軍, 미사일 중론에도 ‘발사체’ 고집…北 자극 신경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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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년 5월 5일 19시 0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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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형전술유도무기·방사포 다수 발사”…‘유엔 결의 위반’ 공식화 않으려 ‘절제 모드’
일각선 ‘지나친 눈치보기’ 지적…한국당 “미사일을 미사일로 못불러”

조선중앙통신 등 북한 매체들은 5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참관 아래 전날(4일) 동해상에서 전연(전방) 및 동부전선 방어 부대들의 화력타격훈련을 했다고 보도했다. 사진=노동신문 / 2019.5.5 © 뉴스1
조선중앙통신 등 북한 매체들은 5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참관 아래 전날(4일) 동해상에서 전연(전방) 및 동부전선 방어 부대들의 화력타격훈련을 했다고 보도했다. 사진=노동신문 / 2019.5.5 © 뉴스1
북한이 전날(4일) 오전 강원도 원산 호도반도 일대에서 발사한 여러 발의 발사체 가운데 단거리 탄도미사일이 포함됐다는 관측이 나오는 가운데 군 당국은 이를 미사일로 분석하지 않고 있어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군은 전날 북한의 발사체 발사 당시에도 북한이 ‘미사일’을 발사했다고 했다가 곧 ‘발사체’로 수정했었다.

이에 대해 북미 비핵화 협상 재개에 끼칠 부정적인 영향을 우려해, 정부가 유엔 결의 위반 사항인 탄도미사일 발사를 공식화하는 데 신중한 모습을 보이는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국방부는 5일 ‘단거리발사체 발사 관련 입장’을 내고 북한이 전날 발사한 발사체에 대해 “현재까지 분석한 결과, 신형 전술유도무기를 포함해 240㎜, 300㎜ 방사포를 다수 발사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며 “정보당국은 북한이 발사한 단거리발사체와 관련해 세부 탄종과 제원을 공동으로 정밀 분석하고 있다”고 밝혔다.

앞서 북한은 이날 오전 매체를 통해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참관 아래 전날 동해상에서 전방 및 동부전선 방어 부대들의 화력타격훈련을 했다고 보도하며 ‘전술유도무기’ 등 훈련에 참가한 무기 사진을 공개했다.

대부분의 군사 전문가들은 북한이 공개한 전술유도무기에 대해 전술 탄도미사일 ‘이스칸데르’와 흡사하다고 분석했다.

지난해 2월8일 건군 70주년 열병식 때 공개된 단거리 지대지탄도미사일로 ‘북한판 이스칸데르’라고 알려진 전술유도무기라는 것이다.

이스칸데르 미사일은 러시아가 개발한 최신형 단거리 전술 탄도미사일로 회피기동을 하며 목표물을 타격해 현존하는 미사일 방어 시스템의 요격을 대부분 회피할 수 있는 위협적인 무기로 평가된다.

만약 분석대로 북한이 이스칸데르 미사일을 개량해 지난해 2월 선보였던 무기를 이번에 발사한 것이라면 모든 종류의 북한 탄도미사일 발사를 금지하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 위반에 해당한다.

김동엽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공개된 무기는 전술유도무기 ‘북한판 이스칸데르’로 알려진 단거리 지대지탄도미사일”이라며 “이 미사일이 단거리지만 탄도미사일이라는 점에서 제재 위반”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군은 일단 ‘여러 가지 것들을 분석을 해봐야 한다’며 여전히 결론이 나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군 관계자는 “신중한 판단 없이 공식 발표가 나갔다가 자칫 잘못된 정보를 줄 수 있다”며 “미국측에서도 구체적인 분석 발표는 신중하자는 입장”이라고 설명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해당 무기체계가 처음 발사됐기 때문에 더 정밀한 분석이 필요하며 이로 인해 ‘전술유도무기’라고만 평가한 것이라고 전했다.

국방부의 신중한 대응에는 북미 간 하노이 담판 결렬 이후 급속히 냉각된 한반도 비핵화 협상을 감안해 대화 재개를 염두에 두고 북한을 필요 이상으로 자극하지 않겠다는 의지가 깔린 것으로 풀이된다.

이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SNS에 “김정은은 내가 그와 함께한다는 것을 알고 나와의 약속을 깨고 싶어하지 않는다”면서 “합의는 이뤄질 것”이라고 밝혔다. 북한의 발사체 발사에 강경 대응 대신 지켜보는 쪽을 택한 것이다.

청와대 역시 현 상황을 예의주시하며 한미 양국이 분석중이라고 조심스러운 입장을 유지했다.

만약 한미가 전술유도무기를 탄도미사일로 평가하게 되면 안보리 결의 위반 등의 지적이 잇따를 수밖에 없고, 안보리 의장성명 등 유엔 차원의 대응으로 이어지게 되면 현재 교착 상태에 빠진 북미 협상에도 악영향이 불가피하다. 이 때문에 한미 당국이 북한과의 비핵화 협상의 문을 열어두기 위해 미사일 평가를 자제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그러나 정부의 이같은 대응수위 조절을 두고 야권을 중심으로 ‘지나친 눈치보기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는 이날 “청와대와 정부는 굴종적으로 북한의 눈치만 살피며 (북한을) 규탄한다는 말 한마디 못 꺼내고 있다”며 “(정부가) 정치적 요인에 의해 발표를 정정하고 위협을 축소한 것이라면 그 책임을 반드시 물어야 한다”고 밝혔다.

한국당 북핵외교안보특별위원장인 원유철 의원은 “전날 합참의 발표는 현대판 홍길동전을 보는 느낌이었다. 북한 미사일을 미사일로 부르지 못하고 발사체로 변형해 부르는 기막힌 현실”이라고 비판했다.

한편 군 당국의 최초 발표와는 다르게 북한이 전날 오전 9시쯤에 이어 오전 10시를 조금 넘어 단거리 발사체 수발을 더 발사한 것으로 전해졌다.

당초 군 당국은 북한이 오전 9시6분께부터 9시27분께까지 원산북방 호도반도 일대에서 북동쪽 방향으로 불상 단거리 발사체 수발을 발사했다고 밝혔는데 10시 이후에도 단거리 발사체가 추가로 발사된 것으로 알려졌다.

합참 등 군 당국은 북한 단거리 발사체가 추가 발사된 사실은 공식적으로 밝히지 않은 상황이다.

일각에선 북한이 추가 발사한 기종이 ‘이스칸데르’로 불리는 러시아의 전술 탄도미사일과 흡사한 것으로 파악되자, 군 당국이 파장을 우려해 세부적인 사항을 공개하지 않은 게 아니냐는 주장이 나온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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