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겨진 태극기, 망가진 외교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4월 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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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스페인 전략대화 공식행사에 외교부, 주름 확인하고도 사용

4일 오전 서울 외교부 청사에서 열린 한-스페인 전략대화(차관급)에서 구겨진 태극기가 걸려 있다. 외교부는 이날 행사 직전 태극기가 구겨져 있는 것을 확인하고도 그대로 게양했고, 이를 바로잡지 않고 행사를 마쳤다. 뉴시스
4일 오전 서울 외교부 청사에서 열린 한-스페인 전략대화(차관급)에서 구겨진 태극기가 걸려 있다. 외교부는 이날 행사 직전 태극기가 구겨져 있는 것을 확인하고도 그대로 게양했고, 이를 바로잡지 않고 행사를 마쳤다. 뉴시스
외교부가 4일 서울 외교부 청사에서 열린 스페인과의 공식 행사에서 마구 구겨진 태극기를 사용해 파장이 일고 있다. 체코를 이전 표기인 체코슬로바키아라고 공식 트위터에 적고, 라트비아, 리투아니아, 에스토니아 등 ‘발트 3국’을 ‘발칸 3국’이라고 잘못 표기하더니 이번엔 태극기를 구긴 채 외교 행사를 진행한 것이다.

외교부는 이날 오전 10시 반 서울 종로구 외교부 청사 회의실에서 한-스페인 전략대화를 개최했다. 행사장 앞에는 태극기와 스페인 국기가 나란히 세워져 있었다.

이날 사용한 의전용 태극기는 높이가 약 2m에 달하는 대형인데 약 10cm 너비로 접어서 보관했던 탓인지 사선으로 생긴 구김이 멀리서도 선명했다. 외교부 직원 2명이 급히 다가가 손으로 다림질하듯 태극기의 주름을 펴 봤지만 상태는 달라지지 않았다. 이 사이 조현 외교부 1차관이 입장했고, 결국 구겨진 태극기 앞에서 페르난도 발렌수엘라 스페인 외교차관을 맞으며 행사가 시작됐다. 스페인 국기는 깨끗했다.

구겨진 태극기의 모습이 이날 오후 언론을 통해 알려지자 외교부 당국자는 “적시에 바로잡지 못한 것에 대해 막중한 책임감을 느낀다. 관련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태극기는 접어서 보관해오다 행사 직전 구겨진 상태로 꺼내 사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노영민 대통령비서실장은 이날 국회 운영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구겨진 태극기 논란’과 관련해 “우리(청와대)도 여러 번 지적한 부분인데 공직 기강 문제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기재 기자 record@donga.com
#외교#스페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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