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영업자에 “늘 미안하다”는 文…정책 성과 ‘기다림’ 주문

  • 뉴시스
  • 입력 2019년 2월 14일 18시 3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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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대통령 "최저임금 인상 결정 과정, 의견 충분히 대변"
靑, 경사노위에 소상공인委 신설…대화 장치 만들 예정
"장기적 방향은 최저임금 인상해야"…文 기준 '못 박기'
文대통령 "소상공인, 경제정책 중요 독자적 정책 대상"
'기다림 미학' 그릭 요거트·도가니탕에도 文 의중 담겨
靑, 19일 후속 점검 회의 개최해 후속 대화 이어 나가

14일 문재인 대통령이 소상공인·자영업자와 가진 오찬 자리에서 첫 일성으로 ‘늘 미안하다’고 말한 것은 현재의 고통을 곧바로 해결해 주지 못한 것에 대한 안타까움을 드러낸 것으로 해석된다.

아울러 정부의 올바른 경제 정책 방향을 믿고 기다려 달라는 간곡한 메시지를 발신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오전 청와대에서 진행된 소상공인·자영업자와의 오찬에서 마무리 발언으로 “정부가 노력을 많이 하고 있지만 여전히 현장에는 어려움이 많다는 것을 잘 알 수 있는 기회였다. 정부가 해야 할 일이 아직도 많다고 느끼고 가야 할 길이 멀다고 느낀다”며 ”소상공인·자영업자들에게 늘 미안한 마음“이라고 했다.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으로 일선 현장에서 고통을 겪어온 자영업자들의 목소리를 외면할 수 없었던 그간의 불편함이 고스란히 묻어 나온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 이날 오전 내내 진행된 대화 자리에서는 최저임금 인상과 관련한 발언이 적잖이 나왔다. 방기홍 중소상인자영업자총연합회 회장은 내년도 최저임금 동결을 직접적으로 요청하기까지 했다.

문 대통령은 최저임금 인상과 관련해 장기적으로는 인상하는 방향으로 가야 하나, 과정에 있어서 최대한 소상공인·자영업자의 목소리를 반영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간담회 모두발언에서 ”최저임금의 인상을 결정하는 과정에서 자영업자와 소상공인들의 의견도 충분히 대변되도록 하겠다“고 했다. 청와대는 경제사회노동위원회에 소상공인위원회를 따로 만들어, 경제 주체들 간 대화가 이뤄지는 틀을 만들 계획이다.

다만, 문 대통령은 오찬 마무리 발언에서 ”최저임금 인상은 인상 속도라든지 인상금액 부분에 대해 여러 생각이 있을 수 있지만 길게 보면 결국은 인상하는 방향으로 가야되는 것“이라고 명확한 기준을 세웠다.

이어 ”이제는 소상공인을 경제정책의 중요 분야로 놓고 독자적인 정책 대상으로 보고 정책을 마련해야겠다는 인식도 정부가 가지게 됐다“며 ”현장 속에서 아주 세세한 어려움들이 많이 있고, 정부가 다 파악하지 못할 수도 있기 때문에 자주 만나 현장의 생생한 목소리들을 더 많이 듣고 하나하나 해결해 나가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문 대통령은 이날 간담회에서도 소상공인·자영업자를 독자적인 경제 주체로 두고, 최저임금 인상에 대한 보완책을 마련할 것이니 믿고 기다려 달라는 메시지를 발신했다.

문 대통령은 먼저 부산 영도에서 자영업을 운영하던 자신의 부모님을 거론하며 최대한 자영업자들의 고민에 다가가고자 했다.

문 대통령은 ”저는 골목 상인의 아들이다. 제가 어릴 때, 부모님이 연탄 가게를 하신 적도 있었는데 저도 주말이나 방학 때 어머니와 함께 연탄 리어카를 끌거나 배달을 하기도 했다“며 ”여러분의 오늘이 힘들어도 내일에는 희망을 가질 수 있도록 정부가 최선을 다하겠다“고 약속했다.

정부 출범 이후 다섯 차례의 대책 발표를 했던 것을 거론하면서도 ”자영업과 소상공인들의 형편은 여전히 어렵다“며 ”이미 과다한 진입으로 경쟁이 심한데다, 높은 상가임대료와 가맹점 수수료 등이 경영에 큰 부담이 되고 있고 있다. 최저임금의 인상도 설상가상으로 어려움을 가중시킨 측면이 있었으리라고 생각한다“고 진단했다.

경제를 이끄는 주역으로 자영업자들의 존재감을 부각시키는 데도 주력했다.

문 대통령은 ”자영업은 우리 경제의 매우 중요한 축“이라며 ”자영업과 소상공인의 규모가 이 정도라면 독자적인 경제정책의 영역으로 삼는 것이 마땅하다는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올해는 자영업의 형편이 나아지는 원년이 됐으면 한다“고 기대했다.

대통령의 이러한 ‘믿고 기다려 달라’는 의중이 드러나듯, 이날 오찬 메뉴는 도가니로 장시간 우려낸 탕과 오곡 영양밥 등 한식 상차림이 준비됐다. 자영업자과 소상공인 등을 경제 주체로 두고, 함께 어우러지겠다는 화합과 조화 나아가 소생과 활력의 의미를 담았다고 청와대 관계자는 전했다.

또 디저트 메뉴로 기다림의 의미를 담은 ‘그릭요거트’가 상에 올랐다. 그릭요거트는 5일에서 7일 정도의 숙성 시간이 필요한 슬로푸드다. ‘요즘’이라는 점포를 운영하는 자영업자 박성기씨가 공급한 그릭 요거트엔 기다림의 미학이 담겼다고 청와대 관계자는 전했다.

문 대통령과 참석자들은 정기인 유한고려인삼 대표가 직접 만든 홍삼청 주스로 잔을 모으며 의기를 다졌다.

한편, 청와대는 이번 행사에서 제안된 의견 등을 자영업 종합대책에 반영해 나갈 예정이다. 이를 위해 오는 19일 후속점검회의를 개최하는 등 자영업자·소상공인들과 지속적인 대화를 이어갈 계획이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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