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發 ‘핵동결론’ 혼란 가중… 정부 “비핵화 용어 정리 나설것”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7월 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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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YT 첫 제기… 비건 “WMD 동결”
완전한 비핵화 후퇴 관측 확산… “트럼프 속내 모르겠다” 우려도
정부 “핵폐기로 가는 단계” 진화

미국의 북-미 협상 목표가 ‘완전한 비핵화’에서 ‘핵동결’로 옮겨지고 있다는 ‘핵동결론’이 관계자들의 부인에도 수그러들지 않으면서 한국 외교당국이 대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외신을 통해 지난주 ‘핵동결론’이 본격적으로 제기된 후 한미 정부 당국자들이 최종 목표는 변함없이 ‘완전한 비핵화’라고 서둘러 진화에 나섰지만 우려가 완전히 가시지 않자 더 적극적으로 여론 환기에 나서야 한다는 기류가 형성되고 있는 것이다.

지난달 30일 판문점 3차 북-미 정상회담이 끝난 직후부터 외신 보도를 통해 본격적으로 북한의 핵 보유를 인정하는 핵동결론이 고개를 들었다. 북-미 회담이 마무리된 후 뉴욕타임스(NYT)가 지난달 30일(현지 시간) ‘핵동결론’이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 내에서 논의돼 왔다고 보도했다. 이어 인터넷 매체 액시오스가 2일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가 북-미 회담을 포함한 한국 일정을 마치고 미국으로 돌아오는 기내에서 ‘대량살상무기(WMD) 동결’을 거론했다는 보도를 내면서 핵동결론이 확산된 것이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3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미국이 말하는 (핵동결이란) 건 완전한 핵 폐기로 가는 단계의 동결로 이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도 1일(현지 시간) 자신의 트위터에 “북한의 핵동결에 대해 논의하거나 들어본 적도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그 후에도 트럼프 행정부의 ‘속내’가 무엇인지 모르겠다는 우려 섞인 시선이 이어지고 있다. 미국의 일부 북한 전문가들 사이에서 ‘북한 비핵화 목표의 끝을 보는 것 같다’는 평가마저 나오기 시작한 것이다.

이에 외교당국은 우선 북-미 협상과 관련된 핵심 개념에 대한 정의와 정리가 필요하다고 판단하고 교통정리에 나서겠다는 방침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핵동결’이 전체 비핵화 로드맵의 한 부분을 뜻하는 것이며 최종 목표를 가리키는 것이 아니라는 식의 정리에 나서 오해를 불식시키겠다는 것. 외교당국자는 “맥락에 따라 뜻이 달라지는 단어에 대한 혼선이 있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북핵 실무 협의는 본격화되는 분위기다. 이도훈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은 8일 오후 비건 대표와의 한미 북핵 수석대표 협의를 위해 독일행 비행기에 올랐다. 현지에서 이 본부장은 이나 레펠 독일 외교부 아태총국장과도 협의를 할 예정이다. 독일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비상임이사국이자 안보리 대북제재위원회 의장국인 만큼 대북 제재 유지 상황 및 향후 대처와 관련해 논의할 것으로 관측된다.

이 본부장과 비건 대표가 유럽에서 만나게 되면서 북한 측 인사들과도 접촉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됐다. 그러나 현재로선 이 같은 3자 대면이 예정돼 있지는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한 외교소식통은 “3자 대면을 하기로 했다면 독일보다는 스웨덴이나 스위스같이 북한이 더 편해 하는 곳에서 한미 수석대표 협의를 가지기로 했을 공산이 크다”고 분석했다.

한기재 기자 record@donga.com
#북한#비핵화#핵동결론#wmd 동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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