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 짖는 소리” “아둔한 얼뜨기”…달라진 리용호·최선희 왜?

  • 뉴시스
  • 입력 2019년 3월 1일 14시 5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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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용호 외무상·최선희 부상 차분하게 입장 전달
과거 막말 쏟아내며 비난 수위 높이던 것과 대조
회견 내내 정제된 표현으로 사실관계 전달 주력
대화 재개 감안…김정은 입단속 있었을 것 관측

북한의 대미 외교 ‘듀오’ 리용호 외무상과 최선희 외무성 부상이 2차 북미정상회담 결렬에 대한 자신들의 입장을 전하면서 이전과 다른 언행을 보였다.

과거 수틀리면 당장이라도 판을 뒤엎을 듯 막말을 쏟아냈던 것과 달리 이번에는 냉정하게 입장을 전달하는 등 차분한 대응이 눈길을 끌었다.

‘세기의 담판’으로 기대를 모았던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회담이 뚜렷한 성과 없이 마무리 된 뒤 리용호 외무상과 최선희 부상은 심야에 베트남 하노이 현지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이번 회담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협상 결렬 약 10시간 만에 별도 회견을 가진 것은 북한 입장에서 매우 이례적인 일이었다.

리용호 외무상과 최선희 부상은 그 동안 북미 관계가 자신들의 뜻대로 가지 않으면 막말도 서슴지 않았기에 두 사람의 입에도 자연스럽게 관심이 쏠렸다.

최선희 부상은 지난해 1차 북미회담을 앞두고 리비아식 핵폐기 모델을 언급한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을 향해 ‘횡설수설하며 주제넘게 놀아난다’, ‘아둔한 얼뜨기’라고 막말을 퍼부어 트럼프 대통령의 회담 취소 구실을 제공한 장본인이다.

리용호 외무상도 2017년 9월 유엔 총회 연설에서 ‘태평양에서 수소탄 시험을 하게 되지 않겠느냐’며 국제사회를 향해 도발을 했고, ‘미군 전략폭격기를 격추하겠다’는 등의 위협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서도 ’개 짖는 소리‘라며 도 넘은 발언으로 주목 받았다.

이렇듯 두 사람은 북 측의 요구나 의지가 관철되지 않으면 외교상 관례는 아랑곳 않고 수위 높은 발언들을 쏟아내며 국제사회가 북한을 더욱 적대시하는 빌미를 제공했다.

하지만 예상과 달리 리용호 외무상과 최선희 부상은 회견 내내 냉정하고 차분하게 자신들의 입장을 전달하는 데 집중했다. 다소 냉소적인 반응을 보이기는 했지만 최대한 정제된 표현으로 실제 자신들의 요구가 무엇이었는지 사실 관계에 주력하는 회견을 했다.

북한의 무리한 제재 해체 요구로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며 회담 결렬 원인을 북한에게서 찾은 트럼프 대통령의 주장을 반박하는 회견이었음에도 이전의 막말이나 감정적인 발언은 하지 않았다.

북한은 이번 협상이 최종 합의에 이르지 못했지만 앞으로도 계속해서 미국과 대화를 이어가겠다는 의지를 나타냈다. 트럼프 대통령도 차기 회담에 대한 기대감을 숨기지 않은 상황에서 감정적인 대응을 최대한 자제한 것으로 보인다.

리용호 외무상은 대미 외교 전반을 다룬 북한의 외교 수장이다. 최선희 부상 역시 손꼽히는 대미통이다. 북미 간 대화가 속개된다면 두 사람 모두 회담 전면에 나서야 하는 만큼 협상력을 이어가기 위해 김 위원장의 입단속이 있었을 것이란 관측이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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