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씨 꺼지던 한일 초계기 갈등, 日 언론보도에 재점화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4월 22일 21시 0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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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합 국면에 접어든 것으로 보였던 한일 초계기 갈등이 다시 불붙는 분위기다. 일본 언론이 “한국 국방부가 차후 일본 군용기에 사격용 화기관제레이더를 조사(照射·겨냥해 비춤)할 수 있다고 통보했다”고 보도하면서부터다. 한국 국방부는 “일본 언론 보도는 과장됐다. 강력한 유감을 표한다”며 적극 반박하고 나섰다.

일본 요미우리신문은 22일 “한국 정부가 1월 일본 정부에 일본 (초계기 등) 군용기가 한국 함정으로부터 3해리(약 5.5km) 이내로 접근하면 사격용 레이더를 비추겠다고 통보했다”고 보도했다. 한국이 일본에 사실상 “사격할 수 있다”고 엄포를 놓았다는 취지다. 1월은 일본이 초계기 사건과 관련한 한일 실무협의를 중단하겠다고 밝히고 지난해 12월에 이어 또다시 초계기 저공위협비행을 감행하는 등 한일 군사갈등이 절정에 달했던 때다.

신문은 이달 10일 열린 한일 군 당국간 실무협의에서 일본 측이 이 같은 지침을 철회할 것을 요구했지만 한국 국방부가 거절했다고도 했다.

이 같은 보도에 국방부는 “일본 언론이 사실을 과장하고 있다”며 반박했다. 국방부에 따르면 1월 23일 주한 일본 무관이 국방부로 초치됐는데 당시 국방부는 “3해리 이내로 일본 초계기가 저공 위협 비행할 경우 우리 함정과 승조원을 보호하기 위해 추적레이더(사격용 화기관제레이더)를 조사하기 전에 경고통신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국방부 관계자는 “일본의 위협 비행 재발을 막기 위해 한국군의 군사적 조치 의지에 대해 통보한 것”이라며 “초계기가 접근할 경우 곧바로 사격용 레이더를 비추겠다고 엄포를 놓은 적은 없다”고 밝혔다.

10일 실무협의 당시 상황에 대해선 “일본 측이 초계기 사건 이후 강화한 한국군의 군사적 조치, 즉 대응 매뉴얼 전반을 철회하라고 요구한 건 사실이고 국방부가 이를 거절한 것도 맞다”고 밝혔다. 다만 실무협의 당시 한일은 협의에서 오고간 내용을 비공개하기로 했는데 일본 측이 일본 언론에 이 같은 내용을 흘린 점은 문제라고 지적하며 “강력한 유감을 표명한다”고 밝혔다.

일본이 언론을 활용하는 방식으로 불씨가 꺼져가던 초계기 갈등 재점화에 나서는 듯한 모습을 보이자 그 의도를 두고 해석이 분분했다. 일각에선 일본 정부가 7월 참의원 선거를 앞두고 보수층을 결집하고 중도층을 끌어오기 위한 전략적 카드로 초계기 사건을 다시 꺼내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초계기 갈등이 재점화 되고 한일관계가 현재보다 경색될 경우 그 책임은 한국 정부에 있다는 점을 미리 못박아두기 위해 일본 언론에 과장되고 자극적인 정보를 흘리는 것이란 해석도 나온다.

한편 요미우리신문은 “한국군의 새 ‘레이더 운영 지침’에 대해 해리 해리스 주한미대사가 정경두 국방부 장관에게 우려를 표명했다”고도 보도했다. 이에 국방부 관계자는 “한미간 비공개 회의 내용에 대해 확인해주는 것은 적절치 않다”면서도 “시점이 정확하진 않지만 해리스 대사가 초계기 사건이나 한국군의 대응 매뉴얼을 직접 언급한 것이 아니라 한일 갈등이 지속되는 것에 대한 원론적인 우려를 표명한 적은 있다”고 전했다.

손효주기자 hjs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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