 자발적 사퇴를 믿을 사람은 아무도 없다”고 강조했다.

신용현 바른미래당 의원도(국회 과방위원) 이날 보도자료를 내고 “MB정권 실세로 사퇴여론이 높았던 최시중 위원장을 제외하고는 임기를 마치지 못한 방통위원장은 없었다”며 “갑작스러운 이 위원장의 사의표명 기저에도 청와대 의중이 반영된 것이란 소문이 나오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최근 벌어진 KBS 외압의혹 논란, 유료방송 합산규제를 둘러싼 과기부와 의견대립 등 여러 말이 있지만 가짜뉴스 문제가 결정적일거란 추측이 나오고 있다”고 강조했다.

◇HTTPS 차단·가짜뉴스 논란, 靑과 엇박자
지난 3월3일 오후 서울 용산구 서울역광장에서 열린 ‘HTTPS(보안접속) 차단 정책 반대집회’에서 참가자들이 규탄 문구가 적힌 손 피켓을 들고 있다. 2019.3.3/뉴스1 © News1
지난 3월3일 오후 서울 용산구 서울역광장에서 열린 ‘HTTPS(보안접속) 차단 정책 반대집회’에서 참가자들이 규탄 문구가 적힌 손 피켓을 들고 있다. 2019.3.3/뉴스1 © News1

이 의원들의 지적이 갑작스럽게 제기된 것은 아니다. 업계에서는 이효성 방통위원장이 올들어 청와대와 잇단 ‘엇박자’를 내면서 관계가 다소 소원해진 것으로 보고 있다.

방통위는 지난 2월 디지털성범죄인 ‘불법 촬영물(몰카)’, 불법 도박 등 유해사이트를 퇴출시키기 위해 보안접속(https)이나 우회접속 경로를 막아내는 서버네임인디케이션(SNI) 기술을 적용했다.

이 조치는 지난 2018년 국정감사에서 국회가 불법 촬영물이나 도박사이트 등을 방통위가 ‘방치’한다며 뭇매를 때린데 대한 후속조치다. 특히 불법 촬영물이 음란사이트 등을 중심으로 유통되면서 피해자들이 ‘디지털 살인’을 당하는 수준으로 번지자 방통위는 인터넷서비스사업자(ISP)와 공조해 강력한 ‘불법 사이트 차단 정책’을 시행했다.

그런데 문제는 엉뚱한 곳에서 불거졌다. 불법 촬영물을 유통하던 음란 사이트가 차단되자 일부 이용자들이 ‘다 큰 성인 포르노를 볼 자유도 막는 것이냐’며 강하게 반감을 드러낸 것이다.

또 일부 우파진영에서는 “정부가 인터넷을 통제하기 위해 SNI기법을 도입했다”면서 “겉으론 불법 사이트를 단속한다고 하지만 이런 기술력이라면 곧 정권의 입맛에 맞지 않는 사이트를 모두 차단해 인터넷을 통제하는 중국 정부와 같은 방식을 취할 것”이라며 문재인 정부를 직접 겨냥했다.
이효성 방송통신위원장이 22일 오전 경기 정부과천청사 방통위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사퇴 의사를 밝히고 있다. 이 원장은 오는 8월 중폭의 개각이 예정된 것을 감안해 이날 청와대에 사의를 표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2019.7.22/뉴스1 © News1
이효성 방송통신위원장이 22일 오전 경기 정부과천청사 방통위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사퇴 의사를 밝히고 있다. 이 원장은 오는 8월 중폭의 개각이 예정된 것을 감안해 이날 청와대에 사의를 표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2019.7.22/뉴스1 © News1

이에 방통위는 해당 기술이 불법 촬영물로부터 피해자를 보호하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이며 극히 제한적으로 시행하고 있다는 점을 거듭 강조했지만, 여론은 ‘인터넷 통제 정책’이라는 비난으로 급속히 흘렀다.

한 국회 관계자는 “당시 HTTPS 차단과 관련해 청와대를 공격하는 여론이 급격히 형성되자 정권에서도 큰 부담을 느꼈다”면서 “방통위 입장에선 정책이 정치적 논쟁으로 흘러가자 상당히 당혹스러워 했다”고 전했다.

이후 연이어 터져나온 ‘가짜뉴스’ 논란도 방통위를 논란의 중심에 서게 했다.

여당은 지난해부터 ‘가짜뉴스와의 전쟁’을 선포하며 인터넷 사업자들의 가짜뉴스 정책에 집중적으로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이에 방통위는 지난 6월 허위조작정보 자율협의체를 출범시키며 민간 전문가들이 자율적으로 가짜뉴스를 모니터링하는 장치를 만들기도 했다.

이에 대해 야당은 “정부가 정권 입맛에 맞는 인터넷 소식만 남기고 정권을 비판하는 보수 유튜브 등은 통제하기 위해 가짜뉴스 협의체를 만들었다”며 강하게 비판했다. 이 역시 정권에 상당한 부담을 끼치면서 방통위를 당혹스럽게 한 사안이다.

야당은 여기서 한발 더 나가 “청와대는 보다 적극적으로 가짜뉴스를 차단하라고 했지만 한 이 위원장이 ‘자율규제’를 고집해 대통령의 눈밖에 낫다”며 비난 수위를 높였다.

결국 이같은 청와대와 방통위의 엇박자에 이 위원장이 임기를 남겨두고도 사의를 표명했다고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일각에서는 이 위원장이 현직에 있는데도 후임 방통위원장에 대한 청와대의 인사검증이 진행됐다는 소식에 이 위원장이 스스로 사임 의사를 밝혔다고 보는 시각도 있다.

현재 후임 방통위원장에는 엄주웅 전 방송통신심의위언회 상임위원과 표완수 시사인 대표, 한상혁 법무법인 정세 대표변호사 등이 거론되고 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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