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 관계자 이의 제기땐 檢이 경찰에 재수사 요청, 영장 청구권도 檢이 독점… 경찰 맘대로 수사 못한다”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5월 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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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경 수사권 조정 갈등]경찰, 권한 비대화 주장 정면반박

경찰이 2일 국회에서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으로 지정된 검경 수사권 조정 법안에 대해 ‘검사의 경찰 수사 통제장치’가 충분하다며 검찰의 경찰 수사권 비대화 주장을 반박했다. 문무일 검찰총장이 수사권 조정 법안에 대해 “민주주의 원리에 반한다”고 지적한 지 하루 만에 정면 대응에 나선 것이다.

경찰청은 2일 입장문을 통해 “수사권 조정 법안은 검사의 경찰 수사에 대한 중립적이고 객관적인 통제 방안을 강화했다”며 “개정안은 경찰의 수사 진행 단계와 종결 사건에 대한 촘촘한 통제 장치를 설계하고 있다”고 밝혔다. 경찰 수사에 문제가 있을 경우 검찰이 시정 조치뿐만 아니라 수사 경찰관의 직무 배제와 징계까지 요구할 수 있는 권한을 형사소송법에 명시한 만큼, 검사의 경찰에 대한 수사지휘권이 폐지되더라도 통제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검경이 같은 사건을 수사하게 된 경우 검찰이 우선 수사할 수 있도록 한 법 조항도 통제 장치라는 게 경찰의 설명이다.

또 경찰이 사건을 검찰로 안 넘기고 무혐의로 수사를 끝낼 수 있는 ‘수사 종결권’을 갖게 되면 부실 수사가 우려된다는 검찰 측 주장도 사실과 다르다고 경찰은 지적했다. 경찰이 송치를 하지 않은 사건 기록은 검찰로 넘어가게 되고, 사건 관계자가 이의를 제기하면 검사가 경찰에 재수사를 요청할 수 있어 경찰이 마음대로 사건을 종결할 수 없는 구조라는 것이다. 경찰 관계자는 “경찰이 무혐의 처분을 내려도 검찰이 각종 명분으로 사건을 다시 가져가 재수사할 수 있는 체계”라고 주장했다.

경찰 내부에서는 오히려 이번 법안이 검찰의 독점적 영장 청구권을 허용했기 때문에 검경 관계에 별다른 변화가 없을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법안에 따르면 검찰은 경찰에 대한 수사 지휘권을 잃는 대신에 영장 관련 사건의 보완 수사를 요구할 수 있다. 그런데 대부분 사건 수사에서 통신·압수수색·구속영장이 필요한 만큼 검찰의 수사 통제력이 여전할 것이라는 의미다. 경찰 관계자는 “경찰이 신청한 영장을 검찰이 법원에 청구하지 않으면 우리로선 할 수 있는 게 없다. 경찰 수사권이 비대해진다는 주장은 터무니없다”고 말했다.

문 총장이 법안에 대해 “견제와 균형이라는 민주주의 원리에 반한다”고 지적한 자체가 문제라고 비판하는 경찰도 적지 않다. 한 총경급 경찰은 “그동안 검찰이 통제받지 않는 비대한 권한을 갖고 있어 수사권 조정 논의가 시작된 것인데, 그런 논의를 유발한 주체인 검찰이 견제와 균형을 말하는 게 어불성설”이라고 말했다.

또 국회의 법안 패스트트랙 지정 과정에서 불거진 여야 간 각종 고소고발 사건을 수사할 검찰의 총수가 패스트트랙 지정 법안을 공개 비판한 상황에서 공정한 수사가 가능하겠느냐는 지적도 있다.

조동주 기자 djc@donga.com
#경찰#국회#패스트트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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